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않았다. 왕초였으니까.
그때부터 한동안 기찻길 옆 동네는 조용해졌다.
코피 나는 녀석도 없어졌고 호박에 말뚝 박는 녀석도, 짚가리에 불 놓는 녀석도, 여선생이 변소에 들어갈 때마다 변기통 밑을 들여다보는 녀석도, 교실의 유리창 도르래와 철골을 빼가는 녀석도, 학교의 철봉과 그네마다 똥칠해 놓는 녀석도, 개구멍으로 극장구경 갔다가 들켜서 영화간판 쓰는 아저씨에게 빨간 페인트로 ‘축 개구멍’이라고 얼굴 가득히 씌어져 나오는 녀석도, 왕국을 세우기 위해 산속에 굴을 파놓고 무기를 숨겨두는 녀석도……. 모두 없어져버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스물두 살이나 된 지금까지 내가 꿈꾸던 왕국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 어머니는 비록 내가 4전 3패 1승이란 각고 끝에 이류대학의 대학생이 되었지만 장차 큰 인물이 될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악동일기」중에서
공무원의 돈독커닝, 국회의원의 현찰커닝 당선, 지도자의 사대주의커닝, 국민의 세금커닝하는 무리들, 혼자만 애국자인 척하는 애국커닝, 근로자의 임금을 넘보는 사장족의 자린고비커닝, 사람의 병을 내팽개치고 호주머니만 노리는 고등소매치기커닝,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장사해서 돈 번 재벌들이 그 이익금으로 부동산만 사들여 서민의 목을 한 십 년쯤 졸라버린 저 가증스런 살인커닝, 하느님을 팔고 부처님을 팔고 신(神)을 팔아서 부자된 자칭 하느님 비슷하고 부처님 닮고 혼자만 법 없이도 사는 저 간교하고 음험한 커닝, 커닝, 커닝…….
하느님, 하느님도 좀 이런 건 제발 알아두쇼. 백문이 불여일견이랬으니 한번 내려와보시든가.
나 같은 꼴찌들도 좀 먹고살게 해주쇼.
오죽 시험 치를 때 답답하면 내가 답안지에 큼지막하게 이렇게 썼겠습니까. 출제위원들 벼락이나 맞아라.
하느님, 앞으로 내가 별의별 짓을 다 하더라도 두 눈 꼭 감고 계세요. 여태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방울 달린 생쥐」중에서
“기찬 거 있다.”
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사람장사꾼을 취재하는 거.”
“그게 무슨 소리야?”
“인신매매, 서울역에서 무작정 상경한 소녀 팔아먹는 거 있잖아.”
“요즘 그런 게 있을라구.”
“있어, 내가 있다면 있어.”
“봤어? 팔아먹는 거 봤어?”
“보진 못했지만 들은 얘기가 있어.”
“설마……. 지금이 어느 땐데.”
“밑져야 본전이지 뭘. 근사하지 않겠니? 특종이 될 텐데.”
“그런 게 아직도 있다면야 특종감이지만…….”
다혜는 자신이 없는지 말끝을 흐렸다. 나도 자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상경 소녀를 팔아먹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면 얼마에 팔리는지, 어디로 팔려가는지, 누가 사람장사를 하는지 보고 싶었다.
“사람장사, 인간시장……. 제목은 그런 식으로 붙이면 되겠다.”
---「인간시장」중에서
‘복수해 줄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스물한 살짜리 처녀가 지난 이태 동안 당한 고통을 나는 짊어지고 걸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원장 녀석을 어떻게 갈아 마셔야 시원할지 모르겠다. 성질 같으면 당장 쫓아가 목을 풍뎅이처럼 비틀어놓고 싶었다.
벼락 맞아 뒈질 놈.
열아홉 살짜리를 데려다가 마취주사를 찔러놓고 욕심을 채우다니. 그런 꼴 보기 싫어 유서 써놓고 자살한 마누라의 죽음을 엉뚱하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고 저는 감쪽같이 죄를 벗어버리다니. 그것도 유서를 뒷부분만 남기고 없애버렸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누가 보아도 피해자 가족의 등쌀에 자살한 것처럼 조작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밝은 낮에 아담 살롱으로 쳐들어가봤자 만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밤늦게 나는 아담 살롱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홀을 통과하여 계산대 옆을 지나자 안채와 연결된 복도가 나섰다. 복도 끝에는 작은 문이 있고 그 위에 비상구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방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불쑥 열었다.
“누구요?”
---「비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