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 그로테스크 엽기발랄이 부글부글 끓는 듯한 이 소설작품은 이미 그 기발한 제목 속에 상상의 고성능 발포제(發泡劑)를 함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숨을, 그것도 자기 자신의 목숨을 결딴내는 방법에 대한 우울한 고민은 상상력의 자가충족/자가증식 법칙에 따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자체 하나의 즐거운 유희로 발전하고,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개발되어, 기상천외한 놀이공원으로까지 펼쳐진다. 한마디로 고삐가 풀렸다고나 할까. 죽음을 돈 주고 살 정도로 암울한 세기말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난동부리는 블랙유머와 톡톡 튀는 발상 덕분에, 이 섬뜩할 수도 있었을 ‘가게’는 오히려 유쾌한 폭소의 무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사람들이 들어올 때 이따위로 흥얼거리지 말란 말이다. 봉-주-르! 그냥 우울하게 ‘재수 옴 붙은 날입니다. 마담……’ 하든지, ‘앞이 캄캄한 날이 되길 바랍니다, 무슈’ 하란 말이야. 그리고 제발 웃지 좀 말라구! 손님들 죄다 도망가게 만들고 싶어서 그러냐?……” --- p.11
“아, 맞다. ‘모래상인’!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요즘은 내가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모른다니까 글쎄! 마담, 아무래도 만지는 거하고 흡입하는 거, 삼키는 거 세 가지 중 결정이 힘드신 것 같은데, 그 세 가지를 한데 혼합한 상품이 있답니다. 즉, 벨라돈나하고 ‘치명적인 서릿발’하고 ‘사막의 숨결’을 합친 것이죠. 마지막 순간에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다시 말해서 이 칵테일을 마시든, 만지든, 냄새를 맡든 약효는 어김없이 돌게 되어 있답니다.” --- p.38
“‘죽어도 상관 안 해’ 상사에서 요즘 막 출시한 독액을 우리한테 권하더구나. 그걸 정맥에 주사하면 너 자신은 아무 탈이 없지만 차츰 네 침샘에서 독이 만들어지고, 키스를 하면서 너는 그 독액을 사용하게 되는 거란다. 너와 입을 맞추는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거지……”
---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