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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현대적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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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현대적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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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84g | 153*210*30mm
ISBN13 9788901101507
ISBN10 890110150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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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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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술은 의사소통으로서, 대중을 조작하는 능력이다. 연예계나 정치와 다른 점은, 단지 미술가가 더 자유롭다는 것.” - 제프 쿤스(Jeff Koon, 1955년생)

“미술은 약과 같아서, 치유할 수 있다.” -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년생)

“미술은 병이 아닌 광기다.” - 조지 라파스(George Lappas, 1950년생)

“미술은 죽음의 편에 선다.” - 얀 베르크뤼세(Jan Vercruysse, 1948년생)

“모든 사람이 미술을 각자의 시각으로 본다. 나는 그저 제안할 뿐이다.” -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 1966년생)

“만약 미술이 사회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사랑 없는 섹스처럼 순전한 방종이 될 게다.” - 제프 쿤스

“쌍방향 미술은 이미지와 소리 그리고 텍스트 등의 가상공간으로, 사용자에 의해 활성화될 때 실체를 드러낸다.” (수정된) - 제프리 쇼(Jeffrey Shaw, 1944년생)

“우리는 모던한 시대의 미술가다.” - 길버트와 조지(Gilbert and George)

“현대미술을 하려고 비(非)미술재료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수정된) - 스탠 더글라스(Stan Douglas, 1960년생)

