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가 다루는 주제들에는 대체로 절박감이 배어 있다. 무한질주하는 세상의 전망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명견만리(明見萬里)라는 사자성어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미래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알고 있음을 뜻한다. 변화의 시대에 절실한 덕목이다. 아마도 향후 50년 동안 인류는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초유의 변화도 결국 인류의 협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세상은 각자의 손바닥 안에서 촘촘하게 엮여 있다.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 속에서 인류의 생각과 실행의 결과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 변화로 인해 생기는 절박한 문제가 있다면 그 역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갈 수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독일 중부의 대학도시 괴팅겐. 은퇴 후 혼자 사는 쿠레 씨네 집에 대학생 마리아 씨가 찾아왔다. 남는 방을 학생들에게 임대하는 쿠레 씨네 집을 학교에서 소개받은 것이다. 괴팅겐 시는 혼자 사는 노인들의 빈방을 학생들에게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들의 계약방식이 독특하다.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계약이 아니라 학생이 집안일을 돕는 종류와 시간에 따라 월세가 차감된다. 마리아 씨는 집 안 청소와 정원 가꾸기, 동물 돌보기, 이 세 가지 일을 선택하고 월세의 절반을 아꼈다. 이렇듯 ‘세대공존 하우스’는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이득이다. 이 주거공유 방식은 현재 독일의 많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 79쪽, ‘청년 투자, 전 세계가 기댈 유일한 자원」중에서
구글은 2011년에 1900명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주가가 20퍼센트 넘게 폭락한 바 있다. 인건비가 늘어나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 때문이다. 주주자본주의는 대량해고를 하더라도 이익과 배당이 커지는 것을 추구하기에,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반긴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을 인간사회의 풍요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주자본주의 추종자들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지도 모른다.
---「‘로봇이 대체 못할 직업을 가져야 하나」중에서
스티브 잡스,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즐겨 신었던 것으로 유명한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의 판매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 맨해튼의 뉴발란스 매장에서는 아주 독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매장 한쪽의 쇼윈도룸에서 직원이 직접 손으로 신발을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객들은 운동화 제작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자신이 지불하는 운동화의 가격 속에 한 사람의 노동이 담겨 있고, 한 사람의 일자리가 달려 있음을 깨닫는다.
---「정글에서 일어나는 변화」중에서
2010년을 기점으로 두 자릿수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던 명품시장이 최근 2년간 급격히 하락했다. 심지어 명품업체들의 캐시카우였던 중국 명품시장조차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명품 소비가 줄어드는 동시에 소위 ‘짝퉁’ 명품 소비마저 줄어들고 있다. 단지 불경기 때문이라면 짝퉁 매출은 늘었어야 한다. 짝퉁마저 사지 않는다는 것은 명품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명품을 갖고 싶다, 사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줄어든 것이다
---「저성장 시대의 소비와 정치」중에서
장마당은 새로운 세대뿐 아니라 새로운 계급도 만들어냈다. 신흥 부자인 ‘돈주’가 그들이다. 돈주의 범위는 장마당에서 돈놀이를 하는 일수꾼부터 거액의 돈을 굴리는 슈퍼리치까지 폭이 넓은데, 대부분은 사업을 하는 신흥자본가 계급이다.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사업이나 개발에는 어김없이 돈주들의 자본이 투자된다. 2013년 평양에 개장한 북한 최대의 워터파크인 문수물놀이장은 실내외 수영장과 파도 풀장, 대형 미끄럼틀, 피트니스 센터, 실내 클라이밍장, 고급 뷔페식당까지 갖추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최신식 워터파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다.
---「장마당 세대와 돈주, 북한 신인류에 주목하라」중에서
암 환자가 사망하기 전 1년 동안 쓰는 병원비가 평균 2000만 원 정도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만약 게놈 지도를 분석해서 암을 미리 예방한다면? 아예 치료에 돈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입하는 보험 시장의 판도도 바뀔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보험 한두 개쯤은 가입되어 있다. 내가 걸릴지 안 걸릴지도 모르는 병 때문에 보험을 든다. 하지만 개인 게놈을 분석하면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해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험만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으니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유전자 혁명이 만들고 있는 미래」중에서
명견만리_미래의 기회편
지식의 폭발적 증가를 배경으로 인류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간은 우주로 뻗어 나갈 채비를 해나가고 있고, 수명은 30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진화하면서 인공지능은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인류의 노동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정치, 경제, 기술 등 모든 영역이 새로운 개념들로 재구성되어 우리는 이제껏 인류 역사에 전례 없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바야흐로 변화무쌍의 시대에,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넘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는 개인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지혜가 절실한 시대. 불안과 두려움에 빠진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명견만리〉는 개인이 느끼는 이러한 절박한 위기감에서 시작했다.
