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은 쉽게 말해 써틴에게 덧씌워진 숫자였다. 써틴의 인생에 반복해서 끊임없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생을 일정 부분 지배하고 있는 숫자였다. 그녀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엄마와 아빠는 처음에는 농담으로 불렀다. 써틴, 안네 마리는 13일에 태어났다. 그뿐 아니라,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입을 모아 알려준 바에 따르면, 13시 13분, 그리고 정확하게 13초에 태어났다. 그녀의 엄마는 병원 13호실에 있었으며, 태어난 지 13일 뒤에 그녀를 집으로 태워다준 택시 역시 같은 번호를 달고 있었다. --- p.30
“서둘러!” 목소리가 재촉했다. “계단을 올라가! 빨리!”
지금까지 복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집에서 그 정도는 분명 신기한 일도 아닐 것이다. 홀연히 그녀 앞에 문 하나가 나타났다. 써틴은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갑자기 그녀 앞에 가파른 나선형 계단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그 계단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허공에서 나는 것 같은 목소리가 계속 채찍질을 해댔고 바깥 복도에서 날뛰고 있는 괴물에 대한 잔상이 가속페달 노릇을 했다. --- p.127
무리의 구성원은 항상 같지는 않았다. 무리의 리더일 뿐 아니라, 나이도 가장 많은 페터는 최소 열두 명에 이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이곳에 왔다가 간 것을 보았다고 했다. 한 가지 기이한 것은, 그 아이들 역시 어느 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방에서 깨어난 것은 같지만, 어느 순간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페터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써틴은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써틴은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 여섯 아이들에게 공통적인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써틴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어린 시절을 고아원이나 입양된 가정에서 보낸 고아들이었다. --- p.156
그건 모두 허무맹랑한 생각이라고, 써틴은 자신을 설득해보려고 했다. 도대체 집을 무서워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동물이야 얼마든지 무서울 수 있다. 사람에 대해서, 폭풍 혹은 홍수에 대해서, 자연재해에 대해서 공포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집에 대해서는 가당치도 않다. 집은 물건이며, 돌, 나무, 쇳덩이 같은 걸로 만들어진 생명 없는 건축물일 따름이다. 그것이 선하거나 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집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은, 들판을 보고 무서워한다거나, 옥수수 밭을 바라보면서 공포에 빠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황당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가슴은 터질 듯 뛰었고, 손과 무릎은 점점 더 격렬하게 떨렸다. 그녀가 조금 전 생각한 것들은 이 세상의 다른 집들에 대해선 맞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은 아니었다. 이 집에서는 무언가 악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역겨운 입김처럼 주변 공기를 악취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집은 철두철미하게 악한 존재였다. --- p.219
“왜, 이 세계를 통째로 잡아먹는 건 아니냐고 묻지 그래.” 부쉬가 웃었다. “제발 오버하지 마라, 얘야. 운명이 너한테 이 지구를 멸망으로부터 구하라는 임무까지 부여한 건 아니란다. 너, 그거 정말 몰라서 그러니? 이 세계를 구하는 열세 살짜리 소녀…, 그건 더 이상 지어낼 이야깃거리가 없는 작가들이 쓴 모험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야.”
--- p.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