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결말이 그리 아름답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다.
---「첫문장」중에서
우리는 맥칼리스터 가족이다. 유서 깊은 가문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재산도 있었다. 비록 몇 세대가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그럭저럭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프레드, 메러디스, 그리고 나는 이 망가진 집안에 남은 마지막 핏줄이었다.
--- p.14
나는 여덟 살이었고 낯선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깼다. 어두컴컴한 침실에서 공포에 떨면서, 오래전 이야기로 들었던 어떤 괴물에게 잡아 먹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용기를 끌어모아 간신히 침대를 빠져나온 다음, 살금살금 소리를 내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메러디스의 방으로 갔다.
--- p.50
메러디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는 걸 좋아했을 거예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언젠가는 할머니가 되는 삶이요. 메러디스는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 더 가까운 존재가 되기를 바랐을 거예요. 옳은 일을 하는 척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예의 바른 지인 정도의 사이보다 더 가까운 존재요. 메러디스는 우리가 바보 같고, 행복하고, 화가 날 때의 그 솔직한 감정 그대로를 서로에게 보여주길 바랐을 거예요.
--- p.104
“아시다시피 조부모님이 가입해 두신 신탁이 34세 생일을 기점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메러디스의 나이가 가장 많기 때문에 다음 달에 있을 생일에 유산을 상속하게 될 예정이었죠. 이제 그녀가 사망했기 때문에 신탁 계약 조건에 따라 법적 배우자나 자손, 혹은 둘 다 없는 경우 남아있는 두 명의 유산 수령인에게 신탁을 공평하게 분배하게 되었습니다.”
--- p.129
여전히 톰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말 해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응, 아니-로만 대답하면 되잖아. 내가 용의자야?”
--- p.143
“그쪽 방인가요?”
에드먼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오래전이겠군요.”
에드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p.226
리가 미소 지었다.
“리지, 내가 네 편이라는 걸 알잖아. 너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 p.239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 어린 시절이 통째로 하나의 큰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은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 얽힌 것 같았다. 하지만 혼자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 대상이 존이 아니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 같았다.
--- p.291
이곳에서 내가 찾으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서, 위안, 아니면 평생을 갈망했지만 찾지 못한 피난처? 루스가 좋아하는 베란다를 서성이며 가구를 어루만지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껴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마의 사랑 같은 건 거기에 없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366
“용기를 내야 해. 데이비드는 늙었어. 네가 데이비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그 사람이 여기 오기 전에 지금 당장 가야 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아만다의 눈 속에 비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 p.439
어느 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치유되었을 때, 혹은 내가 원하는 만큼 치유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 때에야 나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 p.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