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아이’란 우리의 인격 중에서 가장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부분으로, 감정을 우선시하는 ‘직감적인’ 본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본래 모습이자 핵심적인 자아, 타고난 인격인 셈이다. 이러한 내면아이에는 재능 · 본능 · 직감 · 감정이 있다. 또한 내면아이를 우뇌에 비유할 수 있는데, 우뇌는 감정과 경험을 담당하는 창조적인 부분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내면아이와 어린 시절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유치한 일’들을 많이 한다. 혀 짧은 말을 하고, 진흙에서 뒹굴며, 화가 나면 형제들과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제멋대로 되지 않을 때는 입을 삐죽거리거나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내면아이는 어린 시절의 유치함이 아닌 ‘순수함’을 말한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내면아이의 연약함 · 직관력 · 경이로움 · 상상력 · 타고난 지혜 ·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쇠퇴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내면아이와 어린 시절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러므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내면의 본성, 즉 내면아이가 꼭 불행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 p.36
사실 의식적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 대부분이 ‘성숙하고 적절하며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행동이 뒷받침될 때만 의미가 있다. “우리가 한 선택이 사랑을 베푸는 행동으로 이어졌는가?” “우리의 행동이 나와 타인의 영적이고 감정적인 성장에 기여했는가?” “우리의 자존감이 증가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내면아이를 버렸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내면아이를 버리면 자신을 돕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없다.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내면아이가 성인자아로부터 버림을 받으면, 자신이 사랑스럽지 못하고 무가치하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성인자아가 자신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물건에 의지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의지하는 것이 바로 의존이다.
--- p.62~63
내면아이가 되어 말할 때는 인형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선 인형의 얼굴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고 가슴에 안은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신다. 내면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마치 아이가 된 것 같은 상상을 하라. 인형이 당신의 내면아이가 되는 것이다. 성인자아가 앞에 앉아 있거나 사랑의 에너지로 내면아이를 감싸주는 모습을 그려라. 당신의 지금 현재 얼굴, 즉 성인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앞에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고통을 느낄 때 내면아이 혼자가 아니라, 성인자아가 옆에 함께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아이였을 때 우리는 혼자서 외로움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내면아이 곁에서 사랑을 베풀면 그 외로움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자신을 알고 배우려는 의도로 내면아이와 말이나 글을 통해 대화할 때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보살핌의 에너지를 이끌어내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 p.94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사건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이 아닌 자신만의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진 잘못된 믿음이 있다. 바로 우리의 행복과 불행이 외부에서 온다는 믿음이다. 즉 타인이 우리를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과 사랑하고 인정해주는지 여부 등 말이다. 잘못된 믿음으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며 결국 우리는 타인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힌 한 우리는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다. 누군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나 다른 사람을 바꾸면 내가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즉 건강하지 못한 의존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자신의 생각과 믿음, 자신과 타인에 대한 나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 진실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한, 자신은 무력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한 피해자라는 생각에 갇혀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아이와의 사랑스러운 유대를 통해 스스로의 행복과 불행, 기쁨과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시작할 때 건강한 삶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 p.100
부모에게서 좋은 양육을 받았든 그렇지 못했든 인생의 진실은 항상 똑같다. 자신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라는 사실이다.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도 이를 대신할 수 없다. 누구나 타인에게서 좋은 느낌, 안전한 느낌, 사랑받는 느낌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사실 삶의 슬픈 진실 중 하나는 우리가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것을 어른이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얻거나 중독과 같이 우리를 잠시 기분 좋게 하는 행동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아무리 많은 사랑을 얻어도 내면에서는 자신이 하찮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느낌만 지속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외부에서 사랑을 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 내면을 살펴보고 배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닫혀버린다. 그렇게 되면 외부에서 사랑이 온다고 해도 우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그저 일시적인 진통제 같은 역할만 할 뿐이다. 만약 공허함을 채우고 고통과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완벽한 부모나 이상적인 배우자를 계속 찾고 있다면 아마도 평생 기다려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고통스러울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바로 우리 내부에 있다.
