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에 소개된 히딩크의 사진을 보면 처음엔 콧수염이 나오다가 곧 없어진다. 히딩크가 콧수염을 깎아버린 때는 훨씬 전인데, 그의 영입이 본격 추진되자 사진자료가 급히 필요한 언론사에서 과거의 사진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왜 콧수염을 하루아침에 깎아 버렸을까. 콧수염이 있으면 굳이 무게 잡지 않아도 좀더 권위적으로 보여 감독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쉽게 유지할 수 있고 코감기에 걸려 콧물이 줄줄 흘러도 잘 받쳐 주어 그리 민망하지도 않을 텐데 ……. 그런데도 굳이 깎은 이유는 단 하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98년 도요타컵에서 우승하고 수염을 깎았는데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무엇을 보여 주겠는가?"

지난 1월 18일 히딩크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이다. 그에 대해 히딩크는 씨익 웃으며 응수했다.

"머리라도 빡빡 밀어버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