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내가 실제로는 현대 예술에 대해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면 어떤 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단지 고철류의 작품들과 마구 휘갈긴 듯한 그림들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만약 이러한 분야에 종사하는 존경할 만한 공예가들이 단지 카펫이나 커튼, 넥타이 등의 참한 무늬를 고안하든지, 쓰레기 더미를 일종의 장난이며 농담이라고 여긴다면 나로서는 그들이 그러한 일을 계속해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 p.122
불평 한마디 없이 이 모든 것을 그대로 삼켜야 합니까? 아무런 저항 없이 예술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저에게 말하는 몇몇 전문가의 명령하는 식의 설명이나 판단에 그대로 순종해야 합니까? 그들은 근사하고 그럴듯한 말로 저에게 말해 주고 있지만 '너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의 차갑고 오만한 태도로 설명을 합니다. 그것은 조그만 어린애에게 가하는 따귀와 같은 것입니다.
--- p.186-187
논쟁에 임하는 나의 이러한 각오는 또한 일정한 역사적인 차원을 갖고 있다. 즉 나는 현대 예술의 추한 면과 그 세균을 이미 몸 속에 지니고 있는 미래의 세대들에게 이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이 그래도 한때 있었다는 것을,적어도 기억속에서만이라도 남겨주고 싶다. 대개의 학자들이 황당무계하고 불합리한 현대예술에 대한 항변을 짐직 아주 점잔을 빼며 표현한다면, 나는 아무런 꾸밈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바를 개진하고자 한다.
--- p.11,---pp.7-11,--pp.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