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는 농업고등학교에 가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향이 좋았던 해극.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보다는 매일 친구들과 놀기 바빴던 해극에게 아버지가 내민 것은 책 한 권. 그 책에는 아버지의 글씨로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병든 사람에게는 하룻밤이 길고, 고달픈 사람에게는 한걸음이 멀며, 알고자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생이 지루하다.”-본문 25쪽
해극은 그 글을 보고 정신이 번쩍 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던 중 선택하게 된 것이 농업고등학교. 이웃과 함께, 어려운 일은 나누며 사는 농촌이 해극에게는 가장 좋은 곳으로 생각된 것이다. 그 고향을 지키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 해극.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다.
“앞으로는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세상이 올 거래요. 그리고 저는 농사짓는 것이 재미있고 잘 지을 자신도 있어요.” 해극이가 끝까지 농업고등학교에 가겠다고 우기자 아버지는 벼락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네가 굳이 농업고등학교를 가겠다면 아예 도시로 이사를 가야겠다.” -본문 32쪽
그러나 해극의 고집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 해극은 결국 자신이 원하던 제천농업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2)실패는 고추처럼 맵다
농부 이해극이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도전한 농사가 바로 고추 농사이다. 물론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해군 시절 태국에서 본 고추나무를 잊지 못했던 해극.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생 식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고추가 따뜻한 태국에서는 여러해살이 식물이었던 것. 고추도 온도와 습도 등 조건만 잘 맞춰주면 여러해살이 식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비닐도 없던 시절 빈약한 재료들을 구해다가 비닐하우스를 짓는다. 그 안은 따뜻했기에 남들보다 석달이나 앞선 1월에 고추씨를 뿌린 것이다.
“해극이가 비닐하우스를 짓고 고추씨를 뿌렸다며?”
“아니, 아직 땅도 녹지 않았는데 씨를 뿌리면 그게 싹이 트나? 군대 갔다 오더니 애가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본문 54쪽
사람들은 손가락질했지만 해극은 묵묵히 자신의 의지대로 실험했다. 결과는 참패. 한 번의 꽃샘추위로 밭에 옮겨심은 고추 모종들이 모조리 얼어 죽은 것이다. 그렇다고 물러날 해극이 아니었다.
“바로 그거다! 고추 모종도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너무 편안하게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니까 작은 추위에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본문 61쪽
결국 그 방법을 찾게 되는데 모종을 밭에 옮겨 심기 열흘 정도 전부터 찬바람도 쏘이고, 물도 덜 주는 등의 ‘모 굳히기’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는 대성공. 그 후로 10년이 지난 1985년 해극은 우리 나라에서 고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고추 다수확 왕’으로 뽑히게 된다.
3)고추왕, 발명왕이 되다.
무엇이든 자신이 신이 나서 하면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농부 이해극은 농사를 짓다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곰곰이 궁리해서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쓰곤 했다.
발명가가 되기 위해 공부를 따로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생활 속에서 얻은 소재로 여러 가지 물건을 발명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비닐하우스의 문을 여닫다가 끙끙 앓게 된 부인을 보고,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를 발명하게 된다. 그가 만든 발명품은 모두 어떻게 하면 농사를 더 편하게, 힘을 덜 들이고 지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만들게 된 것들이다.
“해극이 처음으로 만든 발명품은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가 정상 이상으로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삐삐’ 하는 경보음을 울리는 기계(다목적온도변화경보기)입니다. 이 기계로 해극은 4H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해극은 ‘농민 발명가’로 불렸습니다.-본문 102쪽
연구실도, 작업실도 따로 없는 해극은 추울 때는 방에서도 만들고, 마당에서도 만들고, 창고에서도 만든다.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 날씨도 연구하고, 땅도 연구하고, 식물도 공부하고, 농기계를 알아야 하니 기계나 전기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그래서 해극은 농업이야말로 종합응용과학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