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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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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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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39쪽 | 471g | 129*204*20mm
ISBN13 978899078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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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원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으며, 1991년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소설가이다. 주요 저서로는 에세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주는 책』과 『행복한 씨앗』등이 있으며, 청소년 평전 『큰 의사 노먼 베쑨』과 『날개의 꿈 이상』을 펴낸 바 있다. 현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네 번째 평전과 일상 속에서 거듭나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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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몹시 고파왔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밥이라도 얻어먹을까 생각했지만 정생은 단단히 각오를 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단순히 한 끼 때문에 구걸을 할 바에야 철저한 거지가 되자는 생각이었다. (중략) 먹을 것이 생기면 지나가던 다른 거지를 불러 건네주기도 했다. 특히 거지가 된 아이들을 만나면 대신 구걸을 해서 그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그들을 놔두고 돌아서는 정생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혼자 속으로 울었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깡통에 채운 것들을 나눠주었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깡통에 든 음식을 정신없이 먹어치운 한 아이가 각설이 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숟가락으로 동냥 깡통을 두들기며 아이들은 또 먹는 타령이었다. 거지가 된 아이들의 눈에는 온통 먹을 것밖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정생 역시 극도의 배고픔으로 지쳐 있었지만 그런 아이들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정생이 힘들게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선창하자 처음에는 멋쩍어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생은 속으로 흐뭇했다. 부모를 잃고 혹은 가난으로 거리에 내몰린 채 거지로 살아가는 아이들. 하지만 아직 그들의 마음에는 동심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정생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들판을 달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모든 것이 혹독한 시련이었지만 자신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힘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마다 거지들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그 수많은 거지들 속에서 정생은 더욱 헐벗고 지쳐가는 영혼으로 남겨지기를 원했다.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믿고 보다 철저한 밑바닥을 체험하고자 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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