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책을 즐기는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더 이상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꿈꾸기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과도 관련 있지만, 더 크게 보면 독서 환경을 책임지는 부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책은 놀이일 때 재미있는 법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 놀이를 노동으로 바꿔 버리고 만다. 책의 재미를 극대화해 주기보다는 마치 세수하고 이를 닦는 것처럼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키려는 의욕이 앞서서‘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오늘은 몇 권 읽었어?”
“책 내용을 엄마한테 말해 봐.”
“꼼꼼하게 잘 읽었니?”
과정도 없이 결과만 확인함으로써 아이의 책읽기를 성과가 중요한 노동으로 만들어 버린다. 성과 중심으로 책을 읽는다면 독서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이 시점부터 아이는 책에서 재미도, 상상도, 감성도, 깨달음도 얻지 못한다. 부모 스스로 돌이켜 보라. 내 아이는 언제부터 책을 싫어했는지.
-24p. (제1부. 부모가 가진 독서의 ‘틀’부터 깨라!)
부모들이 질문을 해도 아이가 대답하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부모 교육에서 배운 상호작용 방법을 아이와 나누고 싶어도“몰라.”“자꾸 물어보지 마.” 하고 심드렁하게 반응하니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고 나면 더욱 그렇다. 책을 읽어 주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려고 하면 “됐어, 빨리 다른 거 읽어 줘.” 하고 회피하기 때문에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데, 어떻게 여러 가지 활동이나 질문들을 함께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앉아서 ‘질문’하고 생각해서‘대답’하는 것은 어른들의 방식이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사물이나 상황을 보고 듣고 느끼며, 그 안에서 상상력을 발동해 상상의 세계를 넓히고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간다. 앉아서 질문하고 생각해서 대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질문을 많이 받아 본 아이가 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47~48p. (제1부. 부모가 가진 독서의 ‘틀’부터 깨라!)
일고여덟 살 아이들은 틀렸다고 지적받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이 한 일을 사회적으로 부정당하는 게 불쾌하기도 하고 직면할 자신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잘못된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질까 봐 두려워 아이와 실랑이를 하면서까지 고쳐 주려고 한다. 자기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역시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그대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은 책을 읽을 때 많이 일어난다. 계속 잘못 발음하는 글자를 지적하면 아이는 자신이 맞게 읽었다고 우기고, 부모는 그게 아니라고 강조하다 결국 아이를 혼내고 만다. 그 순간 좋은 독서 환경은 깨지고,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이 경우 아이가 인정받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134~135p. (제2부. 최고의 독서 코치가 최고의 부모)
선호하는 감각 유형에 따라 자신에게 들어오는 자극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이 감각 유형은 크게 시각, 청각, 체각으로 나뉜다. 이 감각 유형에 따라 책을 보는 패턴, 독서 과정에서 좋아하는 활동, 책을 읽고 기억하는 방법 등이 다르다. 시각을 선호하는 아이는 상상을 좋아해서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를 보며 마지막 결말을 상상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를 펼쳐 내곤 한다. 그런가 하면 책을 빠른 속도로 읽어 주길 원하고, 다른 사람은 잘 보지 못하는 구석구석의 숨은 그림도 신기하게 잘 찾아낸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첫눈에 들어오는 그림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하며,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엮어 내고 자신이 본 그 이미지로 책 내용을 기억하는 아이가 시각형에 속한다.
-160p. (제2부. 최고의 독서 코치가 최고의 부모)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