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어 가장 순수한 시니피앙이에요. 음식이자 감정, 물질이자 비물질, 환희이자 서글픔! 같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배경을 공유하는 한 세대에게 이렇게 다양한 시니피에, 즉 기의와 연결되는 기표가 또 있을까요? 우리는 바로 그 지점을 치킨으로써 조명한 것입니다!
--- 김희라 Fake Interview, 「그 많던 치킨은 누가 다 먹었을까?」 중에서
닭으로 인해 인류가 번성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류로 인해 닭이 번성했다고 해야 할까? 치킨은 이 심오한 질문에 대한 탐구를 무색하게 만든다.
--- 심보선 에세이, 「먹거리인가 장르인가」 중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과 방향이 있기에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를 수 있으니까.
--- 백세희 에세이, 「오늘 저녁은 치킨이 아니닭」 중에서
우리는 날지 ‘못하는’ 새들이 아니라 날지 ‘않는’ 새들입니다. 창공을 누비는 자유를 스스로 반납하고 대지의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닭은 어떻습니까? 저들이 땅에 정착한 이유는 인간에게 노예처럼 사육당했기 때문입니다.
--- 최제훈 소설, 「날지 않는 새들의 모임」 중에서
그래도 비둘기는 치킨이 될 수 없다고? 천만에. 당신은 그것이 닭이라서 좋아했던 게 아니다. 만 원에서 이만 원대의, 자극에 길들여진 미뢰를 기름지게 만족시켜 줄, 긍정적인 이미지의 식품 메뉴 하나를 좋아했던 것뿐. 그러니까 사실은. ‘진짜’ 치킨. 이딴 게 도대체 어디 있냐고. 우물우물.
--- 신종원 소설, 「리얼 플레이버」 중에서
연애할 땐 서로의 대화와 협상으로 ‘반반 무 많이’의 과정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짝사랑러에겐 선택지 따윈 없다. 네가 좋아하는 치킨이 내가 좋아하는 치킨이 되고, 네가 안 먹는 부위가 내가 즐겨 먹는 부위가 된다.
--- 이슬 소설, 「밸런스 게임」 중에서
식전에는 슬픔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기쁨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묵상했습니다 밖에서는 눈보다도 먼저 비가 세차게 쏟아집니다
--- 황인찬 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함께 치킨만 시켜 먹어도 행복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서로를 위한 마음들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삶이란 그렇게 쌓여 가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정지우 아티클, 「매일 쌓아 가는 삶의 조약돌들에 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