2.
오늘의 세계에서 미술은 무엇이고, 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단순한 질문이지만, 답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간단히 답해 볼 필요도 있다. 나는 ‘오늘의 미술’을 세계를 보는 방법에 관한 성찰을 담은 예술이라고 즐겨 설명한다. 그리고, 자율성을 추구하는 작가가 보이는 세계에 이리저리 개입함으로써 얻은 사고의 물질적/비물질적 계정이 미술 작품으로 귀결된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어떤 작품이 세계를 보는 방법에 관한 새로운 성찰을 결여했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작가의 것이라고 해도 ‘오늘의 미술’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미술은 세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다루는 문화적 메타 기술 혹은 미적 유사학문이 됐다. (고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워졌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도를 추구한 과정이자 결과인 개별 작품은, 그러한 기술 또는 학문을 (준)자율적으로 재작동시키는 물질적/비물질적 토대로 기능한다. (결국 전시 공간에서 작품은, 작가나 큐레이터의 도움에 기대지 않은 채, 제 스스로의 힘으로 관객을 마주하며 보는 방법[ways of seeing] 혹은 세계관[perspective]을 제시하거나 설득하고 유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보이는 세계를 보는 방법’을 제도화한 결과가 작금의 현대미술(modern art)이지만, 과연 그 승승장구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현대미술의 시작은 모더니티(modernity, 현대성)의 발현으로 가늠된다. 전업 예술가가 독립된 주체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을 작업의 주제로 삼아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진성 현대미술이 시작됐다. 따라서 어떤 미술사 강좌가 빌렌도르프의 풍만한 비너스에서 제프 쿤스의 고광택 토끼에 이르는 선형적 서사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 서사엔 어떤 중대한 결절점이 존재한다. 현대인으로서의 비판적 의식과 자율성을 지닌 미술가의 등장?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으로 대표되는?은, 새로운 미술의 개념을 만들었고, 그 이전과 이후를 갈라 완연한 질적 대비를 이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역사에도 다시 중대한 변환이 발생, 현대미술의 모습은 몇 차례에 걸쳐 크게 뒤바뀌었다.
현재 사회적으로 합의된 현대미술의 시대별 가늠은 이렇다. 사실주의(Realism)와 인상파(Impressionism) 그리고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등 현대미술의 시작으로 간주되는 사조가 19세기 중·후반에 시작됐지만, 모더니즘(modernism, 현대주의)의 연대표는 종종 20세기와 함께 등장한 야수파(Fauvisme)와 표현주의(Expressionism) 그리고 입체파(Cubism)로 시작한다. 고로, 넓은 의미의 현대미술은, 세잔의 작품부터 갓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의 작품까지 포괄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20세기 전반의 것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20세기의 100년간 워낙 큰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현대미술이란 표현만으로는 해당 세기의 다종다양한 미술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1945년 이전의 미술을 현대미술이라 부르고, 1945년 이후의 미술을 ‘전후 미술(post-war art)’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냉전시대의 일이었다. 전후의 대표 예술가들이 아방가르드(avant-garde)의 전선에서 뒤로 밀리자, 다시 구분점이 생겼다. 1980년대 중·후반 냉전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이제 전후 미술은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의 것으로 한정되고, 1980년대 이래의 미술은 당대 미술(contemporary art) 혹은 포스트-모던 미술(post-modern art)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리고 21세기의 첫 10년의 막바지에 이르러, 드디어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시대가 종결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후의 미술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포스트-포스트모던 미술? 포스트-컨템퍼러리 미술? (2009년 런던 테이트미술관의 트리엔날레를 감독한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1965년생]는 ‘얼터모던(altermoden: ‘변경된 현대’라는 뜻)’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했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오늘이 어제가 되는 순리에 따라, 오늘의 미술은 계속 변하고, 이름도 때맞춰 갱신된다. 그런데 오늘의 미술이 지닌 여러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새로운 상황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지탱하는 두 개의 큰 축은 교육 제도와 전시 제도다.
우선 전후 미술은 대학의 제도와 결합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이끌었다. 미술사를 정식으로 교육 받은 젊은 미술가들이 앞선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문제의식을 더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방법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달랐다. 자수성가형 예술가의 주먹구구식 좌충우돌 대신, 공유된 사관을 바탕으로 삼각논법을 전개하듯 작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작품세계를 개척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연구 활동에 가까워졌다. 이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각각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와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거치며 모더니즘이 승리를 구가하고, 결국 1980년대에 포스트모더니즘의 발흥을 맞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했다. 과거에 누군가 수행한 작업을 반복하는 일은 (반복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는 한) 용납되지 않았기에 현대미술의 아카데미화는 새로운 미술의 전개에 가속을 붙였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며 전 지구적으로 미술학교의 수가 너무 많아져 배출되는 예비 작가의 수가 천문학적 수준에 다다르자, 역작용이 일어났다. 현대미술의 전선에서 유효한 열린 질문의 계정을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분점하며, 작업 주제와 방식에도 틈새마케팅의 논리가 적용되기에 이른 것. 올망졸망한 문제의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올망졸망한 유사 전문가들의 작품은 올망졸망할 뿐인데, 학력 인플레까지 등장해 너도나도 실기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웃지 못 할 상황에 달했으니, 바야흐로 미술 교육 제도를 근본적으로 회의해야할 시점이다.
전시 제도의 변화도 전후 미술에 유사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미술 혹은 전후 미술만을 다루고 수집하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늘기 시작하면서, 전시의 기회가 확대됐고, 보다 많은 작품이 유통될 수 있었다. 작가들은 늙거나 죽은 뒤에 미술관에서 회고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나이에 그럴 듯한 전시 기회를 얻었고, 이는 작업의 진전에 큰 자극이 됐다. 그리고 수준급 미술품 컬렉션의 다수가 결국엔 수집가의 손을 떠나 미술관에 기증됐기 때문에, 미술관의 증가는 곧 미술품 유통의 증가와 가격의 상승을 뒷받침하는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비엔날레/트리엔날레 등 당대 미술의 현황을 점검하는 전시 제도의 발전과 유행도 늘어난 작가의 수를 감당하고 또 그들이 크고 작은 혁신을 추구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거치며 현대/당대 미술관과 아트센터/쿤스트할레 그리고 갤러리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또 5대륙 6대주에 국제 비엔날레가 난립하게 되자,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났다. 이제 작가들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만으로는 미술사에 이름을 아로새길 수 없게 됐으며, 소위 ‘비엔날레용 작업’?유행하는 담론에 민감하고, 지정학적 이슈를 건드리며, 무게가 가볍거나 현지에서 뚝딱 제작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으로 지구상의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유목민형 작가군이 등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2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지속된 미술시장의 전례 없는 과열 때문에, 많은 젊은 작가들이 아트페어의 유행 논리에 속박돼버렸다. 결국 현대미술의 주류는 이러저러한 차원에서 제도화됐고, 자신의 정신적 원천인 아방가르드의 혁신성이 아니라 경멸해 마지 않던 궁정 미술과 살롱 미술의 보수성을 닮게 됐다. 오호통재라.
‘오늘의 미술’은 내일 퇴락할 팔자인가?

