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야 군이 옛날 그대로라서 기뻤습니다.
당신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겠습니다만, 그 무렵의 당신은 특별한 존재이며,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제가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자마자 곧바로 법학부에 들어갔다던 당신의 존재를 떠올린 것은 마사야 군에게는 불운이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눈으로 꼭 판단해주었으면 합니다.
저는 사형을 받을 만한 인간입니다. 누구보다 스스로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에 풀어놓아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굳이 이렇게 적습니다.
저는 입건된 8건의 살인으로만 재판을 받고, 사형대에 매달려야 합니다.
결코 9건의 살인으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 p.41
다음에 마사야가 만나러 간 것은 하이무라의 유소년기를 잘 아는 상대였다.
자료에 따르면 친모의 사촌 언니에 해당하는 그 여성은, 하이무라 야마토가 세 살부터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즉 미취학 아동일 무렵에 자주 맡아서 돌봤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적하자 그녀는 뺨을 일그러뜨렸다.
“좋아서 맡고 있던 게 아니에요. 항상 애를 데리고 와서는 놓고 갔지요, 자기 멋대로.”
현재 60대 중반인 여자는, 마사야를 집 안에 들이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마사야는 여자와 문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서서 대화를 나누었다.
--- p.83
문득 마사야의 손이 멎었다. 그의 눈은 한 장의 사진에 빨려 들어갔다.
단체 사진이었다. 10명 남짓 남녀가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중심은 하이무라 오리코다. 그 옆에 20대 전후의 하이무라가 서 있다.
사진 가장자리에는 날짜와 함께 ‘자원봉사 멤버들과 함께’라고 쓰여 있고, 인물들의 이름이 작게 로마자로 적혀 있었다. 오리코의 바로 아래에는 ‘Oriko’, 하이무라 아래에는 ‘Yama’라고 적혀 있다. 오리코 이외에는 모두가 젊은 남녀였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 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자도 있었다. 마사야의 시선은 가장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소녀 위에서 멈췄다.
깡마른 작은 몸집의 여자. 고등학교 운동복 차림으로 머리카락을 목 뒤에서 둘로 나눠
묶고 있다. 입가만 흐릿하게 웃고 있다. 사진 하단에 적힌 이름은 ‘Eri’였다.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p.175
―나도 하이무라처럼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하이무라 야마토가 했던 일과 똑같이. 저 소녀들 중 어느 한쪽과 친밀해지고, 인적 없는 골목으로 꾀어 들일 정도의 믿음을 얻고…….
―나라면 빨간색 가방 쪽이 좋겠다.
하이무라의 취향은 청결한 느낌에 왠지 모르게 중성적인 소년소녀다. 하지만 나는 여자아이다운 쪽이 좋다. 부드러워 보이고, 가늘고,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듯한 가녀린 체구에 약해 보이는 저 살과 뼈.
마사야는 잠시 멈춰 서서 소녀들을 바라보았다.
--- p.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