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에 비행기 사고로 두 아들과 아내를 잃은 버몬트 대학 비교문학과 교수 데이비드 짐머. 그는 가족을 모두 잃은 대가로 거액의 보험금을 받는다. 하지만 그에게 거액의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음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티브이에서 무성 영화 시대의 코미디언들을 다룬 프로를 보다가 헥터 만이라는 생전 처음 들어본 코미디언의 연기를 보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 어처구니없는 순간 짐머는 아직도 자신에게 삶에 대한 의욕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헥터 만이 뜻하지 않게도 내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의 상황은 그러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심지어는 그의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겨울로 막 접어들려던 무렵, 그러니까 나무들이 마침내 잎을 다 떨어뜨리고 어느 때라도 첫눈이 내릴 것 같던 무렵의 어느 날 밤, 어쩌다 우연히 텔레비전으로 그의 오래된 영화를 한 편 클립한 것을 보았는데 그게 나를 웃겼다. 지금 이 말이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6월 이후로 내가 뭘 보고서 웃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뜻밖에도 내 가슴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며 허파가 들먹이기 시작하자 나는 내가 아직 완전히 바닥을 보지는 않았다는 것, 나의 일부가 여전히 계속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본문 17~18페이지) 헥터 만은 1929년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고,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이제야 한 편 한 편 발견되고 있다는 내레이터의 설명을 들은 짐머는 헥터 만의 모든 영화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단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헥터 만에 빠져든 짐머는 그에 관한 연구서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자칭 헥터 만의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로부터 편지가 한 통 배달된다. 편지의 내용은 헥터 만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짐머가 이 편지를 믿어야 할지 말지 고심하던 중 앨머 그런드라는 여인이 짐머의 집으로 찾아온다.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빠져 있던 짐머는 앨머에게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동행을 거부하지만 오랜 실랑이 끝에 그녀를 따라나선다. 헥터 만이 뉴멕시코의 사막 한가운데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영화들을 만들었다는 영화들을 보기 위해, 그리고 헥터 만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헥터를 만나러 가는 도중 짐머는 앨머로부터 헥터 만의 기이할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의 오디세이를 듣는다. 연예 잡지 기자 오팰런과의 만남과 배신, 그리고 오팰런의 비극적인 죽음, 자기 파괴적인 참회의 유랑 과정에서 만난 오팰런의 여동생 노라와의 만남, 도피와 자학을 위해 선택한 포르노 배우로서의 삶, 자살 시도, 그리고 프리다 스펠링과 만나게 된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 역정은 이제 짐머가 그를 만나러 가는 뉴멕시코의 농장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짐머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