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옛 모습을 떠올리거나 상상했을 때 느낌은 묘하다. 찡하게 그립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제철동 사람들》의 삶을 작가의 담백한 그림, 담담한 독백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금세 나와 내가 살던 동네를 떠오르게 하며 무릎을 치거나 코끝이 시큰해진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때가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형편’을 묻고 보살피던 그 사람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어진다. 그래도 스스로는 ‘꿈꿀 수 있는 형편’이었다는 작가의 배려 깊은 마음에 위로받으면서 말이다. 그 사람들 지금은 무엇하고 살고 있을까?
- 김수박 (만화가, 《메이드 인 경상도》 저자)
강이는 포스코 바로 옆 마을인 제철동에서 식당 아들로 여러 사람을 만나며 성장한다. 제철소 노동자, 하청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가내 봉제 노동자, 자영업자, 동네 노는 형, 다방 누나, 무엇보다 제철동에서 함께 자라 온 친구들. 만화에 담긴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실수도, 자책도, 희망도, 선행도, 악행도 모두 그 사람의 존재를 담는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에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는 작가의 성실함이 빛난다. 《제철동 사람들》은 강이뿐 아니라 어머니 순이, 아버지 창규, 동생 별이, 강이 친구들, 상주 식당의 이모들, 삼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제철동 사람들》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난쏘공’이다.
-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