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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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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생각한다

: 법과 사람 사이에서의 50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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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62g | 135*210*20mm
ISBN13 9791190955102
ISBN10 119095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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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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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으로 법원에 오는 분들 중 절대다수가 피고에게 큰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달라’고 오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 ‘내가 저 새끼 보기 싫지만 판사님 얼굴 봐서 한다’면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꼭 법정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기 기준에서 아니다 싶으면 이해하려 하기보다 비난을 먼저 한다. 왜 억울한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부처님처럼 넓은 마음도 필요 없다. 그냥 조금만 마음을 열면, 그저 상대방을 사람으로 대해주면 된다.
--- p.37, 「금만 더 귀 기울여 들어주면 된다」 중에서

법만 잘 알고 있으면 되지 인생을 알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염소, 강아지, 토끼도 아니고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도 아니다. 재판은 사람이 받는 것이다. 인생을 안다는 것은 곧 사람을 아는 것이다. 솔로몬이 법을 잘 알아서 명판결을 내린 게 아니다.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살만 베어내라는 명령이 법전에 있을 리 없다.
--- p.47쪽, 판사가 인생을 모른다」 중에서

중단해버릴까 하는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되돌아가면 남은 생애가 얼마나 될지 몰라도 늘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은 없지만 노심초사, 불안하지는 않다. 내가 나서서 되지 않을 일이라는 걸 안다. 내가 선두에 나서면 나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 p.118쪽, 법조인의 사명」 중에서

내 사는 건 만족하니 되었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그전까지는 바보처럼 보이던 사람도 나하고 똑같아 보였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사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살아온 습관이 있으니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자주 대면하지 말자는 처방도 했다. 참 편하고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훌쩍 높아졌다. 당시 내가 많이 들었던 말이 이거였다.
“요새 좋은 일 있어? 왜 그렇게 싱글벙글이야?”
“아, 세상이 그냥 좋아.
--- p.147쪽, 예순다섯에 철이 났다」 중에서

외로움, 쓸쓸함, 허전함 같은 것이 허물없는 친구인 양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면 그때 아버지도 이랬겠구나 생각한다. 환갑이 지나서 종교서적과 더불어 자기 수양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 덕분에 당신은 하지 않은 늙는 것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래서 70대가 그랬던 것처럼 80대도 낯설지만은 않다.
--- p.168쪽, 내 노년의 스승, 아버지」 중에서

이렇게 순진무구했던 내가 요즘은 결혼정년제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곤 한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서 서로 결혼관계 유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부부관계가 해지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부가 경제적으로도, 집안살림에도 자립심이 생기지 않을까. 같이 오래 살고 싶으면 서로에게 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혼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에 굳이 정년제가 뭐 필요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정년을 박아 두면 오히려 이혼율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잉꼬부부니까 당연히 정년 연장을 했을 것이다.
--- p.202쪽, 서로 공기처럼 살기로 했다」 중에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각자 나름의 즐거움이 있고 보람이 있다. 나는 여전히 즐겁게 보람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늙었다는 것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느끼고 있다. 되지도 않는 헛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이미 사실인 것을 거부하지 말고 스스로 노인임을 받아들이면 된다.
--- p.211쪽, 노인답게, 즐겁게」 중에서

얼마 전 검찰 출신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배가 “이번에 보니까 검사들 정말 나쁜 놈들이더라”고 했다. 조사받으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내가 말해주었다. “억울하게 생각하지 마. 너도 검사하면서 그런 짓 많이 했을 거다. 너에게까지 그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겠냐.”
--- p.261쪽,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중에서

그날 135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 정류장에서 내렸다. 달빛 비치는 골목을 지나 집까지 15분을 걸었다. 달이 나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인생의 보람을 느꼈다. 판사의 프라이드와 희열을 느꼈다. ‘내가 오늘 친절하게 재판 잘했고 선고도 잘했다. 나 때문에 산 사람도 있다. 열심히 했다.’이 맛을 모르면 판사 하지 말아야 한다.
--- p.281쪽, 전관예우라는 보이지 않는 비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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