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p.28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운동장가 벚나무 가지 끝에 무언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지지 않은 나뭇잎인가 했는데. 책을 보다 궁금해서 다시 보니 움직인다. 새다. 새가 나뭇잎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의 끝, 그 절정에서 잠깐 움직인 것이다. 산그늘이 강을 건넌다. 외롭다. 나도 강가를 지나 집으로 가야겠다.
---pp.28~29
시와 더불어 일생을 사랑으로 채우고, 일생을 혁명으로 불지르고 싶어했던 금강의 시인 신동엽. 그의 시는 큰 산맥에서 우러나와 강을 차고, 산을 때리고 들판을 울리는 대지의 목청이다. 그는 시시껄렁한 폼을 싫어한 시인이었다. '전경인'을 꿈꾸는 큰 시인이었다. 그는 시업가가 아닌 진짜 인간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 p.72
나무에 깃들여
정현종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 p.14
그의 시를 읽으면 외양간 처마 밑에 걸어둔 마른 시래기에 싸락눈 들이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다 떠난 적막한 고향 마을 밤 깊도록 잠 못 들고 계실 어머님의 기침소리가 들린다. 눈이라도 오면 문 열고 나가 '뭔 놈의 눈이 이리 밤새 퍼붓는다냐'시며 고무신에 쌓인 눈을 터실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 p.11
강물
- 천상병 -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