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영학 교육은 현재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영학 교육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하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보도가 거의 매일 줄을 잇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대세이다. 대기업은 피도 눈물도 없고 돈만 밝히는 비인격적인 소유주가 선량한 종업원들을 괴롭히고, ‘단가후려치기’로 하청업체를 못살게 굴며, 해외에 좋은 집을 숨겨놓고 호의호식하는 집단으로 연일 묘사되고 있다. 시장경제에 대한 적대감은 한술 더 뜬다. 시장은 무한경쟁을 부추겨 약자와 서민들을 착취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대기업을 옥죄고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최고의 선(善)이라는 주장을 어디서든 거침없이 쏟아낸다. 경영학을 배우는 대학생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평소에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어떻게든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있다. 도대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학교육의 현장에 서 있는 저자들도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당혹감이 앞을 가린다.
두 번째 위기는 경영학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영학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타 전공 학생들도 얼마든지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또는 선택과목으로 수강함으로써 경영학은 소위 ‘보편적 지식’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에서 이따금씩 교수와 학생 간에 진지한 토론이 벌어질 때 마치 서로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것과 같이 숨이 막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갈수록 기능화·전문화된 경영학 지식으로 무장되어 가지만, 막상 이 사회에 기업이 왜 존재해야 하고,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무엇이며, 기업이 진화·발전해 온 경제체제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고민이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인간과 사회 및 경제 현상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부족하다고 시인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강단에 선 교수들과 경영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경영학 교육이 전문기능인의 양성에 치중함으로써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적·역사적 성찰과 비판의식이 부족한 인재를 양산해 오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뒤늦게나마 “경영학 바로 세우기”에 일조하자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집필동기이다. 그러면 이 책의 고객층은 누구일까?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려는 학생과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 안 된 사회 초년생은 물론 기업체 중간관리자와 임원들에게 이 책이 읽혀지기를 소망한다. 필자들은 기업이 본질이 무엇이고, 기업이 시장에서의 부단한 혁신 경쟁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해 왔는지를 이해해야만 경영학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에 필자들은 “엉터리로 배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더 어리석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어록을 마음속에 새기고,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모두 의기투합하였다.
필자들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수백 종의 경영학원론 교재를 한 권 더 추가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결코 아니다. 기존 교재들과의 차별성은 꽤나 파격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 본 교재의 Part 1은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유시장(free market)의 우월성과 동시에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다룬다. ‘경영학원론’ 교재로는 아마도 처음있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먼저 1장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의 작동원리와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된 이론적·현실적 근거, 그리고 비판론자들의 반론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시장경제의 발달에 따른 독과점의 폐해와 소득 격차의 심화,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동시에 짚어본다. 다소 이론적이라 대학 초년생으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조금만 노력을 투입하여 이 허들을 넘어선다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이해가 견고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둘째, Part 2는 ‘기업’과 ‘경영’이라는 경영학의 영원한 주제를 다루는데, 그나마 기존의 경영학원론과 가장 유사한 파트라고 할 수 있다. 먼저, 3장에서는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회사의 법적 형태와 기업과 경영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한다. 4장은 경영학의 역사를 간단하게 짚어본다. 다른 학문에 비하면 역사가 일천한 학문분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100년을 조금 넘는 궤적을 그려온 경영학은 초일류기업의 경영현장과 세계적인 명문대학에서 전공 과정이 생겨났고, 인류의 삶의 질과 복지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해 왔다. 5장은 경영의 기본 개념을 다룬다. 기업가치란 무엇이고, 기업의 생존부등식, 생존부등식을 유지·강화하는 경영역량, 기업윤리 등의 기업경영과 관련된 핵심 주제를 살펴본다. 6장은 PDS(PlanDoSee)를 기본으로 하는 경영 프로세스를 알아본다.
셋째, Part 3은 기업사를 소개한다. 역시 경영학원론 수준의 교재로는 처음 시도하는 혁신적 내용이다. 기업과 경영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적으로 기업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생겨났고 당시의 정치·경제·사회적 요구와 맞물려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7장은 세계기업사를 소개한다. 근대적 의미의 기업은 서양의 발명품이다. 중세 이전에도 영리를 추구하는 경제조직이 존재했으나, 근대적 의미의 기업은 16세기에 시작된 대항해시대(The age of exploration)에 서구의 제국주의 국가에서 왕실의 허가를 받은 공동출자회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19세기에 이르러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일컫는 주식회사 제도가 정착되어 오늘에 이른다. 8장은 한국기업사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그 역사가 일천하여 일제 강점기인 1919년 설립된 경성방직이 그나마 최초의 근대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 근대적 의미의 기업들은 해방 이후 설립되며, 박정희 정권하의 삼성, LG, 현대, 포항제철 등의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80년대 후반 3저호황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맞이하여 이를 밑천으로 OECD에 가입하는 쾌거를 이룩한다. 2000년대의 IT기업과 현재 진행되는 4차산업혁명으로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Part 3은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였으나, 저자들의 의도가 충분히 구현되었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넷째, Part 4에서는 기업의 본질적 역할을 혁신이라고 규정하고, 대한민국의 기업가(9장)와 기업가정신과 창업(10장)을 다룬다. 9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업가를 13분 엄선하여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발상, 역경을 당해도 다시 튀어 오르는 용수철 정신, 주변 사람들을 포용하는 리더십 등 창업자마다 독특하지만 읽을수록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10장은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주제로 대학생과 청년들을 위해 특별히 집필하였다. 이 시대에 유달리 기업가정신이 강조되는 이유와 해외와 국내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소개하고 비교한다. 10년 전만 해도 창업한다고 말하면 “취업이 안 되어 그렇구나!”라고 주변에서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오늘날은 대학생이든 회사를 다니든 젊은 사람들은 창업에 관심이 많다. 그만큼 세상이 바뀐 것이다.
다섯째, 각 장 마지막 부분에 ‘생각해 보기’를 마련하였으니, 각 주제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고민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보다 견고하게 만드는 데 활용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경영학원론 교재에 항상 등장하는 경영학의 각론(마케팅, 재무관리, 인사조직, 생산관리, 국제경영, 회계학, MIS 등)에 대한 소개는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경영학원론을 다년간 강의해온 저자들은 1달 이상 진행되는 밋밋한 각론 강의를 학생들이 가장 지루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각론은 어차피 고학년이나 상위직급으로 올라가면 알게 될 내용이라서 과감하게 들어내고 ‘기업’과 ‘경영’의 본질에 대한 설명과 논쟁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이 책은 기존의 경영학원론 교재들과는 집필철학과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른 혁신적인 시도라 독자 여러분이 혹시 생소해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기업과 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갈구하는 콘크리트 독자층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결코 조바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므로 뒤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의 권리이므로, 저자들은 언제든지 겸허한 마음으로 귀기울일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저자 일동
2018년 7월 북한산에서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