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세븐을 완전히 바꾼다.
기한은 5년.
5년이란 숫자는 스스로 정했다. 무슨 일이든 5년간 열의를 다했는데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평생 해도 소용이 없으리란 생각에서였다. 코리아세븐에 맛있는 푸드를 알차게 준비하여 ‘팔리지 않는 매장’을 ‘팔리는 매장’으로 바꾸자. 편의점이 고객에게 ‘방문하면 즐거운 매장’이 되도록 변화시키자. --- p. 6
분명히 선반은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한글을 읽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사실 때문에 이 불편함의 원인을 못 찾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가까스로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부글부글 분노가 치밀었다. 매장 선반을 채우고 있는 상품은 압도적으로 롯데 상품군이었던 것이다. 급히 비서 이백란을 통해 조사해보고 놀랐다. 세븐일레븐 대학로점 선반에는 롯데그룹의 모든 상품이 빠짐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음료, 우유, 햄, 소시지, 과자…… 그곳은 바로 롯데의 전시장이었다. --- p.36
한국인은 매운 것을 좋아하니 일본의 매운 명란젓 등도 괜찮으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백화점에서 판매용 명란젓을 시식해보니 일본 것과는 맛이 매우 달랐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명란젓이 찌개 재료였다. 이것 하나만 먹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시행착오 끝에, 역시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참치마요네즈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참치마요네즈야말로 한국에서 그 맛을 재현하기가 어려운 재료였다. --- p.63
성공은 이 황야 저편에 있다. 그곳에 이르기 위한 열쇠는, 우리가 오늘 준공한 물류 가공 센터, 롯데후레쉬델리카를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달려 있다. --- p.84
한국산과 일본산 김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일본산 김은 대부분 전통종이처럼 두께가 일정하도록 건조한 판형 김이지만 한국산 김은 굳이 섬유질을 남겨 두께가 고르지 않으면서 딱딱한 식감을 즐기는 형태이다. 김으로 눈앞을 가리면, 일본산은 검은 종이가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한국산은 군데군데 비쳐서 맞은편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맛이다. 한국에서는 소금과 기름으로 양념 된 조미김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원료는 같은 해조류여도 제조방법이 다른 한국산과 일본산 김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나를 비롯한 마나베 고문, 아다치 부장도 일본산 김을 좋아했다. 그러나 유 계장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 직원은 한국산 김을 좋아했다. 맛있는 김이란 어떤 것일까. 회사에서 기탄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 p.91
지금까지 일본의 가격과 비교하면서, 삼각김밥 한 개가 900원이면 타당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두세 배 가격으로 따뜻한 국이 딸린 훌륭한 정식을 먹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곳으로 가버릴 것이다. --- p.97
마침내 삼각김밥 붐이 도래했다. COEX점에서 2,096개란 숫자를 달성하던 그 날, 아직은 변두리 분위기가 남아있는 영등포 매장에서도 처음으로 1,500개란 숫자가 나왔다. 한 매장에서의 성공이 다른 매장의 주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른 매장에서 이만큼의 삼각김밥이 팔렸다. 어쩌면 우리도 팔릴지 몰라” 이런 기대가 결과를 만들어냈다. --- p.112
다음번 취재 시에는 삼각김밥을 주로 이야기하는 대신 한국에서 편의점이 완수해야 할 역할에 대해 호소하리라 생각했다. 편의점이 어떻게 생활에 밀착하여 소비자 생활을 지원하는 존재가 되는지 이것을 한국인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좀처럼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게재된 사진의 인상 탓이었는지 나는 내 의도와는 달리 ‘삼각김밥 혼다씨’로 세상에 알려졌다. --- p.114
한편 POS로 시작된 유통시스템의 변화는 편의점 서비스에 잇달아 새로운 힘을 부여해 주었다. 전 매장에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가 편의점 매장에서 가능해졌다. 은행의 ATM, 공공요금 납부, 각종 티켓 판매 등, 기존에는 일부러 은행 등에 가서 지정 창구에서만 신청할 수 있었던 일을 가까운 편의점에서 대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주민 투표도 편의점 매장에서 받을 수 있다. 그러면 편의점에 간 소비자를 따라, 구매 행동도 늘어난다. --- p.333
‘팔리는 조건 만들기’란 요컨대 매장의 ‘청결’을 철저히 하고, 점원은 ‘친절’로 고객을 대하며, 진열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해서 항상 좋은 상태로 관리하고, ‘가격’은 알맞게 설정하며, 각 상품을 설명해줄 ‘POP, 가격카드’를 제대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상의 것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고객의 구매의욕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품절’을 기본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다. 상품 선반이 비어서 고객이 구매하려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회손실이 없도록, 그리고 죽은 상품이 선반에 놓이지 않도록, 단품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팔리는 조건 만들기’의 기본이다. --- p.335
매년 똑같은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과 겨울이 도래한다. 하지만 과거와 똑같아 보이는 봄이어도 실은 그해 봄은 비가 적고 기온도 낮아 꽃의 색은 희미하고 채소 맛도 연할지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거와 똑같은 봄’이 다시 올 리가 없다. 모든 것이 새로운 하루이므로 사람들의 심리도 항상 똑같은 상태로 유지될 리가 없다. 그러므로 매장을 항상 바꿔가야만 한다. --- p.351
편의점은 고객의 요구를 정말로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면 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정말로 단순한 사업이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보았을 때 마음에 감동을 느껴 지갑을 여는 것인지 이것을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 p.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