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 재정의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행 1차 년도의 사망자 수는 이미 70세가 넘은 자를 포함해서 약 2,200만 명, 2차 년도부터 해마다 150만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여파로 연금제도가 붕괴되었으며, 국민 의료보험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빨리 죽었으면 합니다」중에서
아아, 자유롭고 싶다.
내일부터라도, 아니, 지금 당장.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지?
이 집을 뛰쳐나가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출?
그러니까, 그 말은…… 이혼?
하지만 혼자서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지?
돈…… 돈!
---「빨리 죽었으면 합니다」중에서
한 번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을 쓰는 맛을 경험하면 그걸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도 불경기를 빌미로, 마음대로 쓰고 버릴 수 있는 편리한 비정규직을 쓸 속셈인 것이다.
정규직이라는 직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한 줌의 우수한 인재에 국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우수함을 판단하는 근거는 이제 학력이 아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요?」중에서
“아 참, 우리 남편 친구 중에 지로라는 사람이 있는데, 고독사를 했다지 뭐야.”
“요즘 세상에 드문 일도 아니지.”
“그게 혼자 사는 것도 아니었어. 아들네랑 같이 살았다고. 그런데 죽은 지 이틀이 지나서야 알았다지, 뭐야. 그 지로라는 사람이 며느리가 끔찍해할 만큼 일찍 일어나서 매일 아침 부엌까지 와서 밥을 달라고 졸랐대. 그런데 아침에 오지 않으니까, 오늘은 배가 안 고픈가 보다 하며 자기 편리하게 해석했다고 하니까 기가 차지. 그리고 다음 날 밤이 되어서야 그 사람 방에 가 봤다지 뭐야.”
---「가족이란 무엇일까요?」중에서
“그만둘 수 없어. 정사원 된 거, 평생 처음이라고. 기적이야.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어. 그런데 어떻게 그만둬. 안 돼.”
“무슨 소리야.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비하면 월급이 턱도 없이 낮잖아.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
“그래도 정사원은 앞날이 보장돼 있잖아…….”
---「태평한 남자들」중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노후가 불안했다. 이제 막 서른이 되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남자에게 별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짜증스럽도록 자각하고 있다. 아마 평생 독신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데 목숨만 질겨서 100살까지 장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얼마나 돈을 모아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인가.
---「태평한 남자들」중에서
“마사키, 아빠 잘 도와주고 있니?”
“할 수 있는 건 하고 있어.”
“그래. 아무튼 아빠에게만 부담 주는 건 안 좋아. 그럼 또 엄마 꼴 나니까.”
“알고 있어.”
---「마주한 내일」중에서
소설에서 제시되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단순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오래 살아도 되고,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것인가.
---「해설 ? 오래 살고 싶지 않습니다」중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이면에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갖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생산 인구의 저하로 국가 자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이는 젊은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 인구는 충당되지 않는다. ……
도요코의 가출은 며느리이며 아내이자 엄마인 역할로서의 자신에서, 오롯이 그녀라는 존재로 돌아감을 뜻한다. 그리고 도요코의 가출을 계기로 이 가정은 온갖 해결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마치 시행을 앞둔 ‘70세 사망법안’이 온 국민으로 하여금 지금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거기에서 벗어날 획기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실천하게 한 것처럼. 이 가정이 보여 준 속살에서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이미 그런 상황일 수도 있고, 머지않아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옮긴이의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