3.
《이것이 현대적 미술》의 원고 다수는 2007년 6월 1일부터 2008년 11월 17일까지 매주《한국일보》에 연재한 기사에, 나머지는《조선일보》와《중앙선데이》등에 기고한 기사에 바탕을 뒀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글은 신문에 게재된 것과는 꽤 다르다. 각 연재 기사가 원고지 매수로 8매 가량이었던데 반해, 이 책의 각 원고는 14매쯤 된다. 기사 작성 시 따로 공들여 작성하기도 했고, 개작을 통해 덧붙이고 다듬기도 했다.
《한국일보》에 “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이란 제목의 칼럼?연재 초기의 이름은 “임근준의 거꾸로 예술 바로 디자인”이었지만?을 운영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글자 그대로 ‘오늘의 미술’의 정수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일념이었다. 초반 연재의 성격이 분명해지는 과정에서, 자연 가목차도 일목요연해졌다. 다루고 싶은 작가와 대표작의 목록?전후 미술의 거장에서 이제 막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신예에 이르는?을 욕심껏 작성했는데, 흥미롭게도 17개월간 대략 절반 가까이 기사화할 수 있었다.
국내 일간지의 관행치고는 꽤 긴 연재 기간 동안 애를 썼음에도 목록의 반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은, 현대미술에 유달리 주요 작가가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현대문학이나 현대음악, 혹은 현대무용 분야에 비하면 황당할 정도로 수가 많다. 형식 실험과 주제의식 양 차원 모두에서 인정받는 현대문학가로 폭을 좁히면 그 수에 0 하나를 더 붙여도 동등한 수준의 현대미술가의 수에 한참 모자란다. 현대음악 분야의 수준급 작곡가는 생존자의 수를 다 합쳐야 겨우 20명 안팎이다. 박하게 셈하면 열 손가락으로도 충분하다. 현대무용계엔 그보다는 많은 수의 안무가가 있지만, 문학가에 비하면 훨씬 적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본디 나눠가질 자리가 널찍했던 현대미술계였지만, 미디어테크놀로지의 발달에 힘입어 현대미술이 전통적인 미적 미디엄을 벗어날 수 있게 되면서, 활동 영역이 대폭 확장되고 다종다양한 작가군이 형성됐다. 무용가가 안무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적인 반면, 미술계엔 전시 기회가 많고 다양하다. (수준급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수와 수준급 극장에서 열리는 무용 공연의 수를 셈해보라.) 현대음악의 작곡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처럼 천재이거나, 죄르지 리게티(Gyorgy Ligeti, 1923-2006)처럼 천재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탁월한 두뇌를 타고나야 하지만, 현대미술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 가운데 진짜 천재는 하나도 없다.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천재에 가까워 뵈는 게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지만, 그의 인생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저 재능 있는 노력파일 뿐 천재는커녕 수재도 아니다.)
현대미술은 최근까지 여타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유효한 열린 질문의 계정을 다수 보유해왔다. 하지만 이제 현대미술도 위기 상황을 맞았다. 진퇴양란의 상황에 빠진 현대음악계에서 역사적으로 유의미하면서 듣기에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기 몹시 어려워졌듯, 어쩌면 조만간 현대미술계에서도 역사적으로 유의미하면서 보기에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혹시 현대미술이, 일찍이 플라톤이 동굴의 비유를 들어 재현의 미술을 경시했듯, 여전히 다른 예술에 비해 저급한 분야인 덕분은 아닐까?