--- p.112~113
은밀한 조종은 칭찬 · 보살핌 · 친절함 · 유혹 등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이 우리를 좋아하거나 인정하도록 만들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의 말에 동의하거나 자신은 원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이 원하는대로 따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하고 싶지 않은데 상대방과 잠자리를 한다든지,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도 그 사람과 억지로 시간을 보낸다든지, 사고 싶지 않은 것을 산다든지, 심지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갖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얻고 인정을 받거나, 거부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포기할 때만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며 자신을 설득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이란 이렇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인정을 받거나 상대방의 비판적인 시각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준다면, 우리는 상대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의도는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받거나 회피하려는 의도다. 진정한 기쁨으로 베푸는 것만이 사랑에서 우러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 p.129
성인자아가 지나치게 허용적인 부모의 모습일 때는 내면아이의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서 내면아이를 방치하거나,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정작 필요한 욕구는 충족시켜 주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두려운 마음이 들 때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다른 감정으로 회피한다. “기분이 끔찍한 걸. 그러니 술이나 한 잔 더 마셔야겠어.” 어떤 일에 실패할 때는 상처받은 감정 자체를 무시해버린다. “어쨌든 그 프로젝트는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어.” 이후에는 다른 감정으로 회피한다. “기분을 좋게 하려면 쇼핑을 좀 해야겠어.” 때로는 내면아이를 적절히 자제시키지 못하고, 내면아이가 기분 내키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거나 신체적인 해를 입히도록 그냥 놔둔다.
자신의 감정과 단절되는 것은 내면아이의 부모가 되는 일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가 사랑스러운 부모가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성인자아가 그 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것이다.
--- p.165~166
현대사회에 뿌리내린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사랑하는 두 사람은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두 사람이 결합해 완전해지고, 더 이상의 외로움은 없을 거라는 착각이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먼저 자신을 사랑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때문에 사랑에 마음을 열지 못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부부 관계를 위해서는 부부 모두가 자신의 내면 감정과 잘 연결되며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관계에 대한 보험은 없으며 오로지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즉 우리의 성장을 위한 노력에 끝이 없고, 그 노력의 과정에 우리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만약 부부가 모두 내면과의 유대감을 유지하고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인생의 무한한 풍요로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p.231~232
자신의 내면적인 단절 때문에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든 상관없이 의존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내면에 두려움을 안고서 결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의존적 관계의 증상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애인과의 갈등은 부부 사이의 갈등과 유사한 점이 많다. 연인 사이에도 부부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 자신이 상대에게 부족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겪는다. 때로는 시간, 돈, 섹스 문제로 다툴 수 있다. 또한 한쪽이 이미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거나 결혼을 한 경우에는 삼각관계로 고통 받을 수 있다. 동거를 하면 돈이나 집안일과 관련된 문제들이 떠오른다. 결혼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보통 서로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불안함이 의존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면적인 유대감을 맺지 못한 사람들은 의존적인 행동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표출한다. 또한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늘 이 사람 저 사람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 p.237~238
부모님께 베푸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지고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두려움 · 의무감 · 죄책감에서 부모님께 베푼다면, 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항상 분노와 원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의존적인 방식으로 부모님께 베풀도록 스스로 강요하는 것은 사랑을 베풀지 않는 행동이다. 자식을 키울 때는 사랑을 주기는커녕 함부로 대했다가 나중에서야 부양받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많다. 이런 경우라면 부모님을 돌보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학대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했든 성인이 된 이후 그 관계는 바뀐다. 또한 우리는 자라면서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도 커지고 부모에 대한 감정도 바뀐다. 결국 부모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질 것인지는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차원적인 힘과 내면아이와의 유대감 형성을 통해 어떤 것이 자신에게 옳고 사랑을 베푸는 행동인지 결정해야 한다.
--- p.302
사람들은 홀로 있는 것을 두려워해서 잘못된 관계나 학대당하는 관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조종해 붙잡아두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내면아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면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아야 하고, 성인자아는 행동을 통해 내면아이를 충족해줘야 한다. 우리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대로 남도 우리를 대한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이들이 내면아이와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보면,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내면아이와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보면,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한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선을 설정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 p.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