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임상실험에 참여하려고 살인했다? 뭐 이런 거예요?”
“자원했다, 지원했다기보다 자네 연구에 나오는 미래 인간 1호를 내가 잘 알아서 가르쳐 주고 싶었을 뿐이야.”
“미래 인간 1호를 알고 있다고요?”
“아주 잘 알고 있지.”
김제나 교수는 더욱 알 수 없는 이 괴짜 노인의 말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사람은 진짜 정신분열증 환자이거나 과대망상증 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이 연구가 시간 낭비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자네 논문 속에 ‘미래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부족한 것은, ‘본질’이네. 현재의 인간 속에 섞여 있는 과거의 씨앗부터 자라온 이 ‘미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회적인 변화만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특히나 그것을 정신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네. 그래서 나도 치료제를 만들어서 복용해 봤네만 효과가 없었지.”
“제가 논문에서 말한 ‘미래 인간’ 치료제를 이미 만들어서 복용을 해 봤다는 말인가요?”
“그래, 우리 회사 최고의 연구진이 만들어 준 치료제를 복용했지. 그 결과로 살인을 저질렀네만.”
“아니, 그럼 그 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말인가요?”
“뭐 그런 셈이지.”
“회장님이 그 미래 인간이라면 왜 공개하지 않았죠? 그렇다면 좀 더 빨리 관리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공개했다면 아마 듀엘 그룹 이미지가 안 좋아졌겠지. 그리고 주식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했겠지.”
“그 치료제가 부작용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신경정신 치료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야. 사람의 뇌에서 왜 그런 작용들이 일어났는지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란 말이야. 그 병은 일종의 유전병과 같아. --- pp.23-24
그런데 부랑자들이라고 하기에는 제각기 들고 있는 것들이 위험해 보인다. 낫부터 커다란 정글도까지. 1조 요원 1명은 벌써 낫에 다리를 찔려 있다. 문지연이 차에 타라고 외치는 사이, 부랑자들이 달려든다. 문지연이 오른손으로 앞에 달려오는 부랑자의 얼굴을 지나치자 부랑자의 얼굴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친다. 문지연은 분노를 삼키지 않는다. 바로 달려들어 두 번째 부랑자의 가슴에 검정색 칼을 꽂는다.
1조 요원 한 명이 문지연을 바라보며 말한다.
“조장님. 여긴. 필리핀 타 지역이라 면책 특권이….”
문지연은 멈추지 않는다. 눈빛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하다. 문지연이 세 번째 부랑자의 정글도를 피해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다리를 걸어 그 부랑자를 넘어뜨린다. 넘어지는 부랑자의 얼굴을 군화발로 으깨어 놓는다. 부랑자들이 더 모이기 시작한다. 부랑자들의 손에는 하얗게 빛나는 칼들이 들려 있다. 문지연이 조용히 글락 권총을 꺼내어 권총 주둥이에 소음기를 끼우기 시작한다. 부랑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문지연은 멈추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부랑자들을 쏘기 시작한다. 부랑자들이 놀래 달아나지만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조장님.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요.”
“어차피 저놈들은 우리 죽이라고 보낸 놈들이야. 신원이 있는 놈들이 아니라고. 그리고 우릴 그냥 보내진 않았을 거야. 저놈들이 살아 있다고 한들 좋은 일을 하겠나?”
문지연과 1조는 재빨리 차에 타서 이곳을 벗어난다. --- pp.251-252
경비원들이 강제국 회장의 양 팔을 끼고 서서히 문 밖으로 나간다. 강제국 회장의 코에서 코피가 터져 흐른다. 경비들이 코피가 흐르는 강제국 회장을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춘다. 경비 한 명이 주변에 있는 티슈를 찾기 시작한다. 장 바이오 교수가 지혈솜을 찾아 경비원에게 건네준다. 강제국 회장은 손을 뻗어 지혈솜을 천천히 건네 받는다. 그 순간, 강제국 회장의 손이 경비원의 얼굴로 향했다가 내려온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경비원의 두 눈에서 피가 솟구친다.놀라서 바라보는 장바이오 교수에게 등을 돌린 채, 나머지 한 명의 경비원의 목을 찌른다. 강제국 회장의 손가락이 경비원의 목을 꿰뚫는다. 강제국 회장이 손을 떼자, 경비원은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진다.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는 장 바이오 교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올드하고 진부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 살과 살이 부딪히고, 피가 튀는 그런 것 말이야. 김승희 교수는 적어도 이런 아마추어는 아니었지. 자네는 애송이일 뿐이야.”
장 바이오 교수는 할 말을 잃은 채, 이 늙은이를 바라보고 있다. 거동하기도 힘들 텐데 어떻게 순식간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 강제국 회장은 왼쪽 쟈켓에서 조그만 캡슐을 꺼내어 입에 짜 넣는다. 방 안에는 오렌지 향이 퍼진다.
“그 미래 인간 1종 치료제 말이야. 부작용이 있지. 이런 부작용.”
강제국 회장은 장 바이오 교수에게 다가간다. --- pp.318-319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는 김제나 교수님에게 여쭈어 보겠습니다. 김승희 교수님의 연구를 이어서 김제나 교수께서 미래 인간에 대한 연구를 세상에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 미래 인간에 대한 연구와 가치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연구에 대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래 인간은 아직까지 병이라고 저는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인류가 맞게 되는 형질의 일부로 변할까봐 두렵기도 하구요.”
“형질의 일부로 변할까봐 두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들이 미래 인간의 증세가 보편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두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증세가 우리 사회에서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니까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바이오 연구소의 체계가 좀 달라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달라지는 것입니까?”
“네, 연구소장은 일반 연구원 출신이 아닌, 국가 기관에서 임명하는 국가 기관장이 맡을 것이고요, 5년에 한 번씩 변경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연구소장은 연구원 출신들이 하게 되고,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행정과 연구를 분리한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 pp.323-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