4.
‘비재현적 모더니즘 미술’의 전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큰 자랑이었다. 플라톤의 오랜 저주에서 벗어나 우쭐한 기분에 젖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가 지적하듯, 재현 가능한 것과 재현 불가능한 것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고, 반재현(anti-representation)의 예술은 어디까지나 ‘재현불가능성의 논리라는 과장’에 발 딛고 있다. 고로, 반재현적 아방가르드 미술에서 드러나는 개념과 아이디어의 물화(物化, reification)도 엄연히 재현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현대미술은 일종의 메타 재현(meta-representation)의 예술이 되고 만다. 어쩌면 그러한 점 때문에 진정한 천재는 미술에 헌신하지는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콤플렉스에 빠질 필요는 없다. 천재가 아닌 사람도 미적인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현대미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오래도록 젊음과 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가’로 추앙받는 전직 록 가수이자 달변의 미술가인 마이크 켈리(Mike Kelly, 1954년생)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록스타는 미술가보다 섹스할 기회를 많이 얻는다. 적어도 전에는 그랬다. 미술시장에 붐이 일면서, 예전 같으면 미술계에 머물지 않았을 사람들이 업계에 들어왔다. 인디록 분야?별 재능 없는 젊은이가 돈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에 갔을 법한 치들이 이제 미술계에서 같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질적 차원에서, 팝음악이 일정 수준으로 규정된 것과 달리, 순수미술은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술가가 되는 게 더 쉬운지 모른다. 허나 경제가 주저앉으면서, 이것도 변할지 모르겠다. […] 이제, 학생이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개인전을 열지 못하면, 자신을 낙오자라고 여긴다. 그들은 작가 생활로 먹고살 수 있기를 전적으로 기대한다. 나는 쓸모없는 놈이 되고 싶어서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젊었을 땐, 미술가 노릇이란 사회에서 정말 자신을 배척시키고 싶을 때나 하는 일이었다. […] 나는 내가 창조적인 일을 하는 많은 이들 틈에 낄 수 있는 시절에 성장해서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록커였을 때) 나는 정말 정말 꼴사나운 걸 만들고 싶었다. 그게 내 계획이었다.”

“현대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명문가 도련님들이 집안을 몰락시키면서 그 몰락므 수준 높은 작품으로 전환해놓은 결과”라는 농담이 있다. 모더니즘의 초반엔 정녕 그랬다. (성공한 좌파 예술가일수록 부잣집 자제인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후반엔 모더니즘 자체를 무너뜨림으로써 원동력을 얻었고, 거의 모든 사회 영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가 융성했다. (전형적인 문화적 살부의례[殺夫儀禮]의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마땅히 몰락시킬 대상이 눈에 뵈지 않는, 전지구적 민주주의의 시대가 왔다. 이 납작한 세상에서 현대예술은 어떻게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까? 현대예술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
고백하자면, 이 책은 주로 (켈리의 표현을 빌면) ‘운이 좋았던 시절’에 이룩된 미적 성취의 기록, 즉 어제의 ‘오늘의 미술’과 그 고갱이를 독자께 선사한다. (모든 글은 사후적인 법이다.) 그리고, 운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의 ‘오늘의 미술’을 위해서, 그리고 위기에 봉착한 바로 오늘의 ‘오늘의 미술’을 가늠하기 위해서, 이 책은 그 정신의 궤적을 고스란히, 비교적 난해하지 않은 언어로 담아내고자 애썼다. 하지만 이 작업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비범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짧은 원고로 논하는 일은, 종종 긴 원고를 작성하는 일보다 까다로웠다. 당연 글 쓰는 시간은 다소 적게 들었지만, 주요 작품 전반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 핵심을 추리는 데에는 마찬가지의 공이 들었다. 짧은 글쓰기는 종종 바둑을 두는 일처럼 골치가 아프다. 고려할 것은 많고, 운신의 폭은 좁다.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 가운데 가장 시대를 앞선 이는, 소위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일컫는다)’의 대표인 헨리 다저(Henry Darger, 1892-1974)와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를 논외로 하면, 1925년에 나고 2008년에 몰한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다. 반면 가장 연배가 어린 이는 1983년생인 이은실이다. 전후 미술의 금자탑에서 이제 막 평단의 주목을 받는 신예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작가를 골고루 포진하고자 안배했지만, 역시 어떤 패턴이 드러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이들은, 전후 미술의 금자탑을 세운 작가, 아니면 당대 미술의 승자로 미술사적 위상을 확립한 작가, 아니면 바로 지금 현대미술의 전선에서 각축을 벌이며 문제적 지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작가다.

