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교 3년간 열두 번의 시험에서 여섯 번 전교 1등을 했습니다. 1학년 때는 대부분 1등을 했지만, 2학년 때부터는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고, 3학년 때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했습니다. 그 라이벌 중 한 명의 이야기입니다. 공부하는 목적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 평균 90점대 초반으로 반에서 3~4등 정도를 했어요. 전교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친구였죠. 그러다가 2학년부터 급격하게 성적이 오르더니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저와 총점 1점 차이로 전교 1등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평균 97점대에서 전교 1등이 나왔는데, 90점대 초반에서 97점대 즉, 전교 5등 안으로 들어오려면 그동안 하던 공부의 밀도와 시간을 적어도 두 배 이상 늘려야 했습니다. 무언가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한 아이가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이유를 발견했죠.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책상 앞에 ‘김○○, 최○○, 박○○을 이기자!’라고 쓰여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중 ‘김○○’은 바로 저였고요. 그 친구는 공부의 목적과 이유를 전교 1등을 이기자라고 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책상 앞에 써 붙이고 매일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친구였어요. 장기적으로 좋은 목적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힘을 내기에는 매우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목적이었죠. 그렇게 그 친구는 중학교 3학년 졸업 때까지 전교 순위권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 pp.38~39
고등학생일 때 화학 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 유기화학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이게 대학교 2학년 과정쯤 되고 외울 것이 많아서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기를 꺼려했어요. 하지만 제 성향과 잘 맞아서인지 이상하게 재미있더라고요. 여러 과목 중에서도 유난히 더 즐기면서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혼자 신나게 공부하다 보니 열흘 만에 대학교 한 학기 과정의 3분의 1을 마스터한 후 수업에 들어가게 됐죠. 그때 저를 가르쳤던 화학 선생님께서 ‘어라? 여기까지 공부해왔어?’ 하는 표정으로 씩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 후에도 저는 유기화학을 쭉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어떤 분야에서 실력을 쌓으려면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어요. 게다가 공부가 저렇게 즐거웠으니 실력도 쌓고 재미도 얻고,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는 게 공부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 p.64
습득력은 미래형 인재의 유형 중 스페셜리스트와 관련이 깊어요. 스페셜리스트란 특별한 사람, 즉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독창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해요. 한 반에 자기만의 독특한 능력을 가진 친구 한 명쯤은 꼭 있죠? 누구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춤을 잘 추고, 누군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잘 띄우죠. 그 친구를 대신할 다른 친구가 없다면, 그 사람은 해당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 부를 수 있어요.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바로 ‘습득력’이 그 열쇠입니다. 습득력이란, 공부할 때 얼마나 빨리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관한 능력이에요. 이 습득력이 좋은 사람은 똑같이 한 시간을 공부해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공부의 효율이 다르다고 할까요? 효율이 높으면 다른 친구가 두 시간에 공부할 것을 한 시간에 끝내버릴 수 있죠. 이렇게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많은 지식을 습득하면 공부를 더 잘하게 되고, 그 분야의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쉽습니다. --- pp.87~88
저는 중고등학생 때 이 가르치는 공부법을 실제로 많이 활용했고 또 효과를 봤습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내가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공부한 내용을 가르치듯이 말하면서 공부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국사 과목은 먼저 교과서를 쭉 읽고 내용을 습득합니다. 역사적 사건들의 전후 관계가 얼추 이해됐다고 판단되면, 그다음은 책을 살짝만 들춰보면서 누군가에게 가르치듯이 말해봅니다. 이 방법은 독서실 같은 공간에서는 하기 어려운데요, 실제로 선생님처럼 말하면서 해야 효과적이거든요. 속으로만 되뇌지 말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칠판에 내용을 써가면서 하면 더 좋은데요, 집에는 칠판이 없으니 대신 연습장에 주요 내용과 그림을 그려가면서 강의해보세요. 저는 중간 중간에 “알겠죠?”와 같은 추임새를 넣어가면서 했는데, 은근히 공부에 리듬감이 생겨 재미있었습니다.
