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걸어야 할 길을 밝혀주소서. 그 길에 아무리 많은 장애물이 있더라도, 수많은 구덩이를 뛰어넘고 기어오르는 일이 있더라도, 가시밭길을 밟고 지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옳은 길로 나를 인도하소서. 그 길이 이슬람이라면, 이슬람이 옳음을 내게 보이소서! 그 길이 기독교라면, 내 눈을 열어 보게 하소서! 사랑하는 하나님, 당신의 길을 보이사 나로 그 길을 가게 하소서.”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내가 절실히 구했던 하나님의 평화와 자비가 곧 내게 임할 터였다. 그분은 꿈과 환상이라는 초자연적 방식으로 나를 인도하셔서 내 마음과 인생의 궤도를 영원히 바꾸실 터였다.
---「프롤로그」중에서
의사가 내 손을 꿰매는 동안 암미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고 소리 내어 계속해서 기도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인 무슬림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고, 부르카를 두르고 아랍어와 우르두어로 소리 내어 기도하는, 해군 장교를 남편으로 둔 무슬림 아내는 더더욱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비명을 지르는 아이와 달갑지 않은 시선 앞에서도 암미가 보인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확고한 두아 기도와 알라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암미의 신앙의 증거였다. 그 후로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암미는 코란과 하디스에서 뽑은 수많은 두아를 내게 가르쳤고, 나는 그것들을 마음 깊이 간직했다. 내가 그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두렵고 도움이 필요한 때에 두아가 그녀에게 힘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몸에 남은 흉터보다 더 깊은 흔적을 내게 남겼다. ---「1부」중에서
우리는 보통 해가 뜨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났다. 우두를 행하고 자신이 선택한 여덟 라카트의 기도를 드린 다음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해 뜨기 전에 먹는 식사를 세리(무슬림이 금식 전에 먹는 식사)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하루를 살아낼 힘을 주고 교제 가운데 하루를 시작하도록 한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암미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면서 노래를 흥얼대곤 했는데, 대개 알라나 무함마드를 찬양하는 곡이었다. 암미는 우리 전통 음식으로 식탁을 차렸다. 세리의 고정 요리인 요거트와 계란뿐 아니라 이집트콩, 편두, 치킨 케밥, 시리얼, 우유, 주스, 그리고 암미 생각에 아침 식사를 보충할 만하다 싶은 것은 무엇이든 식탁에 올라왔다.
우리가 부엌에 들어갈 즈음에 암미는 파키스탄식 납작빵인 로티나 파라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암미는 우리가 새로 만든 따뜻한 납작빵을 먹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암미는 언제나 식사 준비하는 일을 즐겼으며, 가족을 위해 세리를 차리면서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암미는 자리에 앉는 일이 없었고 모두가 신선한 빵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했다. ---「1부」중에서
압바가 깊이 잠든 게 확실해지자 나는 이불에서 빠져나와 침대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내 불안정한 운명이 머릿속에 분명히 그려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당신의 모습을 계시해달라고 탄원하며 하나님과 씨름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진리를 보여주셔야 했다. 그분의 도움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이 불확실함을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겸손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꿈이나 환상을 보이시기를 절박하게 간구했다.
그 순간, 방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나는 내 앞의 흑암을 응시했다. 침대 몇 미터 앞에 있던 벽이 이제 없었다. 그 대신 내 눈에 보인 것은 수백 개의 십자가가 있는 벌판이었다. 나를 감싼 어둠과 정반대로 그 십자가들은 밝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눈물이 멈췄다. 온몸이 마비되었고 시간도 멈췄다. 나는 그 십자가들을 둘러보았으나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리고 나타날 때만큼이나 속히 환영은 사라졌다. 다시 호텔 방, 내 침대 가장자리였다.
---「9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