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일’들로 꽉 차 있던 삶에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울 수 있는 삶으로 옮겨왔다. 익숙하기에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던 터전에서, 우리 가족 네 사람을 빼고는 모든 것이 낯선 타국으로 이동해왔다. 주말에만 겨우 마 주할 수 있었던 가족의 얼굴을 종일 곁에 두고 볼 수 있을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가끔은 메뉴판의 가격 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요리를 선뜻 주문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다. 어디 이뿐이랴, 세계 어디든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볼 수 있는 자유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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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모으는 과정이 행복해야 그 돈을 쓸 때도 행복할 수 있다.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그것을 이룬 뒤의 모습과 닮아 있을 거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각을 채워야 할지 조금 더 명확해질 것이라 믿는다. 나는 지금도 줄여나가고 있다. 삶을 더 간결하게, 내가 지닌 것을 더 간소하게. 그리고 늘려나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더 나은 내가 되어 가는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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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글이 아니라 좋은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닌, 삶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길 바랐다. 무엇보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자유’라는 삶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사람 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억울했다. 마음이 울컥울컥하더니 이내 눈 주위가 붉어졌다. 나에게는 ‘돈’이라는 가치도 ‘시간’이라는 가치도 모두 똑같이 소중했다. 단 한 순간도 그 소중한 것을 함부로 쓰지 않았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억울했는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을 누구보다 귀하게 여기며 열심히 살 뿐인데 왜 이런 나에게 자유와 행복은커녕 마음의 괴로움과 고단함만 주는 걸까. 무심한 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시간과 돈의 수수께끼가 만들어낸 미로에 빠진 기분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미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p.43~44
포르투는 시간부자에게 특히 잘 어울리는 곳이다. 나에게 오늘의 ‘To do list’를 적는 일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을 끝마쳤을 때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에만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것과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외에 마음을 쓸 여유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하지 만 시간부자가 되고 난 뒤, 나는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길을 걷는다. 마치 길을 잃고 싶은 사람처럼,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 걷고 또 걷는다.
--- p.71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했고, 공백이 필요했고, 서로에게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빠이 외에는 그 어떤 공간도 떠오르지 않았다. 달조차 스스로 빛낼 힘을 잃은 듯 유난히도 깜깜하던 밤, 덜컥 세 사람의 항공권을 예약했다. ‘예약 완료’라는 문구와 함께 잊고 있었던 762개의 커브 길이 뿌연 안경 사이로 떠올랐다. 아뿔싸!
--- p. 106
자신이 품은 유일한 단어는 자유라고 외치듯 붉은 레게머리를 하고 입술에 피어싱을 한 남자를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는 얼마간의 ‘자유 유효기간’을 가지고 이곳에서 살고 있을까? 그들의 자유로움 뒤에 공존하는 유한함이 느껴졌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 급히 깨어난 듯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꼈다.
--- p.131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제법 많은 단어가 페이지를 채웠다. 그 종이를 조심스럽게 고운 체 위에 올렸다. 그러자 먼지처럼 얽혀있는 불순물들이 체에 걸러졌다. 그것들은 ‘내게 중요한 가치’가 아닌 ‘중요해 보이는 가치’들이었다. 나는 때때로 그런 것에 마음을 뺏겼다. 한때 나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인정은 신뢰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45~146
그제야 바빌론의 최고 부자인 아카드의 조언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그의 조언은 단지 돈을 모으고, 돈을 지키며, 돈을 불리는 방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더 나은 삶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고, 그리고 찾았다면 그 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돈은 나와 내 삶을 더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돈을 내 품 안에만 있게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나를 위해, 나의 성장을 위해 돈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싶어졌다.
--- p. 165
누군가의 그림자만 밟고 사는 인생은 너무 짠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인데 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누구로서 존재하는 삶이 아닌, 나답게, 나처럼, 나로서 살고 싶다. 내가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만큼’을 계산했던 것도,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필요한지도 모르는 채 부족하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어지러운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p. 182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을 충분히 경험하는 데 시간을 쓴다면 시간부자로서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한다면, 결국 마음이 빈곤한 시간부자가 될 테지. 나는 시간부자가 된 이후로 여백 있는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시간을 지나치게 아껴쓰는 바람에 나를 잃은 적도 있지 않던가. 다만 여백이 의미 없는 공백이어선 안 된다. 얼기설기 느슨해진 시간은 금세 삶을 무료하게 만들 것이기에.
--- p. 192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실제로 많은 부를 이룬 사람들이 무엇에 투자하여 부자가 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돈에 대한 철학과 마인드다. 부자와 나의 금융 마인드를 비교해보며 비로소 돈의 본질을 바로 알게 됐다. 내가 가진 돈의 철학을 다시 생각해본 계기이기도 하다.
--- p. 231
하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시간으로부터의 자유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마음이 행복하면 삶에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삶에 만족하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만족( 滿 足 )은 마음에 흡족하거나 모자람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을 뜻한다. 만족하는 삶을 위해서는 내게 필요한 만큼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밝은 길이라도 도착지를 알 수 없다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반대로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라면 어두운 길일지라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 p.25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