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초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초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 수준의 거의 3배까지 올라갔다. 호흡기가 약한 필자에게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민을 생각한 것도 앞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하면 심하지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필자만이 아니었다. 온 국민의 불안감이 전국을 덮었다. 현 정부 들어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 80% 이상이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부의 정책을 국민이 믿지 못한다면 어떤 대책을 발표해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자 한 야당 정치인이 대통령에게 범국가적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대통령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족한 것이다. … (중략) …
우리는 모두 한 하늘 아래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갑니다. 미세먼지 바람이 불어오면 어른이나 아이나, 부자나 빈자나,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피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에 이념이나 정파가 있을 수 없으며, 국경이 경계가 될 수 없습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사회 분열적 요소를 넘어서, 외교적 협력은 물론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합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의 말이다. 그렇다. 너의 이익이나 나의 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해 노력해 나간다면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필자는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참여하면서 실망과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았다. 이젠 머지않아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만날 것이라고 말이다. 자, 이젠 말만 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 행동해야 할 때이다. 편한 숨을 쉬는 그 날까지 말이다.
---「책을 열면서」중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발생하는 원인이 다르다. 미세먼지는 주로 물체 간의 마찰이나 물체를 태울 때 발생한다. 주로 제조업 공장에서 재료를 자르거나 가공하는 과정이나 나무를 태울 때, 주행 중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이 먼지들의 크기가 대개 2.5㎛ 이상이다. 반면에 초미세먼지는 물리적인 마찰보다는 고압·고열에서 태울 때나, 화학적 반응으로 발생한다. 자동차가 초미세먼지를 만드는 주범인데, 자동차의 엔진은 수백 도가 넘는 고온과 함께 대기압의 수십 배에 달하는 높은 고압으로 휘발유나 경유를 태우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과 함께 탄소 입자 등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이들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중 일부는 여러 과정을 거쳐 초미세먼지가 된다.
--- p.31
만약 서울시가 성공적으로 미세먼지를 잘 관리해서 2025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5㎍/㎥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서울연구원은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민의 미세먼지 건강영향 개선 이익이 연평균 4,139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산업 총생산액도 올라 연평균 160억 원 증가하고, 가시거리 개선에 따른 편익은 연평균 최소 438억 원에서 최대 1,4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니까 연평균 최대 5,7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과 산업에 주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p.60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단·장기 건강영향을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활성산소 생성을 증가시켜서 염증반응을 유발해서 염증성 사이토키닌(cytokine)이 증가한다. 이러한 염증반응은 미세먼지의 크기가 작을수록, 중금속이나 내독소가 포함되어 있을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폐 염증반응이나 호흡기질환 악화, 약 사용이 증가고,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 입원 및 사망률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 노출 시에는 하기도 감염 증상 증가, 어린이의 폐기능 저하,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증가, 성인 폐기능 감소 속도 증가, 폐암 발생 증가가 있을 수 있다.
--- p.73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주로 발생하는 12~3월까지 약 4개월간 평소보다 강한 감축 정책을 펴는 것이다. 이 시기는 중국으로부터 미세먼지가 많이 날아오고 우리나라 날씨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조건이 되는 때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집중해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고 기존 비상저감조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강력하게 미세먼지 집중관리를 하는 것이다.
--- p.163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5개의 기본 원칙을 세웠다.
첫째, 과감성으로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과감한 대책이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국민 체감성으로, 국민이 체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대책이라도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셋째, 차별성으로 과거 정부에서 내놓았던 대책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대책이어야 한다.
넷째, 합리성으로 모든 대책의 밑바닥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근거한 대책 제안이다.
다섯째, 실천성으로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반드시 실천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 p.167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2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미세먼지 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유럽은 약 20년, 일본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개선과 관련하여 고작 5년의 목표만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정책을 2030년 장기 목표를 두고 세워 정책의 방향성과 지향성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런 방향성이 있어야만 기후변화 대책과 연계하여 향후 추진할 장기적인 정책 추진(전원믹스 설계, 산업구조 개편, 경유차 축소와 친환경차 보급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