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은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거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 상대는 말이 없었다. 대신 시선을 유진의 뒤에 있는 두 남녀에게 향할 뿐이었다. 그 둘을 해치우려면 당연히 앞에 떡하니 길을 막고 있는 유진을 제거해야 했다. 번뜩! 눈빛을 빛낸 상대가 칼을 고쳐 쥐며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예고도 대화도 없이 무작정 달려든 상대는 다짜고짜 칼부터 휘둘렀다. 쉬익! 유진은 가만히 서서 당할 생각이 없었다. 재빨리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남자의 칼이 목 근처를 지나쳤다.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정말 두 눈 멀쩡히 뜬 상태로 죽을 뻔한 순간이었다. “이 자식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었다. 유진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번에는 먼저 그에게 달려들었다. 마나를 실은 강력한 주먹을 그대로 내뻗었다. 붕! 붕! 유진의 주먹이 파상적으로 날아오자 남자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얼른 뒤로 물러났다. “어딜!” 소리친 유진이 얼른 다가서며 그의 명치에 주먹을 뻗었다. 빡! 명치에 정확히 맞았다고 생각한 유진의 얼굴이 환희에 차오르다 이내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상대가 간발의 차로 팔로 명치를 보호한 것이다. 하지만 그 충격이 적지 않았는지 그는 그대로 몇 걸음 물러났다. 터덕. 터덕. 거리가 벌어지자 유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 막았나?” 피식. 말없이 실소만 흘리는 상대의 모습에 유진의 꼭지가 돌아 버리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상대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크윽!” 아무래도 명치 대신 막은 팔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유진의 굳은 얼굴이 조금 풀어질 무렵이었다. 상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담장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유진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느꼈는지 도망치는 몸놀림이 날렵했다. 유진이 아차 한 사이 남자는 저만치 멀어져 갔다. “어딜!” 유진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