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에게 있어서 인용은 이미지를 구속하는 힘을 무효화시키고 이미지 자체를 무매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처럼 고다르는 인용을 통해 아카이브에서 수집하거나 훔쳐 온 개별 영화들이 그 자신을 고정시키는 서사, 의미, 상징의 힘으로부터 분리되어 자립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한 이미지들이 새로운 이야기와 발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도훈, ‘도둑맞은 영화(들)의 역사’, 《오큘로》 0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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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들의 법이란 이미지들을 운용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측면에서 따라야 할 율법적 규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제도적으로 율법화되곤 할 때마다 고다르는 노략질로 맞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영화에 여기저기서 ‘훔쳐온’ 온갖 이미지들이 만연하는 이유다. 다른 한편으로, 이미지들의 법이란 이미지들을 운용하는 데 있어 미학적인 측면에서 근거를 제공해 주는 이론적 법칙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법이 미학적으로 이론화되곤 할 때마다 고다르는 윤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맞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영화에 정치적 표상으로 들끓는 이미지들이 등장하고 온갖 정치적 슬로건들이 만연하는 이유다.” (유운성, ‘아르케이온의 도둑’, 《오큘로》 009호)
--- p. 46
“2019년 인터뷰에서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부가 노란 조끼 시위를 진압하는 프랑스 경찰력이 비대해졌다고 여기는지 묻자 고다르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폭탄을 반대하지 않지만 군대는 반대한다.” (…) [이미지 북]에서 고다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21세기에도 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 등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무장투쟁은 세속주의 민족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여긴 에드워드 사이드와 여전히 교감한다.” (신은실, ‘중앙지역의 고현학’, 《오큘로》 009호)
--- p. 69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발터 벤야민은 “알레고리적인 것이 마법사의 방이나 연금술사의 실험실들의 파편적인 것, 어지럽게 널려 있고 쌓여 있는 것에 대해 갖는 관계는 바로 바로크가 정통해 있던 것으로서 결코 우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썼다. 바로크적인 특성 자체가 [이미지 북]의 형식적인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러한 특성과 맞붙어 있다는 사실이 고다르의 시선이 얼마나 알레고리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전효경, ‘알레고리적 파편들’, 《오큘로》 009호)
--- p. 151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미지 북]이 첫 공개된 이후 고다르가 응했던 인터뷰들을 보면 제목의 ‘이미지’가 복수가 아닌 단수라는 사실을 자주 강조하고 있잖아요.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자기가 만든 이미지들을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로 이해하라는 조언처럼 들려요. 조각보로 보지 말라는 거죠. 조각보가 아닌 하나의 이미지 군집을 만들기 위해서, 고다르는 새로운 이미지 처리 방법을 쓰는 것처럼 보여요.” (정경담, ‘암실에서 코끼리 만지기’, 《오큘로》 009호)
--- p. 162
“고다르에게 있어 영화가 언어가 되기 위해선 단어만으로도 부족하지만, 언표만으로도 역시 부족합니다. 여기에 개입하는 것이 육체입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고다르가 이 영화를 통해 도달코자 하는 곳은 영화의 육체(영화 이미지의 육체, 영화 사운드의 육체)가 발견되는 장소들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언어' 혹은 '영화 문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라고 추리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연선, ‘암실에서 코끼리 만지기’, 《오큘로》 009호)
--- p.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