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브레인 콘택트’는 제인이 시도해 보기로 했다.
“뭘 찾으면 되나요?”
“넌 그냥 보고 듣고 느끼면 돼. 아빠의 뇌 신호가 어떤 의미인지는 네가 경험한 데이터를 통해 하나씩 해석할 거니까.”
첸 박사는 제인의 어깨를 도닥여 주었다.
먼저 다녀온 수인이 말해 준 아빠의 뇌 속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했다. 제인은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빠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p.27 「제1화 ‘아빠에게 가는 길'」 중에서
손잡이 위쪽에 잠금장치가 있었다. 제인이 몸에 붙은 곰팡쥐 하나를 떼어 바닥에 던지자 곰팡쥐는 두 개가 되고 네 개가 되었다. 순식간에 늘어난 곰팡쥐들은 끝도 없이 다시 달라붙었다.
“어떡하지?”
이제 달아날 곳도 없었다. 제인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p.55 「제2화 ‘기억의 나무를 쓰러뜨리려는 곰팡쥐들'」 중에서
“그러니까…… 아빠를 만난 것 같긴 해.”
“만난 것 같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짜 아빠를 만난 거야?”
여간해서는 흥분하지 않는 수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동동거렸다.
“딩가딩거가 둘이었거든.”
--- p.80 「제3화 ‘아빠가 사라진 위치는 어디?'」 중에서
수인이 소리굽쇠를 집어 들어 딩가딩거를 향해 흔들었다. 딩가딩거가 앞발로 소리굽쇠를 툭 치자 ‘징~’ 하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본 제인이 외쳤다.
“수학적인 연결 고리라……. 생각났어! 아빠가 편지에서 음을 더해서 음악을 만든다고 했잖아. 수학적으로!”
수인도 수의 덧셈에 관해 쓴 아빠의 편지를 기억했다.
“맞아! 아빠가 모든 것은 수라고 했던 거 나도 기억나!”
--- p.84 「제3화 ‘아빠가 사라진 위치는 어디?'」 중에서
“다행이지, 정말 다행이야. 제인, 네가 나무를 지켜 냈어. 도대체 어떻게 곰팡쥐들을 막은 거지?”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갑자기 소리가 보였어. 나무를 부러뜨리는 파동이 보이면서 방법이 딱 떠오르더라고. 아빠가 알려 줬던 소리의 덧셈.”
--- p.113 「제4화 ‘지키려는 편, 없애려는 편'」 중에서
“수인아, 아빠가 편지로 숫자 마술의 비밀을 알려 줬잖아. 난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비밀인지 모르겠던데, 넌 알아?”
“글세, 아빠가 알려 주고 싶었던 건, 수에는 마술처럼 보이는 원리가 있다는 거 아닐까? 0과 1로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잖아.”
“모르겠다, 난. 뭐, 너랑 내가 할 수 있는 게 좀 많긴 하진. 근데 아빠라면 저 문의 비밀번호에도 그런 원리가 담긴 수를 썼을 것 같아.”
--- p.145 「제5화 ‘브레인 월드의 비밀번호'」 중에서
“…… 아, 언제였더라? 이 박사가 0과 1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얘기도 했었다.”
“0과 1이요? 반도체 숫자를 뜻하는 걸까요?”
수인이 묻자 영지 씨가 미소를 지으면서 쌍둥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니면, 너희를 말하는 걸지도.”
“우리요?”
“그래, 0과 1. 너희가 힘을 합치면 멋진 일이 생길 거야.”
--- p.169 「제6화 ‘힌트는 바로 쌍둥이'」 중에서
“내가 언니잖아. 아빠가 편지에도 항상 내 이름 먼저 쓰잖아. 나는 0! 너는 1!”
“쳇! 맨날 자기가 먼저래. 수인인 없는 듯 있는 사람이니까 0이라고 부르지만, 난 왜 1이야?”
“뭐어? 없는 듯 있는 사람?”
“쌍둥인데도 이렇게 다르다니까! 숫자 1은 '제일’이라는 뜻도 있고 '하나’로 모인다는 의미도 있어. 아빠는 수인이랑 제인이가 제일 소중하기도 하고 하나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그렇게 부르는 거야.”
--- p.39 「제1화 '아빠를 찾아 런던으로'」중에서
“아빠의 머릿속을 훔친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일까?”
수인이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며 첸 박사의 말을 곱씹었다.
--- p.56 「2화 '누가 이민형 박사를 데려갔나'」중에서
첸 박사는 한 손으로 소파 옆 책장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괴로운 듯 얼굴을 가렸다. 영지 씨 눈에는 첸 박사가 뭔가 알고 있는데 대답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 p.95 「3화 '부리 마스크를 쓴 침입자들'」중에서
“그래. 이 쪽지는 분명 아빠가 우리한테 남긴 거야. 우리만 아는 규칙이잖아.”
0으로 시작해서 1로 끝맺는 건 아빠만의 규칙이었다. 그런데 메모는 달랐다. 규칙을 떠올리니 그냥 지나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p.101 「3화 '부리 마스크를 쓴 침입자들'」중에서
“이 박사의 뇌를 디지털화한 영상입니다.”
“저게 아빠의 뇌라고요?”
”음, 아빠의 생각이 여기에 나타나지만 우리는 신경 회로만 볼 수 있을 뿐, 어떤 과정을 통해 결과가 도출되는지는 알 수 없단다. 오직 너희 아빠만이 그걸 해석할 수 있거든.“
--- p.135 「4화 '우리 아빠는 비밀 연구원?'」중에서
딩가딩거는 아빠의 머릿속 세계를 안내하는 안내자 같았다. 딩가딩거와 함께라면 안전하게 이 세계를 탐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발 닿는 곳마다 다른 방으로 가게 돼! 있지만 없는 방! 숫자 0의 방! 다른 방으로 가 볼까?”
--- p.163 「5화 '브레인 콘택트, 아빠의 머릿속 세계'」중에서
답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인이 의심하며 말했다.
“답은 쉽지만, 피타고라스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냐는 게 문제지.”수인은 '질문’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다 퍼뜩 떠올렸다.
“문제가 또 있었어. 0과 1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 누구나 아는 1이 답은 아니겠지?”
--- p.177 「'제6화 '집 안 곳곳 숨겨진 단서 찾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