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반응은 주로 자기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때로는 불안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잠식하여 몸이 아프기도 하고, 생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 관계를 방해하기도 하고, 일상을 수행해내지 못하게 행동이 멈춰버리기도 한다. 이를 불안장애라고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불안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불안의 원인은 물론 다양한 현상, 실제 치료 사례, 불안 극복을 위한 훈련, 운동, 음식 등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모든 것을 담았다. 당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불안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스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모두 전하여 당신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치료가 필요하거나 현재 치료받고 있는 이들에게도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들어가는 글」중에서
우리 내면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만드는 주요 요인은 ‘모름’, ‘낯섦’이다. 내가 잘 모르는 세계, 또는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 긴장감이 올라가면서 이는 불안과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이 있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다.(중략)
우리나라에서 5년마다 시행하는 정신질환 통계에 따르면, 평생유병률의 경우 알코올 사용장애가 1위이고, 불안장애가 2위다. 그런데 최근 1년의 유병률만 보면 불안장애가 가장 많다. (중략)
암과 같은 신체질환처럼 정신건강 문제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고 치료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는다면, 누구든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고민이나 편견 없이 치료받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병이 악화되기 전에 조기에 치료받으면, 어떤 질환이든 그렇지만 예후가 좋다.
---「Chap 1. 씩씩한 척하지만 불안합니다」중에서
불안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간에게 가장 빠르고 흔하게 나타나는 심리 반응이다. 위기 상황을 감지한 뇌가 생존을 위해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불안은 심리적인 증상이지만 각종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한 상황에서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는 것을 경험한다. 또한 불안의 원인이 뚜렷한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뚜렷한 원인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중략)
현대인은 정상 불안을 넘어 병적 불안을 일으킬 만한 각종 스트레스 환경에서 살아간다.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졌고, 과로나 불면, 소음과 같은 환경적 요인, 과도한 카페인이나 알코올과 같은 신경자극제의 남용과 흡연,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으로 불안이 더 커졌다.
---「Chap 2. 어떤 불안은 병이 됩니다」중에서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을 사회불안장애라고 한다. ‘대인공포증’이나 ‘사회공포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남들과 대화하거나 남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어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지나치게 염려해서 주로 생긴다. 남들의 부정적 평가가 이들에게는 가장 큰 공포인 것이다.
사회불안장애의 평생유병률은 유럽의 경우 2~3%, 미국은 7%까지 보고되는 데 비해 아시아권은 다소 낮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1.6%, 대만은 0.3% 정도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문화적 영향도 있다고 보인다. 타인과의 조화, 융화를 더 중요시하는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어느 정도의 대인 불안은 참고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Chap 3. 불안 때문에 삶이 힘겨워진 사람들」중에서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안의 상황을 마주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나 불완전하게 해소된 부분이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불안의 요소가 건드려졌을 때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가치에 자신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고 본다.
---「Chap 4. 불안의 근원을 들여다봅니다」중에서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증상을 보인다. 부정적인 사고의 흐름을 보이는 인지 증상, 불안에 따른 자율신경계 등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복통이나 숨 가쁨 등의 신체 증상, 불안한 상황을 피해 불안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행동 증상이다. 그중 가장 흔한 상황이 바로 인지 증상이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불안이 높은 사람은 걱정도 많다. 미래의 일을 앞서서 걱정한다. 그런데 현재 주어진 상황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중략)
평소 자신의 사고가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크다면, 자신의 예민함과 불안함이 왜곡된 사고의 흐름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자신의 불완전한 사고 흐름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바로잡으려는 훈련은 인지왜곡으로 인한 증상을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Chap 5. 불안은 몸, 마음, 행동을 지배합니다」중에서
불안한 사람들은 유독 신체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이는 불안이 뇌의 각종 부위와 연관되어, 뇌에서 불안의 신호에 대응해 각종 신체 증상을 나타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긴장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크게 자극되어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며 땀이 난다. 위장관 운동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설사나 복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두통과 어지럼증, 불면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안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배뇨와 관련한 증상을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요실금과 빈뇨(과민성방광증후군)가 있다. (중략)
불안은 다양한 신체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면 이를 질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해 내과 등을 방문해 다양한 검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정상이거나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의 결과를 받고 실망한다. 담당 의사들은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 환자가 반복적으로 증상을 호소해서 난처해하기도 한다. 주로 일시적으로 증상을 낮추는 진통제를 처방받기 때문에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시 증상이 반복된다.
---「Chap 5. 불안은 몸, 마음, 행동을 지배합니다」중에서
불안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 중의 대표적인 것이 회피 행동이다. 동물공포가 있는 사람은 동물을 피하려 하고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사회적 상황을 피하려 하고,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발작을 경험했던 장소를 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회피 행동은 불안을 가라앉히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악화되고 지속된다. 회피라는 행동이 문제를 직면할 기회를 빼앗고, 그런 패턴이 반복될수록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는 자신에게 안주하려고 한다. 회피하는 행동은 계속해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그렇게 생각이 점점 더 굳어진다.
---「Chap 5. 불안은 몸, 마음, 행동을 지배합니다」중에서
불안장애에 가장 효과적이고 흔히 사용되는 정신치료는 인지행동치료다. 인지행동치료는 사고의 틀을 바로잡아 인지왜곡을 교정하는 인지치료와 반사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행동치료를 조합한 정신치료다. 질환에 따라 다양한 기법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불안장애에서 다음과 같은 경우 인지행동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현실에서 왜곡된 사고 과정, 인지왜곡이 분명하게 보인다. 둘째, 비논리적 사고패턴을 보이는 경우다. 이 경우 반드시 인지재구성이 요구된다. 셋째, 낮은 효능감을 가진 경우다. 이들은 오랜 불안으로 인해 자신이 다양한 환경에서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넷째, 점진적 노출이 필요한 경우다. 스스로 두려운 상황을 직면하기 어려워하므로, 불안 상황에 단계별로 점차 노출해 나가야 하는 경우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한다.
---「Chap 7. 불안을 극복할 방법은 있습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