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금융산업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저금리와 저성장의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 등 연이은 사건들로 금융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를 의심받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였다.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선 지나온 과거에서 극복의 추억을 되살리고, 앞으로 금융이 무엇을 해야 할지 철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이 책이 그러한 성찰의 조그마한 재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p.9, 「머리말」 중에서
손절매 후 97년 말로 가면서 아시아 외환위기는 더욱 깊어졌고 드디어 11월에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그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전체의 위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당연히 PT Astra의 채권 가격은 계속 하락하여 50%대까지 갔다. 그리고 이 손절매에 대해 더 이상의 질타는 없었다. 만약 지금 다시 손절매 결정을 하라고 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지 필자도 알 수 없다.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 p.69, 「제3장, 당신 벤츠 두 대 날렸어!」 중에서
그동안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금융센터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이 지배하던 시기에 구축된 정치적 안전성과 지배구조의 견실함(청렴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친기업적인 노동환경이라고 생각한다. 1997년 중국으로의 지배권 반환 이후 홍콩의 지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오히려 홍콩의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지위는 강화되었다.
그러나 노랑우산혁명과 같은 홍콩 체제에 대한 불신과 항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재 누리고 있는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지위는 심각하게 혼들릴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홍콩의 민주화가 본토의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타협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 p.85, 「제4장, 내 북 찾아주시오!」 중에서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모기지 시장에서 촉발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린 사건이다.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시각에서 보면 1997년도는 아시아라는 국지적인 이머징마켓의 변동성이 폭증한 시기였고, 2008년도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혼란으로 전 세계 모든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중가가 나타난 시기였다.
충격의 강도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2008년도의 위기가 엄중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 및 금융기관들의 대응은 1997년에 비해 훨씬 더 신속하고 체계적이었다. 그 이유는 1997년의 경우 한국의 금융관계자들은 위기의 원인 제공자라는 원죄 의식에서 괴로워했던 반면, 2008년에는 큰 집(미국)의 잘못으로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는 인식으로 좀 더 냉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1997년이라는 시기를 통해 체득한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다.
--- p.108, 「제6장, 외환보유액을 사수하라」 중에서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경과와 필자가 경험한 중국 금융당국자들의 태도를 종합해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도 느긋한 중국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이다. 즉 철저하게 미국 중심인 국제금융질서에서 중국의 위상을 세우고자 하는 열망이다. 필자는 이러한 중국의 상황을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두개의 마음'이라고 지칭하고 싶다. 즉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싶지 않은 마음 과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은 마음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두 개의 마음은 곧 상충하는 욕망이다.
--- p.186, 「제11장, 중국이 진정 원하는 것」 중에서
금융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앞으로 금융의 판단 기준은 수익률, 리스크, 가치의 3요소로 정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금융이 추구하는 가치는 새로운 규제와 그에 따른 새로운 금융질서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금융의 새로운 요소인 가치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금융기관만이 시장을 선도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하고 기업 환경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기업들이 속출하였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투자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는커녕 이렇게 반사회적 행위를 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표방했지만 극한상황이 오자 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들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이다.
--- p.242, 「제13장, 품격 있는 투자자들」 중에서
중국의 경우처럼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법정통화를 기반으로 하여 만든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지칭한다. 비트코인이나 리브라처럼 민간이 개발한 디지털화폐와 대비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이외에도 상당수 주요국 중앙은행은 CBDC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략) 중앙은행들이 왜 이렇게 CBDC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우선 전 세계가 처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소위 언택트Untact거래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디지털화폐의 검토는 불가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트코인,리브라 등 사적 디지털화폐의 부상으로 이러한 것들이 극단적으로 성장하여 사회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국가의 통화정책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p.278, 「제15장, 가상화폐의 정체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