이해력 측면에서 이 방법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이 방법대로 공부하다 보면 끝까지 잘 가르쳐질 때가 있고,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생기기도 해요. 그럼 중간에 막힌 부분만 다시 책을 보고 이해하면 되는데, 전체를 다 볼 필요 없이 몰랐던 부분만 보면 되므로 공부의 효율이 좋아집니다. 또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건 이미 내용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므로 스스로 해당 내용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많은 학생이 ‘내가 정말 이걸 다 외웠을까?’, ‘모두 이해했을까?’ 하는 불안감에 아는 부분을 재차 보는 경우가 있는데, 과감하게 아는 부분은 넘어가고 다른 공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pp.98~99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미술 시간이었는데, ‘나폴레옹의 대관식’이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이 그림에서 나폴레옹이 주인공이므로 빛을 가장 많이 받아 밝고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다른 인물들은 중요도에 따라 차례대로 점점 더 어둡고 단순하게 표현되었죠? 관람자들이 이 그림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주제부터 중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순서대로 시선이 가도록 했어요. 이 방법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에 당대의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하죠”라고 설명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이를 미술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눈에 띄게 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순차적으로 보이도록 하자’는 생각의 분류 바구니를 만들었어요. 그 후부터 발표 과제를 준비할 때도 ‘어떻게 하면 중요한 주제를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배치해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필기할 때도 ‘나중에 다시 볼 때 가장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그 영역을 점점 넓혀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할 때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식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 pp.112~113
“나는 아무리 봐도 안 외워져”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혹시 한 번 외우고 다음 날 같은 내용을 다시 외워봤나요? 한 번 본 것을 기억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지속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다음 날 다시 본다면 기억할 확률은 훨씬 높아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한 내용은 2주가 지나면 90퍼센트가 잊힌다고 합니다. 놀라운 수치죠? 이렇게 내용의 대부분을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보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가 지나면 암기한 것의 30퍼센트를 잊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첫째 날이 지나면 70퍼센트만 기억하겠죠. 그리고 그 다음 날 다시 보면, 잊어버릴 뻔한 30퍼센트의 70퍼센트는 다시 기억하고 30퍼센트는 또 잊어버릴 겁니다. 즉 30퍼센트의 30퍼센트인 9퍼센트만 잊고, 91퍼센트는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날 한번 더 본다면요? 9퍼센트의 30퍼센트인 2.7퍼센트만 잊고, 97.3퍼센트는 기억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한 번 봤던 것을 다시 보는 것이므로 암기 효율이 훨씬 좋아져, 거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암기가 잘 되지 않는 내용은 이틀 연속 공부해봅시다.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루 만에 완벽하게 외우려고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 가볍
게 공부하고 다음 날 다시 보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렇게 해도 안 외워지는 부분은 3일째 되는 날 다시 보면, 거의 확실히 기억할 수 있어요. --- pp.282~283
예를 들어, 열두 과목을 시험 본다고 해봅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주 즉, 21일입니다. 대략 계산하면 이틀에 한 과목(12과목 X 약 2일 = 약 24일)을 끝내야 합니다. 이는 상당히 만만치 않은 분량입니다. 그럼 처음 이틀 동안은 국어를 끝내고, 다음 이들은 수학을 끝내면 될까요? 아닙니다. 한 번 집중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이틀에 한 과목을 끝내려면 하루에 연속 네 시간 동안 같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제 경험상 하루에 한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은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반 정도가 좋습니다. 두 시간 정도 공부하고, 얼마의 휴식 시간을 갖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면 머리가 다시 활성화되고,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하게 되므로 효율이 좋아집니다. 만약 ‘나는 한 과목을 다 끝내고 다음 과목을 공부하는 게 마음이 편해’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앞으로 제가 설명하는 대로 분배해서 공부해보길 바랍니다. 한 과목을 다 끝내고 다음 과목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집중력의 한계가 있고 먼저 공부한 과목은 공부한 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정작 시험 볼 때 기억이 잘 안 날 수 있습니다. 또 앞 과목들에서 쳐지기 시작하면 뒤에 공부하려고 계획해 놓은 과목들을 아예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과목을 분배해서 공부하는 걸 추천합니다. 만약 한 시간도 집중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50분은 일어나지 않고 공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10분 쉬고 다시 50분 동안 공부하면 됩니다. ‘엠씨스퀘어’라는 집중력 향상 기기를 아나요? 거기에도 공부할 때 듣기 위한 프로그램 사운드가 60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무조건 한 시간은 딴짓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 물론 두 시간, 세 시간 다른 생각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 pp.299~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