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가령 보스의 자택이 이사를 하게 되면 용역 업체를 알아보는 것부터 이삿짐 나르는 일이며 청소까지 도맡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맡긴다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퇴사를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라. 보스는 그만큼 당신을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그런 업무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보다 ‘이런 일도 맡겨주신다’라는 생각을 가져라. 비서에겐 항상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사람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성공하기 쉽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얘기다. --- 「예비비서 준비기」 중에서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고,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옷을 면접 의상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첫 출근 날에는 면접 때 입었던 옷을 다시 착용하도록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가 당신을 뽑은 것은 면접 때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다. 그런데 갑자기 싹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감점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과감한 시도보다 안전한 것이 좋다. 면접 의상을 다시 입었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그렇다고 그 옷만 주구장창 입는다면 그것도 곤란하다). 만약 면접 때 입은 옷이 대여한 것이거나, 다시 입을 상황이 안 된다면 유사한 스타일로 고른다. 남성비서라면 무더운 하절기라도 긴팔 셔츠와 정장 상의를 입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향이 살짝 남는 향수로 가볍게 마무리한다. --- 「초보비서 입문기」 중에서
“어디 사세요?” “생일이 언제예요?” “대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 소개팅에서 남녀가 처음 만나면 이런 ‘호구 조사’부터 한다. 비서도 맨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보스에 대해 알 권리와 의무가 있다. 보스의 신상정보에 대해 완벽하게 인수인계 받았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신입비서거나 보스가 새로 온 경우에는 보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어려워 애를 먹는다. 사실 경력이 있는 비서라도 처음 대하는 보스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대놓고 물어보기는 어렵다.
그런 경우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누구나 한 번쯤 어렸을 적 친구들과 ‘백문백답’ 같은 설문조사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스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이다. 궁금한 사항에 대한 설문지를 만들어서 전달하면, 사소한 부분에 대해 일일이 물어볼 필요 없이 간편하게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보스의 신상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던 나는 이 방법을 생각해내고 인터넷에서 ‘20문 20답’의 예제를 찾아 보스에게 건네 드렸다. 그런데 거기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이상형과 장래희망을 묻는 칸이 들어 있었다. 검토를 안 하고 그대로 전한 내 실수였다. 다행히 보스는 아무 말 없이 이상형과 장래희망도 적어주었다. --- 「초보비서 입문기」 중에서
짧은 시간 안에 스크랩을 잘하려면 일단 효율적으로 웹서핑하는 능력과 속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스크랩 분야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시사, 경제, 정치, 건강, 스포츠를 기본으로, 내가 했던 것처럼 보스에게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기사도 덧붙여라. 중요한 내용은 형광펜을 칠해서 강조하고, 당신의 의견을 보태고 싶다면 포스트잇에 메모를 해서 기사 위에 붙여둔다. 간혹 다른 부서의 요청으로 특정 기사를 포함시킬 경우에는 담당자 이름도 반드시 쓴다. 혹시라도 ‘입김이 작용했다’는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하는 스크랩은 A4 용지에 20페이지 분량 정도면 적당하다. 표지에는 보스의 하루 운세와 바이오리듬, 주식 시세와 환율 등을 표시한다. 스크랩에 넣을 기사는 일정한 크기로 출력하고, 스테이플러를 찍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 「초보비서 탈출기」 중에서
결혼식 주례를 보스에게 부탁하는 것도 결혼 후 비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보스에게 주례를 부탁한 어떤 후배는 ‘결혼은 곧 퇴직’이라는 회사의 암묵적 규정을 깨고 아직까지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만약 결혼한 뒤에도 계속 비서생활을 하게 된다면, 결혼 전과 후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결혼하고서 뭔가 예전 같지 않다는 회장님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뜨끔해진다. 또 보스들 중에는 결혼한 비서를 위해 부서를 이동시켜주는 경우도 있으니, 결혼한다고 해서 무조건 비서로서의 생명이나 보스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앞둔 비서는 가급적 한 달 전에 보고하고, 부득이하게 퇴직해야 한다면 인수인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비서는 결혼식 날짜도 보스와 상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좌충우돌 ?서생활」 중에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퇴근하고 싶다면,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아마 당신도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 갖가지 핑계들을 대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다” “약속이 있다”는 말은 가급적 하지 마라. 보스를 챙겨야 하는 비서가 늘 아프고 개인적인 일로 바쁘다면, 비서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자기계발에 관대한 보스라면 학원을 다닌다는 말이 잘 먹힌다. 이래저래 핑계를 댈 상황이 안 된다면, 자신의 퇴근시간을 정해서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라. 퇴근시간이 원래 6시라면 6시 30분쯤에 익일 일정표를 들고 가서 일정을 보고하고 “더 지시할 업무가 없으시면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정말 쓸데없이 비서를 붙잡아두는 보스라면 그 길로 영원히 퇴근을 시켜주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별도의 지시를 할 것이다. 대부분 “이것만 해놓고 들어가라” 또는 “이제 들어가봐라” 둘 중에 하나다. 이렇게 2주일 정도 꾸준히 시도한다면 당신의 퇴근시간에 보스가 업무를 맞추게 될 것이다.
만약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보스가 외부에 있을 때는 전화로 다음 날 일정을 보고하고 별도의 지시가 없으면 퇴근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임자가 매번 보스의 퇴근시간까지 묵묵히 기다렸다면 정시퇴근은 포기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공교롭게도 퇴근시간에 연연하는 비서의 수명이 비교적 짧았다. 참고하기 바란다.
--- 「보스를 경영하는 비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