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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중] 삶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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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중] 삶은 토마토

캐롯 글그림 | 문학테라피 | 2019년 03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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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68g | 149*210*30mm
ISBN13 9788965135401
ISBN10 8965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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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아껴 먹고 싶은 한 끼
도서2팀 박숙경(beblue84@yes24.com)
2019-03-20
우리집은 외식이 적었다. 고향의 맛을 극도로 경계하는 주부였던 엄마는, 동생과 내가 군것질을 포함한 바깥음식에 입맛을 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엄마의 손맛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고분고분했던 나는 먹지 말라는 것을 굳이 몰래 찾아 먹는 모험을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식구가 한 끼를 먹기 위해 일부러 어딘가 가서 값을 치르고 식사를 했던 기억이 신기할 정도로 없다. 내가 대단한 지불을 할 나이는 아니었으니 더욱 그런 거겠지만, 하다못해 등하교 때나 친구들끼리 모여서도 그 흔한 떡볶이 한번을 사먹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집에서 먹는 식사는 물론 한식이 기본이긴 했지만, 엄마는 모험심이 강한 편이었다. 엄마가 글로 배운 음식 중에 얼마는 실패하고, 또 얼마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도대체 원래 어떤 맛인지를 모르니 어린 날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면 “맛있어!” 였던것 같다.

그 여러가지 메뉴 중에 '피자'가 있었다. 지금이야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지만 근 삼십년 전에 피자라니. 엄마도 먹어보지는 못했고, 빵 위에 토마토 소스와 햄, 야채, 치즈를 올린 거라는데…. 토마토 소스는 케첩으로 대신하고 수입식품매장에서 어렵사리 치즈를 구해, 프라이팬에 밀가루반죽을 구워 그 위에 갖은 재료를 올려 구워주는 '피자' 라는게, 이제와 말이지만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난 예나 지금이나 버섯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왜 매번 양송이 버섯은 그렇게 크게 잘라 올리는 건지. 하지만 케첩도 달달하고, 햄이며 소시지, 치즈와 함께 먹는 빵 맛이 나쁜건 아니었고, 왠지 모르게 피자를 해주면서 엄마가 참 뿌듯해 하는게 재미있어서 자주 해달라고 졸랐던 음식.

훗날 좋아하는 남자애의 생일에 초대받아 가서 처음 먹어본 시판 피자라는 것의 맛이, 그 애가 J와 사귀기로 했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이야기. 그 ‘피자’를 시작으로 해서 대학에 입학하고 후기 사회화(?)를 거치며 다양한 메뉴와 맛의 인지부조화를 겪은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식구들 해 먹이는 걸 업으로 여겼던 엄마 덕분에 좋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는 게 참 행복한 일이라는걸 참 자연스럽게 배웠다. 때로는 먹는 일이 참 고되고, 귀찮고, 치사스럽기까지 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아는 나이가 됐지만. 그렇지만 때때로 육체적으로 나를 채우는 일이 마음까지 도닥여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당연히,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물밀 듯 밀려오고 자동 BGM이 재생되지는 않겠지만. 『삶은 토마토』에는 누구에게든 그런 한 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는 듯하다.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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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서 작가는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뽑아내고 그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캐롯 작가의 책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의 책은 겨울철 약하게 틀어놓은 전기담요 같다.
- 유현준 (건축가)

깊이 파고들어 관찰하고 한 걸음 물러나 묘사하는 캐롯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꼭꼭 씹어 음미하여 그려낸 삶은 이렇게나 낭만적이다.
- 김인정 (만화가)

이토록 소박하고 차갑고 아련한, 때로는 거짓으로 포개어 감춰놓은, 누구든 삶의 한 구석에는 있을, 낡은 서랍 속 일기장 같은 이야기들.
- 포스티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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