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SF, 무엇이 달라졌는가?
『오늘의 SF 걸작선』에 실린 최신 SF 중에는?서로 다른 존재 간의 화합?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외계인이 차지한 모네의 걸작 「수련」을 놓고 펼쳐지는 늙은 퇴역 군인의 테러 실패담(앨릭스 M. 델라모니카, 「미술관에서 보낸 어느 한가한 하루」), 외계 행성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종족의 전통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지구인의 경험담(어슐러 르귄, 「안사락 족의 계절」),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 낸 새로운 지성체와의 갈등과 공존(그렉 이건, 「단일체」) 등, 오늘날 SF 작가들은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 정복하는 대신 낯선 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과 과학을 반영하는 SF의 장르적 특성이다. 곧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와 전쟁으로 얼룩진 세기 초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작가들의 의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낯선 시간과 공간, 그 속에서 빛나는 아이디어들의 향연
단편 소설을 읽는 재미는 역시 ?속도?와 ?아이디어?에 있다. 작가는 장편에 비해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속도감 있게 표현해 내고, 독자는 짧지만 힘 있는 이야기 속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SF는 장르의 특성상 이러한 단편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며, 황금가지에서 준비한 데이비드 하트웰의 걸작선은 단편의 미덕에 충실한 최신작들로 가득 차 있다. 독자는 ?국토안보부?가 지배하는 근미래의 경쾌한 사랑 이야기(브루스 스털링, 「천국에서」)를 엿보고는, 곧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에서 벌어지는 지적 외계 생물체와의 조우(마이클 스완윅, 「슬로 라이프」)를 목격할 것이다. 뒤를 이어 우주 정거장에서 펼쳐지는 슬프고도 무서운 연애담(제프리 랜디스, 「도라도에서」)과, 갈라파고스 제도에 건설된 우주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생태학자들의 싸움(켄 워턴, 「철새 이동 경로의 수정」), 『장화 신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반(半)고양이 여인과 주인의 모험담(폴 디 필리포, 「에일로라」) 등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외 매 편의 작품에서 작가들은 과학적 지식을 이용한 논리와 넘치는 기지로 낯선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풀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