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매력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이 작가의 그 무엇이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경쾌하고 재치있는 대화, 아름다운 문장, 절제된 감정, 그리고 말할 수 없이 투명한 상실감...... 그러나 그의 책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표면의 경쾌함 뒤에 숨겨져 있는 깊이의 추구였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 놓고 내색하지 않을 뿐, 그의 작품들은 모두 존재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 p.415
특히 하루키는 킹의 소설의 일관된 모티프인 반부권성(反父權性), 반권력적 경향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 장편 소설 <댄스 댄스 댄스>를 예로 들어 보자. 우선, 이야기 전반부에서 무대가 되는 '돌핀 호텔', 이 호텔은 엘리베이터의 정체 모를 존재도 포함하여, 스티븐 킹의 작품 <샤이닝>의 무대가 되는 '오버루크 호텔'의 재판에 지나지 않는다. 킹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샤이닝>은 '자비로 몇 번인가 사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을 정도'라고 공언했을 정도로, 그의 마음에 드는 작품인 것 같다. 겨울철 자연 조건이 나빠서, 일단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한 5,6 개월은 외부와 접촉할 수 없게 된다는 유령 호텔 '오버루크'는, <양을 쫓는 모험>에서 일단 눈이 쌓이면 길이 폐쇄되어, '그야말로 동면'으로 화하는 쥬니타키 마을의 산 위 '별장'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 밖에도, 주인공인 '나'와 약간의 영매(靈媒) 능력을 갖고 있는 열세 살의 소녀 유키와의 관계는, <파이어스타터>의 맥기 부녀를 방불케 하며, 저주받은 외제차 마세라티는 <크리스틴>의 58년형 플리머스 퓨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한 인상을 열거해 나가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조금도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하루키는 스티븐 킹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도 똑같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p. 86)
--- p.86
<양을 쫓는 모험>의 '나'는 최종적으로 '쥐'가 양을 죽인 것을 확인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그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1970년 전후의 '청춘'과 그 후의 10년이었다고 한다면, '양 박사'의 '자네는 이제 살아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말은, 바로 '내'가 과거의 환영으로부터 이제 해방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관념(과거)으로부터의 해방, 그것은 곧 현실에의 귀환이었다. 물론 10녀 년 동안에 걸쳐 한 인간을 완전히 점거하고 있던 관념(과거)이, 하루아침에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데는 그 나름의 시간이 필요했다.
--- p.178
<양을 쫓는 모험>의 '나'는 최종적으로 '쥐'가 양을 죽인 것을 확인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그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1970년 전후의 '청춘'과 그 후의 10년이었다고 한다면, '양 박사'의 '자네는 이제 살아가기 시작하고 있다'는 말은, 바로 '내'가 과거의 환영으로부터 이제 해방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관념(과거)으로부터의 해방, 그것은 곧 현실에의 귀환이었다. 물론 10녀 년 동안에 걸쳐 한 인간을 완전히 점거하고 있던 관념(과거)이, 하루아침에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데는 그 나름의 시간이 필요했다.
---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