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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중] 피렌체 예술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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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중] 피렌체 예술 산책

: 피렌체를 걷고, 우피치를 담고, 르네상스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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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67g | 152*210*30mm
ISBN13 9788961961134
ISBN10 896196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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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렌체’와 ‘우피치’라는 두 고유명사는 르네상스 미술을 상징하는 기호처럼 읽힌다. 결국 피렌체로 들어가 우피치로 나오는 여정은 르네상스라는 서양 문명의 압축파일을 풀어내는 체험과도 같다. 덕분에 이 도시는 1300년대 언제쯤부터 시작해 겨우 300년만큼의 세월만 품고 있는 듯하다. 맥도널드나 고속철도, 택시와 버스가 구지레하게 느껴지는 곳. 높이 치솟은 대형 빌딩이나 마천루는 아예 찾으려야 찾을 수도 없는 곳. 이 도시는 르네상스, 딱 그 즈음 만큼의 시간대를 쉬이 변하지 않는 공간에 채워두고 있다. ---p.7

온몸을 비틀고 있는 사비니 여인의 절규가 아치를 넘어서 광장으로 터져 나올 듯하다. 그런 그녀를 억지로 취하려는 남자의 몸이 뱀처럼 비틀려 있다. 또 다른 한 남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더 이상 사건이 진전되지 않도록 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엉킨 세 사람의 몸은 고통과 비명, 욕정으로 가득하다. 이 언짢은 사건의 단편이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예술의 힘이다. 또 잠볼로냐의 힘이다. 추한 것도 아름답게 각색된다. 기어이, 멋지다 소리가 나온다. 얼른 입을 막고 싶지만 나야말로 역부족이다. ---pp.32-33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는 덜 알려진 곳이라 비교적 한가하다. 잠깐 가방을 내려놓고 계단에 앉았다. 아귀 하나 틀리지 않게 잘 계산된 건물 중앙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만약 브루넬레스키가 본다면 자신이 만든 정확한 좌표 위의 한 점으로 생각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질서가 잘 잡힌 건물은 그 안에 든 사람의 생각마저도 정갈하게 하는 힘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단순함 그리고 고요함이 바로 르네상스에 미쳐버린 19세기 독일 미술사학자 빙켈만이 ‘고요하고 단순한 고전의 아름다움’을 외친 이유였을 것이다. ---pp.121-122

조토가 그림 속에 표정을 넣어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지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림은 누가 봐도 이젠 완전히 중세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사진처럼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졌지만, 르네상스가 무르익으면서 화가들은 여러 표정을 표현하기보다는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대리석 조각처럼 인물들을 다소 차갑고 무표정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빙켈만이 르네상스 미술을 일컬어 “고요하고 위대하다”고 말한 것이 단순히 건축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격정보다는 안정을 추구했고, 질서와 균형이 돋보이는 절제된 분위기, 그것이 바로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이 되었다. ---pp.152-153

산로렌초 성당은 말하자면 메디치 가문의 전속 성당이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이면 이 정도 규모의 성당을 오지 자기 가족만을 위해 지을 수 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내부가 눈부실 만큼 화려한 건 아니다. 브루넬레스키 특유의 고전적 규범이 강조된 곳이어서인지 차분하고 고요하다. 아치와 날씬한 기둥, 흑백의 단순한 느낌. 수학적이고 규칙적인 르네상스의 특징이 물씬 풍긴다. 정갈하고 깔끔해서 잠시라도 세속을 잊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p.182

부활을 의미하는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인들은 자신의 선조들의 남긴 고대의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부활시켰지만 독일 지역은 부활시킬 직계의 유산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학자들은 알프스 이북의 여러 나라들에는 르네상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한다. ‘다시 태어나게 할’ 그 무엇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르네상스를 문예부흥 차원으로 보자면 이곳에도 더 진보적이고 더 새로운 시도로서 문화를 갈망하는 기운은 분명 있었다. ---pp.267-268

바로크 미술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운동감이다. 정적인 고요함을 추구한 안정된 구도의 르네상스 미술에 비해 바로크는 확실히 그림 속 인물들의 운동감이 고조돼 있다. 금방이라도 다음 장면이 진행될 듯 화면을 박차고 거칠게 튀어나올 것 같은 착시 현상은, 고요한 르네상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격정적이고 과격한 구도 때문일 수도 있다.
---pp.31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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