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스러운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눈앞에서 현실로 늘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봉쿠라들뿐. 도대체 야리테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야리테는 나하고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문제는 회사에 있었다.
어째서 회사는 사원을 죽이는가?
회사를 보고 있으면, 그중에서도 화이트칼라의 사무직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은 순전히 딴 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놈의 신경이 문제다.
상사에게 신경을 쓰고 동료에게 신경을 쓰는 매일마다의 엉뚱한 정신노동이 문제이다. 일이란 고작 단순하기 그지없는 두뇌노동의 반복뿐.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을 통해서 프로가 되어가는 그런 발전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회사에 입사해서 5년, 10년... 세월이 흘러 그들은 타코츠보 사원 또는 봉쿠라 간부가 되어갈 뿐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br/><br/>봉쿠라 : 무능인, 제대로 일하지 않고 뭉게구름처럼 떠돌기만 한다. <br/>타코츠보 : 문어통발, 주변과 담을 쌓고 자신의 일에만 치중한다. <br/>매뉴얼 : 기계인간, 매뉴얼에 따라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 <br/>투명인 : 범인(凡人), 있는 듯 없는 듯 그 존재가 의심스로운 사람, 평범한 일을 그저 평범하게 처리한다. <br/>야리테 : 수완가, 주변을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며 확실하게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 <br/><br/>저자는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오늘날 거의 모든 회사가 봉쿠라 병을 앓고 있다고 비판한다. 봉쿠라 사장들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면한 위기의식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회사 내에서는 봉쿠라 직원들끼리 안주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졌고, 결과적으로 여기저기 주저앉는 회사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br/><br/>저자의 말처럼 경영자는 두 개의 목숨을 가지고 살아간다. 부도를 맞는 사람은 경영자로서의 생명을 마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신의 목숨과 다를 바 없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경영자들은 봉쿠라 사원을 제거하고자 개혁 방침을 세우기 마련이다. 이 책은 회사조직 내에서, 나아가 경제전쟁의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전언이다. 경영자, 즉 사장의 심리를 철저하게 분석하라! <br/><br/>저자의 세세한 이야기들이 터무니없이 들리지만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직접 건설 현장에서 몸담고 일하면서 찾은 대답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난 뒤 철저한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에서 적용시키고 그 과정에서 수정·보완하면서 구한 대답이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와 사고방식과 모습이 닮은 일본의 경우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가 몸담고 일했던 회사의 분위기는 바로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지금의 회사 모습 바로 그것이다. <br/><br/>그러나 '지시'대로 '수행'하고 일일이 '보고'하는 따위의 '반복' 과정은 불만을 낳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권한이란 상사로부터 '위임'받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책임이 부여된 그 시점에서 손에 쥐어지는 권한은 단 하나, 그것은 그 책임에 걸맞는 권한을 '빼앗아오는' 권한뿐이다. 당연히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실적을 내야 한다. 비즈니스 사회는 결과주의다. 노력했습니다 하는 대답만으로는 절대 통하지 않는 사회가 비즈니스 사회다. <br/><br/>직장인 모두가 야리테가 되어 능률적으로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본부터 재정비할 것을 일깨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위기를 개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본이다. 이것만이 봉쿠라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