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인류학의 학문적 유산을 간략하게 말한다면, 그것은 세계의 상이한 민족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사유하고, 행동하나, 사실상, 그 같은 표면적 차이를 넘어, 공통적인 인지 기구들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의 발견에 힙입어 우리는 다양한 문화들과 민족들의 차이와 동시에 그 보편성을 의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장 저자의 삶과 저술: 『슬픈 열대』의 배경과 개요」중에서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레비스트로스의 대작들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야생의 사고』를 비롯해, 그의 기념비적 저술인, 4권의 『신화지』 역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점이었다. 『슬픈 열대』에 선행하는 그의 저술 가운데 학술적 중요성을 갖는 책을 언급하자면, 『친족의 기본 구조들』만을 손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바로 이 책의 이 같은 특수한 연대기적 위치로 인해 그 가치는 보다 돋보이기도 한다.
---「2장 『슬픈 열대』의 탄생과 주요 특징」중에서
근본적 진리들은 그 수에 있어 매우 한정되어 있다. 과학을 신성시하기를 원하는 서구의 교만에 의해 스스로가 도취하게끔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학은, 그것의 정복과 성취가 무엇이건, 인간적 진리의 여정에서 결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 주지 못한다. … 인간은 그가 우주에서 유일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사회도 다양한 많은 사회가 존재한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 자신도 일정한 무리 속에 존재한다.
---「3장 저서 전체의 세부 주제 분석」중에서
다소 놀랍게도 『슬픈 열대』를 여는 첫 문장은 자신들의 여행 이야기를 쓰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세계의 절반을 가로지르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여행가들과 탐험가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레비스트로스는 비사실적이며 멀리 동떨어진 자연의 총천연색 슬라이드를 무감각해진 대중들 앞에서 뽐내며 소개하고 희열을 느끼는 여행가들에 대한 힐난으로 포문을 연다.
---「4장 여행의 인간학: 인류학적 경험을 넘어 서구 문명 비판으로」중에서
『슬픈 열대』는 분명히 한 편의 여행기라는 범주에 속하나, 그것은 또한 민족지학적 현장 조사의 서사이며, 그가 선택한 특정 학문의 방법과 요령을 일러 주고 있다. ‘선량한 야만인’을 찾아 길을 떠난 레비스트로스는 다름 아닌, 자신의 연구 대상, 즉 원주민들과의 직접 접촉을 시도한 민족지학을 실천했던 것이다.
---「5장 현대 민족지학의 독보적 성취」중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이른바 미개발 사회라고 불리는 사회들을 서구 사회 발전의 외부에 놓여 있거나, 서구 사회와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는 서구 중심적 판단과 우월주의를 노출하는 사고방식은 서구인들이 갖고 있는 크게 잘못된 시각임을 환기시킨다. 이들 사회는 16세기와 19세기 사이에 이루어진 그것들의 직간접적인 파괴를 감수하며, 즉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서구 세계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
---「6장 현대 문명 비판과 생태학적 사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