6.
고백컨대, 내게는 이 책이 일종의 연서집이다. 현대미술을 향한 나의 사랑을 담은 편지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낸 느낌이다. 고로 이 책을 고지식하게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의 편지가 제각각 특별한 연정을 담고 있으니, 그때그때 하나씩 골라 읽어도 좋겠다.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의 정신적 지주였던 박모 혹은 박이소(1957-2004) 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특유의 비끗거리는 유머로 나를 놀리곤 했다: “이정우 씨는 예술을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니야? 예술은 이정우 씨를 사랑하지 않는데 말이야.” 대꾸를 하지 않으면 그는 같은 말을 그대로 반복하곤 했다.
그렇다.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 헌데, 예술이 나를 사랑하는 변태적 상황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 책은, 어릴 적 예술에 대한 경외심을 가르쳐준 나의 사촌 미능에게 바친다.
---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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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가 지나온 길에도 역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물웅덩이가 많았다. 그것은 구체제라고 하는 오랜 물기였다. 임근준은 그 웅덩이 속에서 대중문화, 퀴어, 오타쿠, 키치, 언더그라운드 등의 언어들을 불편하지 않은 기술로 천천히 길어 올린다. 책 곳곳에는 비주류, 소수자들, 금기들, 타자들을 향한 그의 일관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드러난다. 우리 시대 미술의 전방위 최전선을 관통하며 ‘바로 지금 여기’의 숨겨졌던 진실을 캐내는 그의 손길이 생생하다. 그것은 젊음의 태도이며 흔적이다.
이건수(《월간미술》 편집장)
언 젠 가.복실이.안부를.엿보고.간.그가.. 일주일에.한.번쯤.한밤중.물침대처럼.미끌거리는.말로.나의.청각.공간을.휘젓더니.. 마침내.목에.흰.수건을.두르고.검은.안경.뿔테에.날카로운.안광을.숨기며.이씨처럼.내.앞에.출연했다.. 지치지.않고.쏟아내는.그의.말꼬리에.꼬리에.이어지는.꼬리가.글로.이어졌다.. 우아-..현란한.글.행렬.속을.헤매다..갑자기..그가.감추고.다니는.꼬리가.보고.싶을.‘테다’.^^.
안상수(그래픽 디자이너)
작품을 대하는 노련한 분석력, 이야기꾼다운 자질, 방대한 사료 조사의 열정. 이 모두를 갖춘 흔치 않은 미술 교양서다. 적지 않은 현대미술 이야기가 곧잘 ‘당시에는 그랬어’식의 사장된 과거사 들추기에 만족하지만, 이 책은 사망한 구시대 예술가를 호출할 때조차 ‘오늘의 미술’이라는 당대적 주제로 생동감 있게 흡수해버린다.
반이정(미술평론가)
임근준은 수다쟁이 비평가다. 수다를 떨다보면 겉모양만 빛나기 십상인데, 그의 글은 속내까지 농익어 있다. 《이것이 현대적 미술》은 우리를 복잡다기한 당대 미술 감상의 통렬한 요해의 길로 안내한다. 감칠맛 나는 재미, 콕 찌르는 긴장…,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김복기(《아트인컬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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