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양모의 폭력은 심해지고 아기는 지쳐간다. 양모는 자신도 모르게 폭력 중독에 걸려 폭력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때때로 심리적 불안과 그로 인한 불만이 폭발하여 습관적으로 때리면서 쾌락을 느끼며 심적 위안을 받게 된다.
가해자의 심리는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런 반복적, 습관적 가해 행위를 하는 인간을 점잖게는 난폭자라고 말한다. 폭력 가해자들을 두고 발달심리학자들은 기복起伏적 유사성이 있다고 정의한다. 가해 행위 심리가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시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 때부터 취학 전 유치원 사이에서 형성되며 초등학교를 거치면서 잠재의식 속에 배어들어 습관화되는데, 이를 타고나는 성격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가해 행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성격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타고난 성격으로 그릇된 심보가 발전하며 이기주의자가 된다고 한다. 심보가 고약하여 남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예쁜 아이를 보면 해코지할 심보가 생기고,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부터 발생하는 학교 폭력은 이런 성격의 아이들이 엄베덤베 어울리며 자연스레 그룹폭력이 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엄마」 중에서
내 손에 달려오던 여자 발뒤꿈치로 구르던 바위이지 싶은, 가장 먼저 굴러내렸으니 가장 멀리 밀려 내렸을 그렇게 믿고 싶은 바위에 기대섰다. 2/3쯤이 땅에 묻혔어도 대형 승합차만 하다. 1초만 더 미적댔으면 나도 이 바위에 깔렸을 것이다. 웃고 떠들며 즐기던 사람 열 명을 1∼2초 사이에 집어삼켜 밀어붙인 현장! 이기죽대던 두 남자 얼굴이 떠오른다. 이런 현상을 뭐라고 말해야 하나? 허무하다! 허탈하다? 인생무상이다?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뭐가 어찌 되었는데? 뭔 일이 있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나는 그저 가던 길을 갔을 뿐이야. 누가 내게 뭔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도 않으니 나는 지금도 그냥 가던 길을 가면 그만이다.
둘레길을 향해 올라갔다. 자꾸 돌아보고 싶지만 꾹 참고 묵묵히 올라갔다. 그런데 달덩이 같은 얼굴에 두 눈이 동그란 여자가 앞에서 어른어른 보였다. 검은 안경을 벗으니 이런 제기랄, 안 보인다. 백내장 수술을 해서 햇빛에 눈이 부시지만 안경을 쓰기 싫다. 둘레길에 올라섰다. 산행을 할까 말까? 한 달이 넘도록 산행을 못했다. 전화기를 열어보니 32도에 체감온도 36도다. 가자! 오늘은 정상까지 갈 것이다.
---「산山 혈血」 중에서
독일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되던 7월 17일이었다. 소희 씨가 카톡을 보냈는데, 7월 20일 오후 다섯 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는 문자였다. 그동안 수차 카톡과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한국에 나온다는 언급은 없었다. 참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 은근히 겁이 났다. 우리 집으로 들이닥친다면 참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혼자 살지만 딸 둘이 겨끔내기로 사나흘에 한 번씩 와서 청소도 하고 밑반찬도 만든다. 그 사정을 소희 씨는 알고 있다. 알면서 집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숙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대놓고 물을 수도 없다. 걱정을 미리 하는 것도 대책 없는 스트레스다.
---「사랑의 모습」 중에서
꿈에 보이는 소를 조상이라고 해몽한다. 나는 청년기를 지나 장년에 이르는 동안 가끔 소가 보이는 꿈을 꾸었었다. 그런데 그 꿈이 사뭇 엇비슷했다. 외양간에 메어 있거나 대문 바깥 담장 밑에 메어 있거나 늘 비쩍 말라 갈빗대가 어른어른 드러나 비실거리는 소가 보이곤 한다.
그러한 꿈을 자주 꾸어 어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게 아마 내가 서른대여섯 되던 해였을 것이다. 서른에 장가를 들어 첫딸을 낳고 둘째로 아들을 본 지 반년쯤 지난 뒤였는데, 그 무렵에 유달리 비슷한 꿈을 하도 자주 꾸어 아무래도 이상하여 어머니에게 말했었다.
꿈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대뜸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무릎 앞으로 당겨 앉아 목소리를 착 가라앉히며 물었다.
---「어머니의 소」 중에서
이미 겨울을 예고하는 스산한 밤바람에 어깨를 잔뜩 움츠린 그는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겯고는 마치 고향까지 걷기라고 할 듯이 힘차게 내 걷기 시작했다. 술좌석 내내 울적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 나도 팔을 뻗어 왜소한 그의 어깨를 껴잡아 어깨동무를 하고는 발길이 가는 대로 힘차게 보조를 맞추었다.
그는 아까 술좌석에서 일어서며 말했었다.
“이보게 길준이, 오늘 밤은 우리 한번 이성을 잃어보세.”
별이 숨바꼭질하는 어둑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도 지금 이 사람만큼이나 지쳐가고 있다. 이도 저도 다 때려치우고, 이 사람을 따라 조당수 먹으러 고향으로 내려갈까. 마음 편하게 조당수나 먹을 고향이 아니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나는 꼭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깨동무한 팔에 힘을 주며, 이성을 잃어볼 그 어떤 곳을 향하여 힘차게 걸었다.
---「그대, 고향에 가지 못하리」 중에서
울화가 치밀고 답답하여 옥상 발코니로 올라갔다. 낮에는 바람을 쐬러 가끔 올라가지만, 밤에 올라와 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서쪽 하늘에 예쁜 조각달과 개밥바라기 대각선으로 맞서 반짝인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아름답다! 드넓은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별이 전부터 저렇게 많았던가? 좀 외딴집이라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별이 잘 보이겠지만 참 많기도 하다. 그런데도 나는 최근에 별을 보지 않고 살았다. 뭐가 그리 바빠서 머리 위에 있는 발코니에도 올라와 보지 못했던가!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해서는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간단하지만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보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가장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하여 짙은 어둠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아내 조순영이 내게 별이었던가? 그래서 별을 잊고 살았을까?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애초부터 배신하고 50년을 속였다.
---「겨울 모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