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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웃음판
중고도서

꽃들의 웃음판

정민 저 / 김점선 그림 | 사계절 | 2005년 05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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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9쪽 | 188*254*20mm
ISBN13 9788958280941
ISBN10 895828094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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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영꼼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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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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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민
1960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시 미학 산책』과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2책) 등 한시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콘텐츠의 유용성을 알리는 데 노력해 왔다. 이 밖에 『미쳐야 미친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초월의 상상』, 『책 읽는 소리』등 여러 책을 펴냈다.

그림 : 김점선
1946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1972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그해 여름 처음 열린 앙데팡당 전에 출품해서 화려하게 등단했다. 1983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작품전을 열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존 관념을 초월한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으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간결하고 강렬한 문체로 자기 생애를 담은 글들을 내놓기도 했다. 저서로『나, 김점선』,『10cm 예술』,『나는 성인용이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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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가장 무성한 곳 아래 배를 묶는다. 연밥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다. 임과 물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과의 밀회 장면을 다른 사람들이 보아서는 곤란하겠기에, 무성한 연잎 속에 숨어 임이 오시기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저쪽에서 임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나 있는 물가 쪽으로 걸어온다. 물가에 멈춰 선다. 나를 찾지 못하는 그가 안타깝다. 그래서 연밥 하나를 따서 불쑥 임의 발치에 던졌다. `저 여기 있어요.`라고 말도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는 혹시 그 모습을 누가 보았을까봐 반나절 동안이나 두 볼에서 붉은 빛이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가 던진 것이 ‘연자(蓮子)’ 즉 연밥인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연자(蓮子)’는 ‘연자(憐子)’, 즉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과 발음이 같다. 따라서 그녀가 임의 발치에 던진 것은 단순히 ‘저 여기 있어요’가 아니라 사실은 ‘당신을 사랑해요’의 의미를 띤다. 이런 것을 한시에서는 쌍관의(雙關義)라고 한다. 그녀가 반나절 동안이나 양볼의 홍조가 가시지 않았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 p.29
까마귀에도 종류가 있다. ‘오(烏)’는 몸통이 온통 검고 자라서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 그래서 ‘반포조(反哺鳥)’라고도 하고 ‘자오(慈烏)’라고도 불리는 효성스런 새이다. 2구의 ‘아(鴉)’는 갈까마귀 또는 큰부리까마귀로 부르는데, 덩치가 까마귀보다 조금 작고 배 아래 부분이 희다. 성질이 고약하여 제 어미를 먹일 줄 모른다.
제사를 마치고 자리를 정돈하는데, 갈까마귀가 제사 음식을 탐해 뒤뚱뒤뚱 다가오다 푸드득 제 풀에 놀라 달아난다. 사는 일이 참 덧없다. 사랑하시던 어버이는 어느새 흙속에 누워 계시고, 살아 올바로 봉양치 못했던 지난날이 회한이 되어 가슴을 친다. 우는 갈까마귀에서 시인은 생전에 효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 p.51
금강산 일만하고 이천 봉우리 / 높고 낮기 제가끔 같지 않다네. / 보았나 둥근 해 솟아오르면 /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어지는 걸. 一萬二千峰 高低自不同 /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성석린(成石?, 1338~1423), 〈풍악(楓嶽)〉
옛사람들은 이 시를,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내는 묏부리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 본체의 성령(性靈)이 환히 빛나는 것에 비유한 작품으로 읽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바다 위 붉은 빛으로 제 몸을 밝히지만, 아래쪽의 낮은 봉우리들은 해가 다 떠오르도록 그 빛에 제 몸을 쏘이지 못한다. 같은 가르침의 말씀을 듣고도 단번에 한소식을 깨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되풀이해 일깨워 주고 야단을 해도 쇠귀에 경을 읽는 듯 종내 담벼락을 마주하고 선 것 같은 용렬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읽을 때, 새 누리의 첫 빛을 받아 제 몸을 환하게 드러내는 최고봉은 우리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범접할 수 없는 우뚝한 높이, 깜깜한 암흑의 대지를 가르고 드러나는 첫 모습, 닦아 놓은 거울처럼 투명하고 투철한 정신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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