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장 서평과 논문을 써야 하는데, 그동안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쓰지도 못했습니다. 갑자기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당신에게 가장 먼저 대학 생활의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공부는 책과 글을 읽고 자기 논리를 글로 제시하는 일이니까요. 공부의 기본을 모르는데, 어떻게 전공 공부를 하고 자기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겠습니까.
서평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작업이고, 논문은 자기의 연구를 제시하는 작업입니다. 서평과 논문은 글쓰기 방식에서 조금 다른 차이를 갖고 있지만, 서로 연관된 것도 사실입니다. 서평을 못 쓰는 사람이 어찌 논문을 쓸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논리를 따라가지 못하면 나 역시 논리를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 p.16~17
‘20세기 공부’와 ‘21세기 공부’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서평! 길을 잃지 않도록, 정보량이 넘치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이 바로 책 그리고 서평입니다. 네이버와 구글 등에 떠다니는 것을 잡아주는 ‘무게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서평입니다. 적당한 정보를 주고, 적당한 문제를 찾게 하는 것이 바로 서평입니다. 암기도 문제지만, 떠도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 가운데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책이자 서평입니다.
--- p.28~29
서평에 필요한 내용을 책 읽으면서 미리 써보는 겁니다. 서지 정보는 당연히 써야 하고, 저자 약력도 미리 써둡니다. 그리고 질문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음에 드는 문장을 미리 씁니다! 인덱스탭하거나 밑줄 친 문장 중, 진짜 마음에 드는 5문장 정도만 미리 써둡니다. 서평을 바로 쓸 수 있도록 미리 밑 작업을 해두는 거죠. 그리고 키워드 5가지. 이 키워드들이 결국 서평을 끌고 갈 겁니다.
그냥 ‘뇌피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 중심으로 문장을 이어가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키워드를 뽑아낸다는 것은, 이미 책 전체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이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키워드를 못 뽑아냈다? 그럼 목차에서 소제목을 보시면 됩니다. 소제목에 이미 키워드가 다 있거든요.
--- p.47
남들과 똑같은 구성, 남들과 똑같은 논리 흐름. 재미없잖아요. 독자도 싫어합니다. 무엇이 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서평 관련 책에서 일러준 대로 쓴 일반적인 서평과 나름대로 고심하여 커스텀한 서평. 어떤 서평이 더 잘 읽히고 더 재미있을까요. 글의 퀄리티는 기본입니다. 이제 레이아웃의 퀼리티도 높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서평을 비롯해 글쓰기가 어려웠던 것은 모두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논문은 이래야 해, 서평은 이래야 해. 서평의 절차는 이렇지. 글은 이 순서대로 써야 해. 이런 고정관념‘들’ 때문에 쉽게 글쓰기에 다가가지 못한 겁니다 우리는. 이제 하나씩 깨뜨리세요. 서평도 비스포크처럼 다양한 레이아웃을 보여주세요. 당신 개성대로 써주시면 됩니다.
--- p.81~82
논문은 남의 글을 쓰다가 내 할 말 찾아내는 것이고, 논문은 정보와 지식을 정리 정돈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논문은 형식만 잘 지켜도 반 먹고 들어갑니다! 형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논문. 말 그대로 논문이라는 형식에만 잘 맞추면 그 누구든 다 쓸 수 있는 것이 논문입니다.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도 쓸 수 있는 것이 논문이지만, 문제는 이 형식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 함정. 그러니, 제가 또 당신께 ‘한 방’에 논문의 형식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논문과 관련하여 일반적인 교재나 강의에서 가장 먼저 목차 혹은 개요표부터 작성하라고 말합니다. 개요표 만드는 일은 대체로 모든 대학교 글쓰기 교재에 가장 먼저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랜 시간 대학생 강의를 맡아 하면서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목차만 짜다가 끝나는 경우를 엄청나게 많이 봤어요. 물론 목차부터 잘 만드시는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데, 목차라니요? 개요표라니요? 목차가 쉽게 나올 수 있다면 목차를 짤 필요도 없습니다!
--- p.122~123
본론을 ‘꼭’ 1장, 2장, 3장 순서대로 써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구계획서에는 순서가 있겠지만, 쓸 때는 순서를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1장 대충 썼다가 2장 써도 되고요. 3장 쓰다가 2장으로 다시 돌아가도 됩니다. 순서 상관없이 쉬운 것부터 쓰면 됩니다. 왜냐하면, 자료 분석이 처음부터 쉽게 되지 않으니까요! 일단 대충 쓰면서 분량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퇴고할 때 불필요한 부분은 지우면 됩니다. 지우는 게 쓰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샘플인데요. 어떤 장이든 상관없으니 샘플로 글을 일정량 써야 합니다. 그 샘플을 통해 어조, 용어, 문체 등을 ‘영점 조정’할 수 있습니다. ‘영점 조정’은 군대에서 쓰는 말인데요. 총기의 조준점을 맞추는 겁니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 가장 먼저 글쓰기의 조준점--- p.기준 을 맞춰야 합니다. 샘플을 통해, 좀 더 어조를 비판적으로 써야겠다, 이 용어는 이런 용어로 바꿔야겠다, 문체가 너무 부드럽다 등 다양한 요소들을 확인하면서 기준을 세우는 겁니다. 무턱대고 본론 다 썼다가 모조리 엎는 것보다 차라리 낫습니다. 샘플을 먼저 만들어보세요. 그래서 어떤 장을 먼저 써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쉽게 풀리는 것부터, 자료 분석하기 쉬운 것부터 쓰면 됩니다.
--- p.160~161
문장을 쭉 훑어보면서, 소리 내 읽으면서 주어가 빠졌는지, 그리고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무의식적으로 주어를 빠뜨릴 때가 있는데, 주어가 빠진 문장을 모조리 찾아서 주어를 넣어야 합니다. 이것도 퇴고 때나 할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쓸 때는 잘 안 보이거든요. 주-술-목 구조도 중요하지만, 특히 주어가 중요합니다.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월리를 찾아서 처럼, 주어 찾는데 눈이 빠질 정도라면 문장 자체를 읽기 어렵습니다. 독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꼭, 주어를 찾아 써야 합니다. 성실함의 문제이기도 하고 신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서둘러 문장을 써나갔기 때문에, 접속사를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억지로 문장을 이어가기 바빴거든요.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급하게 논리를 이어가다 보니 접속사를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접속사가 논문에 많다는 것은 논문의 논리가 엉성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제가 꿀팁 하나 드리겠습니다! 접속사를 최대한 지워보세요. 그러면 문장 연결이 잘 안 될 겁니다. 그러면 그 문장을 고치세요. 접속사 없이 서로 이어 붙게요. 그러면 논리가 이어집니다. ‘신기방기’한 스킬입니다. 접속사가 많다는 것은 문장 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접속사를 지우세요. 그리고 그 문장들을 수정하세요. 그러면 논리가 아주 깔끔해집니다. 쓸데없는 문장도 쉽게 지울 수 있습니다. 퇴고 때만 할 수 있죠.
--- p.193~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