밥을 굶으면서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는 스님을 보았다. 먹고사는 일이라면 어떤 모욕이라도 감내하는 시대에 정의, 개혁, 희망, 부처를 내세워 노승은 기꺼이 가진 자들 앞에 목숨을 내놓았다. 설조스님, 그가 선택한 죽음의 방식은 단식이었다. 죽음과 밥이 대립하는 조계사에서 작가는 설조스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글을 썼다.
고원영의 저서는, 록 음악의 황금기와 저자의 청년기를 회고한 '별에게로의 망명(2023년), 600년 고도 서울의 골목길과 집터를 산책하면서 느끼는 부재를 기록한 '낮은 창문 앞에 서다(2020년), 6·25 전쟁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한 저격능선 전투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에 드리운 전쟁의 위험을 암시한 장편소설 '나뭇잎 묘지(2020년)', 베이비부머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해 현재를 성찰한 ‘골목길 카프카(2019년)’, 불교계 최대 종파인 조계종 문제를 설조스님의 단식을 통해 들여다본 '그대가 아프니 밥을 굶는다(2018년)', 오랜 답사를 통해 우리나라 불교 순례길을 꼽아본 ‘저 절로 가는 길(2015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