---「프롤로그」중에서
그리스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종종 자신이 마신 커피값 외에 한 잔 값을 더 지불하곤 한다. 이른바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다. 커피를 사 마실 돈이 없는 노숙자나 실직자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다.
우리 삶에는 생존을 위한 빵뿐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장미도 필요하다. 힘든 누군가가 생존을 위한 투쟁 속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모여 서스펜디드 커피라는 착한소비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스에서뿐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서스펜디드 커피를 만날 수 있으며, 불가리아에서는 150개 이상의 카페가 동참하고 있다.
---「착한소비, 내 지갑 속의 투표용지」중에서
보츠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를 줄 아는 노래가 하나 있다. “안녕, 안녕, 부패여! 너에게 작별인사를 전해. 우리는 보츠와나에서 태어났어요. 보츠와나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 청렴함을 바탕으로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16년 기준 보츠와나의 1인당 명목 GDP는 5897달러로 아프리카 최상위권이다. 더불어 주변국 가운데 국제신용등급 1위를 유지하는 것도 깨끗한 사회가 이룩한 큰 성과다. 부패 없는 사회를 바탕으로 이룬 경제발전은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국가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다 보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종족 간의 갈등도 없고 정치도 안정되어 있다.
---「깨끗해야 강해질까, 강해져야 깨끗해질까」중에서
2014년 6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모터스는 배터리 과열 방지 기술과 급속충전 기술인 슈퍼차저 기술을 포함해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기술 1400여 개를 무료로 공개했다. 토요타 또한 2015년 1월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수소차 특허 5680개를 전면 공개했다. 이들이 엄청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자사의 독점기술을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독점적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여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술 공개 이유를 밝혔다.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는 시대」중에서
독일의 주방가구 1위 업체인 노빌리아는 지금까지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해왔지만, 이제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주방가구도 생산하고 있다. 과연 대량생산에 적합한 컨베이어벨트식 공장에서 어떻게 개인 하나하나에 맞는 맞춤형 가구를 만들 수 있을까? 노빌리아는 2년 전 공장시스템을 고객 맞춤형으로 바꿨다. 가구는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한다. 이 과정은 직원이 필요한 부품에 고객 정보가 적힌 바코드를 붙이는 데서 시작한다. 이미 제조라인의 기계에는 고객의 상품정보와 조립방법이 입력되어 있다. 기계는 바코드의 정보에 따라 부품을 선별하고 조립하므로 컨베이어벨트 위에 다양한 부품이 섞여 있어도 오류 없이 작업할 수 있다. 가구의 색을 바꾸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보고 손잡이 위치를 바꾸거나, 아예 다른 제품의 부품을 결합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중에서
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청년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의 보고서에 따르면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그리고 이 창업 열풍의 핵심에 주링허우(九零后, 1990년대 출생) 세대가 있다. 그들의 꿈이 시작되는 차고카페는 주머니 사정이 좋을 리 없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커피 한 잔 값으로 작은 사무실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전기, 인터넷 사용뿐 아니라 회의실 이용 등 다양한 장소가 제공된다. 또한 이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만남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다. 예비 창업 청년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공동 창업을 이뤄가기도 한다.
---「무엇도 두렵지 않은 2억 명의 젊은이들」중에서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를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와 같은 주제도 훌륭한 융합 수업의 콘텐츠가 된다. 교사들은 이 주제를 위해 생물, 역사, 수학 등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융합 수업은 이론 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바다를 만들어 보고,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도 실험한다. 수업의 내용을 예로 들면 이렇다. 물은 남겨놓고 어떻게 기름만 제거할 것인지, 기름 유출량에 따라 필요한 오일펜스의 길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과거에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들은 어땠는지 등. 하나의 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여러 과목이 녹아 있다. 심지어 실제로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노를 저어보는 체육 활동도 하고, 물고기로 요리하는 가사 활동까지 겸한다. 이러한 융합 교육을 통해 실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은 예습이라는 걸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중요한 건 사전에 책에서 미리 얻은 지식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집중해서 생각하고 즐겁게 몰두하는 사고력이다.
---「지식의 폭발 이후,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중에서