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위대한 박물관들은 런던, 파리, 베를린에 위치하고 있고, 그리스와 로마제국으로부터 가져온 유물들로 채워져 있다. 지중해의 유럽이 북쪽으로 강제 이송당한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이집트, 아시리아, 페르시아, 인도, 중국이 …… 괴테의 문화적 꿈은 즉각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강요한다. 세계문학(Weltliteratur). 그것은 세계의 문학인가, 인간의 문학인가? 아니면 제국주의의 문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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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지만 진실은 프랑스 혁명이 리얼리즘 소설에 끼쳤던 역할과 같은 것을 제국주의가 모더니즘에 끼쳤
다는 점이다.
--- p.52
유럽 문학에 위대성을 부여해주었던 조건들은 그 수명을 다했다. 오직 기적만이 이런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어쩌면 이미 자신의 정당한 몫 이상을 누려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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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읽기는 정전을 뛰어넘도록 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정반대의 일을 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꼼꼼한 읽기는 신학적인 활동(매우 엄밀하게 선별된 극소수의 텍스트들에 대한 극히 엄숙한 읽기)인 반면, 실질적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악마와의 작은 계약이다. 즉, 우리는 텍스트들을 읽는 방법을 안다. 이제는 텍스트를 읽지 않는 방법을 배우자. 멀리서 읽기 말이다. 반복하면, 여기서 거리는 지식의 조건이 된다. 거리는 텍스트보다 훨씬 작거나 훨씬 큰 단위들에 초점을 두게 한다. 즉, 장치와 주제와 비유 ― 혹은 장르와 체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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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강력한 문학들 ― 이는 유럽의 내부와 외부에 있는 거의 모든 문학을 의미한다 ― 의 경우에 외국 소설의 수입이 단순히 사람들이 외국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작가들이 그들 자신의 소설을 쓰는 방법에 관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장의 힘은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형성한다. 그 힘은 소설의 형식 자체에 압력을 행사하여 저발전의 진정한 형태학을 낳는다.
--- p.155
우리가 비교문학을 상상하는 방식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 p.172
비록 ‘세계문학’이라는 용어가 거의 200년 동안이나 회자되어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개념이 지시하는 대상에 대한 ― 아무리 느슨한 정의라고 하더라도 ― 진정한 이론을 아직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세계문학을 구성하는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개념들이나 가설들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세계문학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 p.183
중심부의 책들은 반주변부와 주변부로 끊임없이 수출되었고, 그곳에서 읽히고, 찬양받고, 모방되고, 추종해야 할 모델이 되었다 ― 그리하여 주변부의 문학들을 중심부의 문학적 궤도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주변부 문학의 자율적 발전에 정말로 ‘간섭’했다. 그 밖에도 이런 비대칭적 확산은 문학 체제에 놀라운 동일성을 부여했다. 서간체 소설, 역사소설, 추리소설로 이어지는 일련의 물결들은 도처에서 무대를 휩쓸었다 ― 오늘날 미국의 액션 영화처럼 그것의 지배는 종종 그 탄생 국가에서보다 주변부 문화의 소규모 시장에서 더욱 철저했다.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의 등장과 더불어 현재 이런 일을 상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몇 년 후에 우리는 이제까지 출판된 모든 소설을 검색하고 수십억 개의 문장들 사이의 패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형식적인 것과 수량적인 것의 이러한 마주침에 매혹을 느낀다. - 241쪽
너무 많은 다성성과 너무 많은 단성성. 이것이 디지털 인문학이 처한 진퇴양난이다. 우리가 이 둘 사이에 지적인 관계를 확립하는 날 새로운 문학적 풍경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 267쪽
역사의 현 순간에 우리가 이 더 거대한 문학장에서 보게 되는 첫 번째 것은 시장의 힘, 즉 시장의 성장이 어떻게 소설의 발표에 중대한 제약을 가했는가 하는 것이다. - 278쪽
짧은 제목은 시장이 강제한 제약이었다. 맞다. 하지만 이 제약은 문학적 상상력을 위한 환상적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이는 암시의 예술, 응축의 예술, 궁극적으로 수사적 비유로서의 제목인 것이다. 기이한 뒤틀림, 즉 시장은 스타일을 홍보한다. - 284쪽
문학적 진화의 ‘화석들’은 종종 사라지지 않고, 내가 여기서 그 제목을 다룬 7,000권의 소설들 대다수처럼 어
떤 위대한 도서관에 조심스럽게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지식이라는 목적에 비춰 보면, 마치 그것들은 부스러져 먼지가 되어버린 듯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과거의 문학작품 전체를 읽으려고 시도한 적이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연구하는 것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 298쪽
다른 형태의 서사적 관계들에서 생겨나는 주인공의 다른 역할. 네트워크들이 가시화하는 것은 동서양 소설 쓰기의 기반이 정반대된다는 점이다. 언젠가 우리가 이런 골격에 방향, 비중, 의미론과 같은 층위들을 추가하게 되는 날, 어쩌면 더욱더 풍부한 이미지들이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장르들을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상적으로 볼 때, 그 이미지들은 더 거대한 네트워크의 형태들이 출현할 수 있도록 미시적 패턴들을 가시화해줄지 모른다. - 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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