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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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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출장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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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153*210mm
ISBN13 9788961962353
ISBN10 896196235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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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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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사진기자도 아닌데, 신문에 쓸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사진을.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스핀 페인팅’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의 제목은 「녹색 그림 위에 아름답게 흩뿌려진 예쁜 앵무새」.

동그란 캔버스를 후광처럼 사용하자고 생각하곤, 데이미언에게 의자에 올라가줄 수 있느냐고 청했다. 그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장에 놓여 있던 160파운드(약 28만 원)짜리 「신의 사랑을 위하여」 모조품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당황한 비서가 “신문 사진에 가짜가 나가는 건 좋지 않다”라고 만류했지만 그의 장난기를 말릴 수 없었다. _「3박 5일 런던 출장 2―미술계의 록스타,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만남」에서

다음 날 기사를 송고한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지만, 이 인터뷰와 얽힌 ‘고난’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날 오후,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망치 사진만 따로 찍은 거 없어?” 망치를 손에 든 안드레아를 찍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당연히 망치 사진 따윈 따로 찍지 않았다. 명령은 간결하고 냉혹했다. “망치 사진, 구해 와.” 시급히 안드레아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도, 이메일도 답이 없었다. 나는 크리스티 관계자들에게 안드레아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아, 그녀는 지금 데이 세일(낮 경매) 중이야.” (……) 억겁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경매 1부가 끝났다. 안드레아가 단상에서 내려오는 순간 나도 경매장 밖으로 뛰어나왔다. (……) 입술이 바싹 말라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저 멀리 안드레아의 화려한 옷자락이 들어왔다. 나는 달렸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전속력으로 뛰었다. 홍콩 컨벤션 센터가 떠나가라 “안드레아!!!” 하고 외쳤다. _「크리스티 경매사의 망치―안드레아 피우친스키와 쩡판즈」에서

그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인터뷰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 인터뷰이와 공감하고 파장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결국 전날 사진 촬영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미리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얼굴을 익혔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된 셈이다.

그는 내게 어려운 건축 개념을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자기 고집을 세우면서도 유머를 섞어 밉지 않게 행동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이제 ‘프랭크 게리의 건축 같은 남자’가 아니라 ‘프랭크 게리라는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알게 되었다. _「느낌, 열정, 사랑―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에서

미술이란 어쨌든 시각예술이다.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들 투성이인 미술 현장 취재를 하다 보면, 자꾸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일단 보이는 것들이 화려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울림을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출장을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트페어나 경매장에 나온 작품의 대단한 외형, 내 1년 치 연봉을 털어 넣어도 불가능한 그 값어치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그 이면의 서글픈 이야기들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소비도시 홍콩에선 그러기가 더 쉬웠다. 아마도 그 출장이 이토록 기억에 오래 남은 건, 보이는 것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본 드문 기회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이를테면 모국에서 버림받은 입양아의 첫 침대와 필리핀 마사지사의 깡마른 손가락 같은 것. _「봄이면 떠오르는 아트 시티, 홍콩―진 마이어슨의 침대」에서

“록랜드행 비행기는 안개로 결항되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란 아마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겠지. 안 돼, 절대 안 돼,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데……. 뭉크의 「절규」 속 인물처럼 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너무 어이가 없으니 오히려 웃음만 나왔다. 다음 날 아침 10시 40분에 메인 주 바이널헤이븐 섬에서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1928~)와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딱 네 글자 ‘LOVE’로 유명해진 남자. 서울, 뉴욕, 도쿄, 런던, 상하이 등 전 세계 대도시 중심가에 심장처럼 박혀 있는 조형물 ‘LOVE’의 작가.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그를, 근 반 년 전부터 접촉하여 어렵게 잡은 인터뷰였다. 그런데 결항이라니……. _「사랑에 발목 잡히다―로버트 인디애나와 LOVE」

마침내 작품이 놓인 12세기 예배당을 찾아냈을 때 거기 있던 것은 ‘소리’였다. 허공에 십자가가 매달려 있었고, 그 뒤편에 지친 표정의 늙은 성모가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엔 스피커 수십 개. 중세의 성가(聖歌)가 천사의 합창처럼 울려 퍼졌다. 예배당은 순식간에 ‘진짜’ 예배당으로 변했다. 마침 성탄 무렵이었다. 관람객들은 눈을 감았다.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팔을 움직여 지휘를 하기도 했다.

내 앞의 커플은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했다. 지상의 모든 것들을 천상의 것으로 고양시키는 노래, 그리고 곧 크리스마스. 간곡한 마음이 들어 나는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_「시공을 넘나든 뉴욕 출장―프릭 컬렉션과 디아 비콘 그리고 클로이스터」에서
_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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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현대미술이 아무리 난해해졌어도 거기에서 여전히 인간 정신의 고양을 찾으려는 성실한 관객들은 작가와 자신 사이의 간격을 메워줄 수 있는 정확한 정보와 설득력 있는 해설을 요구한다. 저자는 미술 전문기자로서 그 중계자임을 자처하며 데이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로버트 인디애나 같은 세계적인 작가와 인터뷰를 하고, 아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미술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나섰다.

그리하여 3년간의 작업을 책으로 묶어 겸손하면서 편안하게 ‘미술 출장’이라고 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세계 현대미술의 현장에 대한 증언에 머물지 않고 이에 대한 자신의 비평적 견해까지 담고 있다. 이는 저널리즘과 크리티시즘의 행복한 만남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비평적 증언’이라 할 만한 것으로 이런 저술이야말로 현대미술을 관객들에게 안내하는 또 하나의 유력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게 한다. _유홍준(미술평론가, 전 문화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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