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는 싫어. 들어봐요. 일정한 리듬이잖아요. 그게 싫어.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 같아.”
“카운트다운이라니?”
“……폭탄.” 유카리 씨는 자조적으로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이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요. 언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나는 유카리 씨의 머리로 시선을 옮긴다. 글리오블라스토마는 지극히 까다로운 종양이다. 일부가 괴사해 뇌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않더라도 계속 증식해 곧 그녀의 목숨을 빼앗아 갈 터이다. 정말 그것은 시한폭탄 같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남은 시간이 파도에 침식되는 기분이 들어요. 뇌가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기분이.”
아련하게 웃는 유카리 씨의 옆얼굴을 보면서 나는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 미안해요.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으면 곤란하지. 살짝 비극의 여주인공인 척 해본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진찰은 끝났어요? 다시 그림을 그려도 될까요?”
“아, 예,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방해를 해서.”
나는 서둘러 인사하고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출구로 향한다. 방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우스이 선생” 하고 뒤에서 소리가 났다. 돌아본 순간 붓을 든 유카리 씨와 시선이 얽힌다.
“내일도 진찰하러 와줄래요?”
“예. 물론이죠. 한 달간은 이 병원에서 실습하니까.”
“그래요? 그럼 내일 또 봐요.”
유카리 씨는 얼굴 옆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오늘 밤, 내 폭탄이 터지지 않는다면.”
--- p.16~17
“하지만 그렇다고 외출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순 없잖아요.”
의문을 얘기하는 나를 곁눈질로 보고 유카리 씨가 작게 숨을 토했다.
“내 머릿속의 폭탄이 언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르잖아?”
유카리 씨의 차트에서 본 두부 CT영상을 떠올린다. 뇌간 가까운 부분에 침윤되어 있는 글리오블라스토마. 확실히 그것이 언제 목숨을 빼앗을지, 정확한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추측할 수 없느냐고 하면 반드시 그런 것만 아니다.
반년은 안 되리라. ……아마 이삼 개월.
약 2년간의 수련의로서의 경험이 유카리 씨에게 남은 시간을 자연스럽게 계산해낸다. 심장이 골수를 안쪽에서 강하게 두드렸다. 표정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아 나는 서둘러 이를 악물었다.
그런 내 모습을 모르는 척 하며 유카리 씨는 창문 유리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문지른다.
“기다리지 못할지도 모르지.”
“…예?”
“유산을 상속받을 예정인 사람은 한시라도 빨리 돈을 가지고 싶겠지. 큰 빚이 있는 모양이야. 내가 중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사람은 일단 내 폭탄이 터지기를 기다리기로 했어.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면 더는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입이 반쯤 열린다. “설마……” 하고 신음소리 같은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나왔다.
“그래, 내 목숨을 빼앗으려고 할지 몰라. 나는 말이야, 유산 상속을 받고 이 병에 걸릴 때까지 몇 번이나 차에 치일 뻔했고 역 플랫폼에서 밀쳐지기도 했어. 그 일들은 틀림없이 그 친척이 사람을 고용해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해.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유산이 굴러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그만뒀지만 언제 인내의 한계에 도달할지 모르지.”
유카리 씨가 창문을 연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까? 돈의 마력은 인간을 미치게 해. 잘 알잖아.”
잘 알고 있다. 돈이 사라지고 우리 가정은 단숨에 붕괴되었다. 돈이 없는 탓에 나는, 어머니는, 여동생은 모래를 씹는 것 같은 매일을 살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재능으로 가능한 효율적으로 돈을 벌려고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유카리 씨의 머리가 나부꼈다.
“적어도 나는 확신하고 있어. 그래서 외출은 안 해. 사고나 자연사로 보이게끔 죽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특히 나 같은 환자는 쉽지.”
“……그래서 내내 이 방에 숨어 지낸다고?”
“이상해? 여기라면 안전하잖아.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나를 지켜주지.”
아름답고 안전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갈 수는 없는 장소. 그래서 『다이아몬드 새장』…….
“저기 말이야, 우스이 선생.” 유카리 씨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앞으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주제에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게?”
--- p.56~58
“그런 말 하지 마. 당신은 나를 구해주었어. 그래서 나도 꼭 당신을 구하고 싶었어. 완전히 꽁꽁 얽매여 있던 당신을……. 저기, 우스이 선생.”
나는 고개를 든다. 유카리 씨는 벤치에서 가볍게 일어난다.
“이걸로 우리들, 둘 다 자유롭게 되었네.”
달빛에 살짝 비추어진 유카리 씨의 모습을 나는 숨 쉬는 것도 잊고 바라본다.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내가 스물여섯의 인생 속에서 봤던 그 어떤 것보다.
유카리 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내민다. 손가락이 유카리 씨의 손에 닿은 순간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나는 유카리 씨의 손에 이끌려 일어났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본다.
숨 쉬기가 힘들다. 가슴을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왠지…… 아주 행복했다.
얼마 전, 메구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온몸에 전기가 통해’ ‘가슴이 미어지고 숨 쉬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아주 행복’
유카리 씨를 바라보면서 드디어 나는 깨달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 p.176~177
“제 의뢰인은 유가리 타마키 님입니다. 저는 유가리 타마키 님의 의뢰를 받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도쿄에서 히로시마까지 왔습니다.”
“유카리 씨…….” 사랑하는 여성의 이름이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새어나온다.
그녀의 의뢰로 변호사가 찾아왔다. 그리고 내 빚에 해당하는 돈을 남겼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은 명확했다. 하지만 뇌가, 온몸의 세포가 그 사실을 거절하고 있었다.
“왜 유카리 씨가……. 지금 유카리 씨는 어디…….” 헛소리하듯 나는 중얼거린다.
“아아, 그것도 모르셨습니까? 이미 연락을 받으신 줄 알았습니다. 제 설명 부족을 거듭 사과드립니다.”
고개를 숙인 미노와 변호사는 가는 눈으로 내 상태를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유가리 타마키 님은 4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 p.218~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