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 특히 주주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의 폐해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공지능 시대를 맞게 되면 이런 사회적 문제들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에 따라 정치 체제와 사회 시스템을 바꾼다면 자본주의 폐해에 의해 나타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게 바로 이 책을 통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기도 하다.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도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면 인간의 힘든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것이 된다. --- p.14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재벌 경영이 여전히 대세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은 플랫폼이나 콘텐츠 개발 등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창의적인 분야에 투자되어야 한다. --- p.24
인공지능 시대에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긱 이코노미’가 대세가 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은 기성세대들의 편견 내지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은퇴한 세대들을 부양하도록 할 게 아니라, 은퇴자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p.35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직장인들이 마주할 또 다른 문제는 부의 양극화로 인한 빈곤의 심화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강력한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자본도 네트워크도 없는 직장인들이 인공지능의 주인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공지능은 부유한 자본가에게는 무한한 부와 영향력을 더해주지만 일반인에게는 불안정, 빈곤, 실업의 나락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디지털 네트워킹은 경제의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하고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은 부유한 소수의 자본가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창출한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 p.37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직장인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식 말고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분야의 능력이면서 기업에 이익을 가져오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어야 한다. 즉 산업사회에서 중요했던 어떻게(Know-How), 즉 효율을 높이는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소비자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결국 그로 인해 기업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Know-What)이 필요하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기업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콘텐츠 창출 능력’이다. --- p.47
산업사회에서는 기업 활동이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혜택이 그나마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산업사회 후반기에 들어 주주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자본이 이익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면서 기업 활동이 근로자의 임금을 빼앗아 자본가에게 안겨주는 역할을 하도록 바뀌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류의 부는 증가해 왔지만, 반대로 공동체는 파괴되고, 사회적 갈등은 커져왔다.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던 원시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 산업사회로 발전할수록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착취자와 피착취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눠지면서 갈등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는 다시 대립과 착취의 사회적 갈등을 벗어나 공유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한다면 인간은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혜택을 사회 이해관계자들이 골고루 나눠가질 수만 있다면 말이다. --- p.67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는 산업사회의 일자리와는 다른 개념이다. 산업사회의 일자리가 농경사회의 일자리와는 판이하였듯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도 산업사회의 일자리와 판이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와 산업사회의 일자리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어떻게 일자리의 개념이 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농경사회의 대장장이는 자영업자에 가까웠지만, 산업사회의 대장장이는 출퇴근하여 공장에서 기계만 상대하는 월급쟁이일 확률이 높다. 반면에 인공지능 시대의 대장장이는 플랫폼에서 주문받은 맞춤형 상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프리랜서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겉은 모두 대장장이지만,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 p.88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늘어나는 일자리, 최소한 사라지지 않는 일자리는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모든 논의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염려는 그 중심에 인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이 더 편해지니 좋은 일인데 그 중심에서 인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 p.93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고객을 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고객은 왕이다’라는 전략조차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 기업들도 하루빨리 ‘고객은 파트너다’라는 전략을 구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 p.125
그러자면 지금처럼 한 분야를 깊게 아는 전문가(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지만, 전 분야를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제너럴스페셜리스트’가 더 필요하다. 전문가라도 타 분야와 협업할 수 있을 정도로 타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런 인재를 ‘T형 인재’라고 정의한다. 특정한 분야에 어느 정도 깊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폭넓은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말한다. 기업 자체의 ‘차별화된 최고 능력’과 외부의 ‘차별화된 최고 능력’을 조합하여 새로운 ‘차별화된 최고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H형 인재’라고 부른다. --- p.149
한국 정부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 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듯이, 산업사회에서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시대의 전환기에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었던 균형이 깨지면서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즉 이해 당사자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나는 극심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이해관계에서 먼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 p.195
문제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사회 안전망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졌던 사회 안전망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점이다. 정규직 전일제 노동을 전제로 제정된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여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 제도도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개편해야 하는데, 대학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지속적으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평생 수십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p.198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수혜자들이 이를 남용하거나 비생산적으로 쓸 것이라고 걱정하고, 더 나아가 수혜자들의 의존성이 커져서 일할 의욕을 잃고 국가에 기대서 살아가기를 바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행되었던 모든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현금을 절대 헛되이 낭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