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인 난정의 집 솟을대문 앞에는 남여, 초헌, 사인교가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길을 메워 끊일 사이가 없었다. 경복궁 대궐이나 돈화문 대궐은 대궐이 아니라, 정경부인 난정의 집이 대궐이요 조당이요 빈청이 된 셈이었다. 나라 정치가 함빡 윤원형과 난정의 집에서 결정이 되는 것이었다..(중략).. 윤원형과 난정의 옷차림은 임금과 왕후의 옷을 입었고, 집은 궁사극치해서 붉은 난간과 채색 기둥의 주란 화각이 반공중에 솟은 듯하나, 대궐이 오히려 무색해서 빛을 잃을 지경이었다..(중략).. 난정은 다급하고 두려웠다. 윤원형의 손을 잡고 울음으로 세월을 보낼 때, 종 아이가 네거리에서 관인 행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금부도사 행차가 옵니다.' 하고 뛰어드는 바람에 난정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독약을 훌떡 마셔버렸다.
--- p.236~238, 266
"소녀에게 부인 첩지를 내리신다면, 집안 대감이 가자가 높아서 숭록대부가 되어 남편의 가자를 따라서 정경부인의 첩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난정의 욕심은 하늘 같았다.
"그렇지, 오라비가 대감 지위에 있으니까 너한테는 정경부인을 봉해야지. 영감 지위에 있는 정부인이나 숙부인의 직첩이 온당치 않고, 나라 지위에 있는 숙인의 가자가 당치 않지. 당당한 정경부인의 첩지를 내려야지."
난정은 새침한 얼굴을 들어 보시시 웃으며 왕후를 바라다본다.
"첩년에게 어떻게 정경부인의 칭호를 주느냐고 조정에서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이것은 삼강오륜을 신주처럼 껴들고 육모망치 휘두르듯 하는 시골 퀴퀴한 선비들이 먼저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김안로와 윤임은 뒤에 앉아서 살며시 웃으면서 시치미떼는 선비들을 부채질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조정이 일어나서 시끄럽게 군다면 아무리 미미한 소녀의 일이라 하오나, 용이하게 철천의 한이 풀어질 것 같지 아니합니다."
--- p.25
"소녀에게 부인 첩지를 내리신다면, 집안 대감이 가자가 높아서 숭록대부가 되어 남편의 가자를 따라서 정경부인의 첩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난정의 욕심은 하늘 같았다.
"그렇지, 오라비가 대감 지위에 있으니까 너한테는 정경부인을 봉해야지. 영감 지위에 있는 정부인이나 숙부인의 직첩이 온당치 않고, 나라 지위에 있는 숙인의 가자가 당치 않지. 당당한 정경부인의 첩지를 내려야지."
난정은 새침한 얼굴을 들어 보시시 웃으며 왕후를 바라다본다.
"첩년에게 어떻게 정경부인의 칭호를 주느냐고 조정에서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이것은 삼강오륜을 신주처럼 껴들고 육모망치 휘두르듯 하는 시골 퀴퀴한 선비들이 먼저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김안로와 윤임은 뒤에 앉아서 살며시 웃으면서 시치미떼는 선비들을 부채질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조정이 일어나서 시끄럽게 군다면 아무리 미미한 소녀의 일이라 하오나, 용이하게 철천의 한이 풀어질 것 같지 아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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