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조선 사람들은 어떤 잔치에 갔다 하면 그 자리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어 치운다고 봐야한다(게다가 옷소매 속이나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가득 음식을 넣고 간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 그들은 잔칫날 잔뜩 먹으려고 며칠 전부터 미리 굶기도 한다. 내 생각으로는, 대체로 그들은 질보다는 양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선비가 방문했던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의 말이 믿을 만한 것이라면, 일본 사람들은 미적인 감각만을 고도로 계발시켰으되, 손님에게 손바닥만한 잔 몇 개와 근사한 접시들을 늘어놓고 음식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내어놓는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 잔칫날 먹을 음식들 곧 쌀밥이며, 국수며, 뜨거운 떡이며, 땅콩이며, 과일이며 바싹 구운 신선한 과자며, 매운 양념을 잔뜩 친 고기며, '김치' 따위를 기대하면서 굶고 있던 이 가련한 조선 사람은 참으로 비통해 할 수밖에 없다. 아, 잔칫날은 돌아왔건만, 현미경으로나 보일 찻잔 몇 개, 조선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음식(그중엔 틀림없이 생선회가 있었을 것이다) 몇 점이 놓인 손바닥만한 접시 몇 개, 그리고 나머지는 이성과 영혼의 잔치였으니! 다음날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빼빼한 이 사람은 언더우드씨에게 서글픈 목소리로 조선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는데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잘 사는지 그 까닭은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사람들은" 하더니 "하루에 백 원을 벌면 천 원어치를 먹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반대로 하루에 천 원을 벌어 백 원어치를 먹습니다"하고 말했다. ...(후략)
---p.128 6. 하나님이냐, 여호와냐, 상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