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4일, 팀 쿡은 병상에서 컨퍼런스를 지켜볼 잡스를 대신해 새로운 아이폰 4S를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 문턱에 다다랐음에도 생애 최후의 중계 현장을 놓치지 않고 싶어했다.
컨퍼런스가 끝나자 잡스는 온 생애를 건 열정의 대상이었던 애플을 적임자에게 맡기고 떠난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몇 시간 뒤, 모두 두려워했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소식이 도착했다. 뛰어난 위인인 잡스가 숨을 거뒀다. 삶의 매개체일 뿐인 육신을 세상에 남기고 다른 생을 향해 떠났다.
2011년 10월 5일, 전 세계는 상실감에 사로잡혔다. 분명히 잡스는 자신이 경의를 표하던 위인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잡스는 그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밥 딜런, 피카소, 존 레논, 알프레드 히치콕과 유사한 마법사였기에, 누구나 쉽게 좋아할 수 있었다.
놀랄 만큼 흐름을 역행했던 잡스의 방식, 검정 터틀넥 니트, 청바지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잡스는 개인주의자였지만 매우 정이 많으며, 비사교적이지만 매혹적인 사람이었다. 우리는 일상적인 사업의 전범에 잡스가 담대히 '아니오'라고 말하며 개인적 신념과 예술적 취향을 굽히지 않는 인물이었기에 더더욱 그를 사랑했다.
애플에서 모험을 함께한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 장루이 가세의 공식 추도 메시지가 전파됐고 세계적으로 추모 물결이 퍼져나갔다. 버락 오바마를 필두로 세계 유수 국가들의 대통령과 과거 경쟁자였던 빌 게이츠뿐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폴 매카트니, 에바 롱고리아 같은 유명 영화인과 음악가, 패션디자이너 들이 잡스의 업적과 재능을 기렸다.
이러한 추모 열기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수많은 애플 팬들은 뉴욕, 바르셀로나, 파리의 애플 스토어를 찾아가 잡스에게 작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남기거나 사과나 꽃을 놓아두었다. 그들은 친구의 마지막 안녕을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잡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와 훨씬 더 가까웠던 듯하다. 잡스는 아름다운 오브제를 통해 우리 삶을 더 아름답게 보도록 도와줬으며 우리에게 자신의 미학과 철학을 불어넣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스티브 잡스를 사랑할 것이다. 잡스는 CEO가 아니라 영원한 성배를 찾는 진짜 예술가였으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대감에 부푼 미학자였다.
잡스는 이제 우리의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를 따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용기를 가지고 여러분의 직관과 가슴을 따르세요. "
"끊임없이 갈망하고 우직하게 정진하십시오."
당신이 남긴 메시지 잘 받았습니다.
스티브, 부디 천상에서도 즐거운 여행을 하길 바랍니다...
- 다니엘 이치비아
---저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