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알은 자연이 빚어낸 걸작 가운데 하나다. 먼저, 알껍데기의 얼개가 얼마나 정교한지 살펴보자. 알 껍질은 삼각형의 금속염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결정들의 뾰족한 끝은 알의 중심을 겨누고 있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으면 결정들이 서로 끼이고 죄이면서 알 껍질의 저항력이 한결 커진다. 로마네스크 식 성당의 둥근 천장이나 입구를 이루는 아치처럼, 압력이 세면 셀수록 구조는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압력이 내부로부터 올 때는 삼각형 결정들이 서로 떨어지면서 얼개 전체가 쉽게 무너진다.
이렇듯, 알 껍질은 밖으로부터 오는 힘에 대해서는 알을 품는 어미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안으로부터 오는 힘에 대해서는 새끼가 쉽게 깨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약하다.
새의 알은 또 다른 특장(特長)들을 보여준다. 새의 알눈이 완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노른자 위쪽에 놓여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알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이 거꾸로 놓여도 노른자의 자리가 변하기 않게 하는 알끈이 있기 때문이다. 즉, 탄력성 있는 두 개의 끈이 노른자를 감아 알막의 양쪽 측벽에 이어 댐으로써 노른자를 매달고 있는 것이다. 알이 움직이는 데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이 알끈이 있기에, 알눈은 마치 오똑이처럼 언제나 제위치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새가 알을 낳을 때, 알은 따뜻한 어미 뱃속에서 갑자기 차가운 곳으로 나오게 된다. 그렇게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붙어 있든 두 알막이 서로 분리되고 그 사이에 공기주머니가 생긴다. 그 공기주머니는 알이 부화하는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새끼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숨을 쉼으로써 새끼는 알 껍질을 깰 수 있는 힘을 얻고 위급할 때는 삐약 소리를 내서 어미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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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를 내야 한다. 늙은 개미는 전황을 검토한다. 내 약점은 어디에 있는가? 또, 내 강점은 어디에 있는가? 몸이 작다는것, 그것은 약점도 될 수 있고 강점도 될 수 있다.그렇다면, 어떻게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것인가? 늙은 개미의 뇌리에서 무수한 방안이 갈마들이며 아주 신속하게 그 타당성이 검토된다. 그의 기억력은 그가 체득한 온갖 병법을 떠올리고, 그의 상상력은 그것들을 한데 모아 전갈과 대결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병법들을 만들어 낸다. 눈으로는 적의 동정을 살피면서 더듬이로는 떡갈나무라는 싸움터에 걸맞는 묘안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환경을 시각과 후각으로 동시에 지각한다는 것의 이점이 바로 그런 것이다.
103호는 나무껍질에 뚫린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그 구멍을 보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손사갉들의 텔레비전에서 본 텍스 에이버리의 만화 영화다. 개미는 빠른 걸음으로 내달아서 나무 구멍으로 들어간다. 전갈이 그를 뒤쫓아 구멍 속으로 몸을 들이민다. 그러나 곧 배가 꽉 끼어 전갈은 꼼짝하지 못한다. 구멍 밖에는 전갈의 꼬리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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